나기사 유우마:농땡이는 무슨.. 할 일 다 마치고 잠깐 쉬고있었거든? (디저트로 놓여진 케이크를 한입 떠 먹으며) 맛있네 케이크... 오래간만이라 꽤 본격적으로 준비했나봐? (장난스레 웃으며)
미나미쿠로 미나미:그래? 아쉽게 틀렸네~ (장난스레 키득이고는 찻잔을 매만지며 네 모습을 바라본다.) 맛있어? 최대한 네 취향으로 준비한 거야. 응, 모처럼이잖아. 본격적이어야지. 또.. 이렇게 걱정없이 둘이 시간 보내는 것도 간만이고.
나기사 유우마:(맛있냐는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미나미의 말대로 차에서 디저트까지 전부 취향이었다.) 다음에 또 하면 되지. 나는 이런거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이렇게 쉬면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데~ (꼴에 호위기사라는게 보기 좋게 늘어져서는 느긋하게 케이크나 떠먹고 있는 모습이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누가 들으면 평소에 내가 혹사시키는 줄 알겠어? (참 너다운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고용인이 아니었다면 아마 매일 저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의 햇빛이 유리온실의 창 근처를 맴돌아,
이 티파티 테이블에는 더울 정도의 햇볕이 들어 옵니다.
햇볕향이 있다면 이 곳의 장미향과 어울려 제법 근사한 향을 내었을 것 같습니다.
약간 열어 둔 유리온실의 문으로 미미한 바람이 들어오고,
그 바람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살랑였다는 감각이 들 그 때.
쨍그랑!
갑작스레 눈 앞에서 들린 파열음에 당신은 어떤 반응을 했나요?
눈을 크게 뜨든,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든...
소리의 원천은 당신의 앞,
미나미입니다.
미나미 몫의 찻잔이 보기 좋게 깨져서 정원 바닥을 뒹굴고 있군요.
미나미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입니다.
멀뚱히 찻잔이 깨진 자리를 보는 미나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립니다.
나기사 유우마:너 괜찮아?? (자리에서 일어나 너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자세를 낮춰 앉아 떨리는 네 손을 잡고 너의 상태를 살핀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제 손을 잡아오는 네 온기에 놀란 마음이 조금 진정된 듯 네 손을 가볍게 맞잡는다.) 아... 괜찮아. 잠깐 손에 힘이 풀려서... 미안, 놀랐지. (깨진 찻잔을 바라보며) 쉬게 해주려고 부른건데 일을 만들어버렸네... 다른 하인을 부를게.
나기사 유우마:다친데는 없어보이네.. (안도하듯 짧게 한숨 쉬고는 네가 다친 곳이 없는걸 확인하고 일어난다.) 됐어 뭘 불러~ 내가 치울게. 금방인데 뭘. (깨진 찻잔을 조심조심 주워 빈 상자 안에 모아둔다.) 차는 새로 따라야겠네?
깨진 찻잔을 치우고나서 한숨을 돌립니다.
이래서야, 미나미는 찻잔도 없이 티파티를 하게 생겼어요.
미나미의 옆에서 몇 년이고 모셔온 전속 고용인의 입장에서 이런 디테일을 챙기지 않을 수 없죠.
어디, 여유 찻잔이 있을까요?
나기사 유우마:내가 이럴 줄 알고 여분 찻잔도 챙겨왔지. (깨끗한 찻잔을 꺼내 새로 차를 따르고 사과잼도 꼭꼭 넣어주고 너의 앞으로 내민다.) 짠ㅡ. 이건 몰랐지? (어떠냐며 옅게 미소를 띄고 너를 쳐다본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이럴 줄 알았다고? (의외인 네 준비성에 피식 웃어보이며) 준비성도 좋아, 역시 오래 옆에 있었던 연륜이 있어~ 너 없으면 어떻게 살지...
나기사 유우마:어떡하긴 뭘 어떡해 내가 죽을 때 까지 네 옆에 있어줘야지 뭐~ (장난스레 웃으며 차를 한모금 홀짝이고) 너는 그냥 아프지 말고 다치지도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있어주기만 하면 돼.
미나미쿠로 미나미:죽을 때까지? (습관인 양 찻잔을 만지작거린다.) 너만 옆에 있으면 아픈 것도 전부 견딜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죽을 때까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가볍게 웃고는 네가 따라준 차를 한모금 마셨다.)
나기사 유우마:미나미, 나는 네가 원한다면 반드시 그럴거야. 죽을 때 까지 옆에 있어 줄게. 뭣하면 여기서 맹세라도 할까? (살풋 웃으며) 그러니까 내 말은.. 걱정하지 말라고. 어렸을때 부터 그랬듯이 네 옆에는 항상 내가 있으니까.
미나미쿠로 미나미:...내가 걱정을 왜 하겠어~ 항상 네가 옆에 있을 거 알아. (한 번 더 차를 입에 머금고는 찻잔을 내려 놓는다.) 티파티는 여기서 그만할까. ...그리고 유우마, 심부름을 하나 해줄래?
차가 식을 즈음에 미나미는 티파티의 끝을 선언했습니다.
...그거야 이상하진 않죠.
정오에 가까웠던 시간이 꽤 지났으니까요.
하지만 그 뒤에 붙은 말은 뭔가요?
심부름?
당신이 대답할 새도 없이 미나미는 다음 말을 잇습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주소는... 여기. 마차를 빌려서 번화가에 갔다와.
당신에게 미리 적어둔 듯 주소지가 적혀있는 듯한 접힌 종이를 건네고는 미나미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테이블은 다른 사람에게 치우라고 할게. 마차가 있는 곳까지는 같이 갈까?
가볍게 덧붙이고 당신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모습은 당신을 생각하는 듯 상냥합니다.
나기사 유우마:..그래.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 살 게 있나봐? (네가 준 종이를 훑어보며)
미나미쿠로 미나미:응, 네가 찾아와줘. (먼저 걸음을 떼며) 그럼 가자. 배웅해줄게.
...둘은 장미정원을 나와 마차를 세워두는 곳까지 잠깐 걷습니다.
여전히 날은 너무 좋고, 정원 곳곳의 초목은 옅은 바람에 잔잔히 흔들립니다.
빈말로라도 세다고는 할 수 없는 바람이지만 그렇게 잔잔한 채로 꽤 길게 바람이 불었다가, 어느 순간에 멈춥니다.
그제서야 바람을 타고 미미하게 날아드는 장미향이 멎습니다.
그리고 발걸음도 멎었겠죠.
어느새 마차를 두는 곳이 코앞입니다.
마차 관리를 담당하는 고용인에게 미나미가 무어라 말하는가 싶더니 고용인이 당신에게 미나미의 마차를 내어 줍니다.
어, 어라?
...저택이 번화가와는 꽤 떨어진 편이라, 이 저택의 고용인이라면 누구든 저택에서 구비한 마차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감히 미나미의 마차 같은 걸 이용하지는 않는 게 보통일 텐데요?!
미나미쿠로 미나미:어차피 나는 잘 나가지도 않으니까 내 마차로 다녀와. 내 심부름이기도 하니까 이 정돈 괜찮지?
미나미는 태연히 말하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입니다.
오늘따라 유독 상냥한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면 그저 오랫동안 옆을 지킨 고용인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걸까요.
어느 쪽이든 썩 나쁜 기분은 아닙니다.
나기사 유우마:나야 뭐.. 과분하지. 그럼, 다녀올게.
미나미의 호의를 받아 마차에 오르면, 과연 고용인이 쓰던 마차와는 내부의 분위기마저 다른 것 같습니다.
어쩐 지 포근한 것 같죠?
냉큼 앉아버리자고요!
당신이 자리를 잡고 마차의 문을 닫으면, 마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창 너머로 미나미가 멀어지고, 몸을 돌려 저택으로 돌아가는 미나미가...
관찰 판정.
나기사 유우마: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꽤나 격한 기침을 하는 듯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나름 티파티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했다고 생각했는데...
미나미에겐 부족했던 걸까요?
상냥하면서도 그리 몸이 약하니 걱정입니다.
그렇게 미나미도, 저택도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즈음에 바깥을 보면 맑은 하늘에 크림을 떠다 놓은 듯한 구름이 몇 있습니다.
확실히 미나미의 마차는 좋은 건가, 승차감이 조금 편안한 것 같기도 해요.
행선지는 미리 말해두었다하니 도착하기 전까지 잠시 풍경을 보거나, 조금 전 받아두었던 종이를 다시금 확인하거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기사 유우마:어디보자 뭘 사러 가는거였더라.. (종이를 꺼내 확인해본다.)
나기사 유우마:흠.. (종이는 확인했고 잠시 숨 좀 돌릴 겸 고개를 돌려 바깥 풍경을 본다.)
1st Day, PM 03:48
덜컹―
종이를 확인하고 슬슬 번화가에 도착할 즈음이 아닐까, 싶으면 과연 마차가 서서히 멈춰 섭니다.
내려도 괜찮겠어요.
나기사 유우마:(천천히 마차에서 내린다.)
마차에서 내리면, 종이에 적혀 있던 대로 머지 않은 곳에 분수대가 보입니다.
번화가라 그런가, 역시 오늘도 사람이 많네요.
분수대에 기대어 쉬는 사람부터 분수대에 손을 대보려고 안달인 어린 아이에, 지팡이를 짚고 그 사이를 노련하게 헤집는 노인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거리에 색을 칠합니다.
어디라고 했었죠?
어서 가보도록 해요.
나기사 유우마:(종이를 보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여기가 분수대니까.. (종이에 적혀있는대로 로즈 스트리트 분수대에서 세 블록 올라간다.)
(그리고 우측으로 한 블록 더 가서 와인색 외벽의 가게 앞으로 다가선다.)
아무래도 미나미가 설명한 곳이 여기가 맞는 것 같죠?
들어가볼까요?
나기사 유우마:(가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실례합니다-
딸랑―
미나미가 적어준 대로 따라 와인색 외벽의 가게에 들어왔습니다.
간판에 셀리나의 장신구점이라고 박혀있었죠.
간판의 이름을 반영하듯 내부는 여느 장신구점에서 볼 법한 풍경입니다.
유리로 덮여진 진열대에 색색의 보석이 작거나 크게 박힌 반지나, 꽃모양으로 잘 세공된 브로치, 척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진주목걸이 따위가 죽 진열되어 있습니다.
꽤나 섬세한 솜씨네요.
...그 안쪽에는 어딘가 불성실한 태도의 주인이 있습니다.
유독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인 제법 큰 체구의 중년 여성입니다.
당신이 들어오는 걸 눈으로 흘금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섬세한 장신구와는 꼭 반대의 사람입니다.
특명! 심부름을 마쳐라!
나기사 유우마:저기.. 미나미가 주문한 걸 찾으로 왔는데요. (주인 앞으로 다가가며)
가게주인은 느릿느릿 주문서로 추정되는 문서더미에서 미나미, 미나미... 하며 이름을 찾더니
찾은 듯한 순간 내내 의자에 기대 누워 있다시피 했던 자세가 쫙 펴집니다.
눈이 커지고, 문서와 당신의 이름을 번갈아 보더니 꽤나 속물스러운 미소를 짓습니다.
셀리나:...아~ 혹시 나기사 씨?
그러고는 안 쪽으로 들어가며 주문하신 건 제대로 준비해두었다고,
이 셀리나의 솜씨를 믿고 거액을 지불하셨으니 이 정도는 당연지사하느니, 추가로 얹어주신 만큼 특별히 신경썼다느니, 같은 사탕 발린 소리를 연달아 늘어놓습니다.
저 사람의 장신구와 같은 섬세함은 돈 앞에서만 한정되나 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보리색 포장지에 금빛 리본으로 정성스레 동여 맨 작은 상자를 들고 가게 주인이 나타납니다.
셀리나:오래 기다리셨죠~
유리 진열대 위에 올려져서, 당신의 눈에 바로 들어오면 그 포장이 이곳 진열대의 장신구만큼이나 섬세함을 알 수 있습니다.
역시 돈이 최고입니다.
나기사 유우마:이건가요? (상자의 섬세한 포장을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챙겨간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셀리나:네네, 안녕히 가세요~
딸랑―
문이 닫히는 소리를 뒤로 하고, 처음 왔을 때와는 완전 딴판의 반응을 마지막으로 가게를 나옵니다.
어쩌면 떨떠름한 기분이 들 수도 있겠네요.
한 손에는 아이보리색 상자를 들고 와인색 가게를 뒤로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미나미가 당신에게 부탁했던 일이 있었죠.
'그리고 번화가에 어떤 게 있는지 전부 보고 와서, 전부 말해줄래?'
...라고.
바깥을 통 돌아다니진 않는 당신의 작은 주인님이니 이런 부탁을 하는 것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무래도 미나미의 고용인인지라 미나미의 생활반경과 비슷하게 지내던 당신도 번화가에 나온 건 꽤 간만인 것 같죠.
요즘의 번화가는 어떨까요?
여기저기 살펴보도록 합시다.
특명! 번화가 트랜드를 알아보자!
나기사 유우마:흠.....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미나미한테 말해줄만한게 있나..? (일단 무작정 걸어보며)
가지각색의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게 주인에게 뭐라도 물어봐도 좋겠고, 행인에게 말을 걸어도 좋겠네요.
나기사 유우마:(가장 가까이 있는 가게에 들어가본다. 가게 주인에게 말을 걸어보며) 저기.. 요즘엔 뭐가 인기 있어요?
가게 주인:어서오세요~ 음? 인기라 하면 어떤...? (감이 잡히질 않는 듯 조금 의아한 얼굴을 하며)
가게 주인:음... 글쎄요. 자잘한 유행은 잘 모르겠지만, 요즘 사람들의 입방에 오르내리는 것이라 하면 평안 기원제와 피레타 연극단 정도?
나기사 유우마:(처음 듣는 생소한 말에 눈이 살짝 휘둥그레진다.) 평안 기원제? 피레타 연극단? 그게 뭐죠?
평안 기원제...
아, 그러고 보니 여름을 앞둔 이 시기에는 꼭 그런 걸 했던 것 같습니다.
여름은 더워서, 해가 작열하면 어린 아이나 노인은 픽픽 쓰러지곤 했죠.
그렇게 쓰러지지 않도록,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여름을 무사히 넘기고 건강하도록
흥겨운 풍의 음악과, 누구든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로즈 스트리트를 따라 춤을 추고, 이야기하고, 웃으면서 번화가의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행사입니다.
굳이 끝에서 끝까지 춤을 출 필요는 없어서, 기원제의 마지막 즈음에 남은 사람은 평균적으로 처음의 1/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죠.
그렇기 때문에, 함께 하는 사람과 끝까지 남은 사람들은 그 관계도 내내 평안하리라― 정도의 미신이 있는 행사입니다.
더불어 길의 가장자리에는 원래 있던 가게를 비롯해 그 시기만을 노린 노점상들은 또 얼마나 많고요!
그 노점상 중에서 꽤 괜찮은 곳은 이미 아는 사람 사이에선 다 알려져 있습니다.
생긴지는 이제 겨우 십 년 남짓 되지만 꽤 괜찮은 행사죠.
...그런데 그 행사가 마침 내일이라고 하네요.
벌써 그렇게 됐나?
가게 주인:게다가 또 최근 이 번화가의 뜨거운 감자는 바로 '피레타 연극단'이죠!
그들의 연기는 실제와도 같아서 사랑에 빠진 사람 역은 꼭 진짜 사랑을 하는 것 같고,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은 꼭 복수를 할 것만 같다고 명성이 자자합니다.
어디서 이런 실력자들이 나온 건지!
덕분에 이 연극단이 오는 시기에는 다른 연극단은 그 마을은 들리면 안된다는 진심 같은 우스갯소리가 떠돈다고 해요.
가게 주인:마침 그 연극단이 내일 열리는 평안기원제를 맞이해서 온다고 하더군요.
꼭 단 맛이 있으면 짠 맛으로 균형을 맞춘다는 어는 나라의 이야기처럼,
피레타 연극단이 번화가에서 연극할 내용은 새드엔딩으로, 누군가의 로맨스라는 소문이 도는데 맞을 지는 모르겠네요.
소문이란 언제나 왜곡될 수도 있는 여지가 있으니까요.
이번 연극은 평안 기원제가 시작할 시간에 딱 맞춰 끝나도록, 늦은 오후에 시작한다던데...
피레타 연극단의 남다른 점은 여기에서 또 두드러집니다.
그들은 연극이 하는 날짜만 알려주고 정확히 어디에서 하는 지, 언제부터 표를 파는 지는 알려주지 않아요.
이는 미리 표를 잔뜩 사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소위 말하는 있으신 분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자리를 뻇지 않도록 하는 나름의 조치입니다.
피레타 연극단의 연극은 모두가 동등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러니 피레타 연극단의 연극은 아무리 보고 싶어도 운이 있어야 볼 수 있습니다.
혹시 모르죠, 내일 운이 좋을 지!
나기사 유우마:과연.. 그렇군요. 잘 들었어요. (가게 주인이 알려준 정보에 큰 수확을 거둔 대가로 작은 돈주머니를 주인에게 건내고는 가게 밖으로 나간다.)
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시간이 꽤 지나 있습니다.
마차는 아까 처음 왔던 로즈 스트리트의 분수대 앞에 그대로 있습니다.
마차를 이끄는 사람은... 졸고 있네요!
그럴 만도 하죠, 꽤 오래 걸렸으니까요.
이 사람을 깨워서 저택으로 돌아가도록 해요.
나기사 유우마:그만 일어나세요. (마부를 흔들어 깨운다.) 이제 저택으로 가죠.
덜컹, 덜컹―
마차를 이끄는 사람을 깨우고, 마차에 타면 이내 마차는 천천히 가속합니다.
미나미의 마차는 승차감이 좋지만 그래도 미약하게 흔들리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죠.
꽤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서 그런가, 등받이에 풀썩, 소리가 나게 기대면 이제사 피로가 느껴져요.
바깥으로 마차의 속도에 따라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보면 꼭 저녁의 나른함도 온 몸을 감싸는 기분입니다.
돌아가면 미나미에게 무엇이 든지 모를 상자를 줘야죠.
번화가에서 듣고 본 이야기도 해줘야 하고...
그리고... 또...
1st Day, PM 07:12
마부:도착했습니다.
아.
마부의 덤덤한 한 마디에 퍼뜩 정신이 깹니다.
당신이 주변을 인식할 즈음이 되면 아직 해가 저물진 않았습니다.
곧 있으면 지려나요?
번화가에서부터 시간은 꽤 오래 보냈던 것 같은데 여름이 가까워져서인지, 해도 늦게 지네요.
마차에서 내려 저택으로 걸어 갑니다.
저택을 나설 때와는 달리 저녁바람이 미미한 장미향을 실어 날랐다는 것 외에는 저택엔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요.
끼이익―
저택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용인들은 저녁준비로 한창 바쁩니다.
미나미는 어디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면 누군가 뒤에서 접시를 품에 한가득 들고는 당신을 부릅니다.
고용인:너! 작은 주인님 전속으로 일하는 애 맞지?
양 볼에 주근깨가 콕콕 박혀 있고 연갈색의 머리를 올려 묶은 여자애입니다.
옷매무새가 꽤 단정한데...
어디서 봤더라?
별다른 기억은 없습니다.
고용인:작은 주인님이 너 바깥에 나갔다고, 돌아오면 서재에서 기다릴 테니 오라고 하셨어.
아휴, 바쁘다 바빠! 그럼 이만!
...그렇게 자기 할 말만을 남긴 채 여자애는 사라집니다.
그렇군요.
미나미가 지나가는 고용인을 아무나 붙잡고 부탁했던 모양입니다.
그럼, 미나미가 어디있는지도 알았겠다, 가볼까요?
서재는 분명 1층이었습니다.
나기사 유우마:(1층에 있는 서재로 간다.)
서재로 발걸음을 옮기면, 저녁 준비로 식당으로 인원이 몰려 이곳만은 적막이 감돕니다.
굳게 닫힌 문.
방해하지 말라는 듯한 표시같지만, 당신은 미나미에게 용건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노크 정도는 해볼까요?
나기사 유우마:(조심스레 노크를 한다.)
똑똑.
가볍게 노크를 해보지만 들려오는 반응은 없습니다.
서재에서 하던 일에 꽤나 집중한 걸까요.
나기사 유우마:... 나야, 들어갈게. (반응이 없기에 그냥 문을 연다.)
끼이익―
목재로 정교하게 세공된 문이 열릴 때만큼은 본래 목재의 낡은 소음을 냅니다.
이어서 문을 닫으면 마찬가지의 소음이 귓전을 울렸겠죠.
그렇게 들어간 서재 안에서는...
...
당신은 잠시 할 말을 잃습니다.
한 벽면이 전부 창문이라, 햇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서재의 구조는 조금이라도 추우면 몸이 아픈 미나미를 위해 갈아엎은 결과물이란 건 분명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
꼭 오늘 처음 알게 된 것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투명한 유리를 뚫고 들어오는 오렌지빛의 햇살이란, 보는 사람의 눈이 다 아릴 정도로 눈부십니다.
...하지만 당신이 할 말을 잃은 이유는 그 풍경이 눈이 부셔서따위는 아닙니다.
오렌지빛 햇살을 그대로 머금은 채로 푹신한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그대로, 눈을 감고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모은 미나미.
그 앞의 탁상에 규칙성없이 올려진 두꺼운 서적.
기이하리만치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
...
짧은 시간 강렬하게 타오르다시피 했던 오렌지빛 햇살은 이내 가라앉고,
그 정적인 풍경 속에서 미나미가 머금은 빛만이 천천히 색을 달리합니다.
푸르게 내려 앉는 어스름.
당신이 할 말을 잃은 이유는 조금 전의 그 풍경이 눈이 부셔서따위는 아닙니다.
사실, 이 풍경이......
지능 판정.
나기사 유우마: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미나미가 영원히 눈을 감은 것 같은 착각을 떠올리게 해서,
저도 모르게 간절하고 절박해지는...
기묘한 감각에, 이성 판정.
나기사 유우마: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그렇게 푸른 어스름을 가만히 응시하고 기묘한 감각에 짧지 않은 시간을 가만히 미나미를 응시하면...
미나미쿠로 미나미:...유우마?
미나미가 장미정원을 헤매는 당신을 불렀을 때와 같은 목소리로 당신을 부릅니다.
그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이 천천히 깨집니다.
미나미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채로 눈을 깜빡이고,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한참 말이 없습니다.
...곧 비스듬히 기댄 자세를 바르게 하더니, 마른 세수를 한 번 하고는 당신을 온전히 마주합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다녀왔나 보네. 너는 분명히 잘 갔다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물건도 잘 가져온 것 같고, ...얘기는 해줄 준비는 되어있겠지? 고생했어.
왜 그렇게 멀뚱히 서있어.
미나미가 그렇게 한 마디를 얹으면 순간 할 말을 잃었던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좀 전의 것은 착각이었나요.
그래요, 이렇게 멀쩡하게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에게 말하는데.
왜 그런 이상한 느낌이 들었을까요.
괜한 불안감이겠죠?
지는 해에 홀렸던 걸지도 몰라요.
나기사 유우마:아..아냐. 여기 부탁했던 물건. (상자를 너에게 건내주며) 번화가에 어떤게 있는지 보고 말해달라고 했지? (가게에서 들었던 평안 기원제와 피레타 연극단에 대한 이야기를 말해준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아, 잠깐만. (이야기를 막 시작하려는 네 말을 끊어내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아서. 바로 물건을 받고 얘기를 듣고 싶었는데... 저녁을 먹고 밤에 하는 게 맞을 것 같아.
나기사 유우마:아, 그래 그럼. 저녁 먼저 먹고 밤에 마저 이야기해줄게. 너가 듣기에 꽤 흥미로운 이야기니까 기대해도 좋을거야. (씩 웃으며)
미나미쿠로 미나미:그래? 기대된다. (가볍게 웃어보이고는) 밤이 되면 내 방으로 와줄래? 그 때까지 이건 네가 갖고 있어. (다시 상자를 네게 건네주며) 나한테 들려줄 얘기도.
그래요, 생각해보니 조금 전에 저택에 왔을 때도 다들 저녁준비로 분주했죠.
미나미가 규칙성없이 쌓아둔 서적을 난감해하더니 이내 소파를 벗어나 당신의 앞으로 다가옵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그럼, 저녁 먹고 밤에 보자.
...그렇게 말하곤 먼저 서재를 나갑니다.
목재의 낡은 소음이 귓전을 울립니다.
...당신도 슬슬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겠죠.
나기사 유우마:그럼 나도 가볼까.. (서재에서 나간다.)
1st Day, PM 09:43
...
저택 안의 사람들이 모두 저녁식사를 끝낼 즈음이면 식당은 설거짓거리를 처리하는 움직임으로 바빠지다가,
이 시간쯤 되면 다들 자신의 방으로 자러 가거나, 퇴근을 하거나 해서 식당이나 저택 어디를 가릴 것 없이 고요해집니다.
저벅저벅―
적막이 내려앉은 저택을 당신의 발소리가 메웁니다.
똑똑.
미나미쿠로 미나미:들어와.
미나미의 방 앞에 서서 가볍게 문을 두드리면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들려옵니다.
...서재에서의 고요함은 잊힐 정도로, 나긋하지만 분명합니다.
조심스레 문을 열면 당연하게도 당신의 방보다는 훨씬 넉넉한 크기에, 미나미 혼자 눕는다기에는 두 사람도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정도의 침대나 탁상,
피아노나 작은 서랍장, 해가 떠 있는 동안 미나미의 말을 전해 주었던 새가 있는 새장... 세련되고 비싸보이는 가구들이 미나미의 방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침대 옆의 창문은 꽤나 커서인지, 그를 가려놓은 커튼도 꽤나 큰 편입니다.
미나미는 침대 헤드에 기대 앉아 당신을 봅니다.
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걸까, 꽤 편한 옷차림이네요.
미나미쿠로 미나미:기다리고 있었어, 옆에 앉을래?
그 말과 함께 침대 옆으로 폭신한 방석이 하나 깔린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턱짓으로 가리킵니다.
나기사 유우마:많이 기다렸어? (네가 가리킨 의자에 앉으며)
미나미쿠로 미나미:아니, 괜찮아. ...그래서 오늘 번화가는 어땠어?
나기사 유우마:번화가는 뭐 항상 그렇겠지만 사람도 많고 가게들도 장사가 활발하더라고. 들어보니까 내일 축제가 열린댔어. (가게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해준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내일? 평안 기원제라... 재밌겠다. 뭐 특별한 일은 없었어?
나기사 유우마:특별한 일이라기 보다는.. 이것도 들은건데 피레타 연극단이라고 실력이 좋기로 꽤 유명한가봐. 내일 축제에 온다고 그랬어. 근데 정확히 몇 시에, 어디서 공연하는지 사전에 말을 안해준다나 뭐라나.. 그 공연을 보게 된다면 엄청 운이 좋은거래. (이런거에 흥미가 있을지 너를 슬쩍 쳐다본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정말? 그럼 아직 언제 오는지 모르는 거네? 궁금하다. 연극 본 지도 오래됐고... (말을 잇다가 작게 하품을 하며) 어떤 연극 하는지는 알려줘?
나기사 유우마:음... 분명 결말은 언제나 새드엔딩인 연극이랬어. 졸려, 미나미? (하품 하는 너를 보고 피식 웃으며) 궁금하면 내일 같이 번화가로 가볼래? 오랜만에 축제도 구경하고 운이 좋으면 연극도 볼 수 있을거야.
미나미쿠로 미나미:새드엔딩은 보고나면 울적해지던데. 그렇지 않아? (피곤한 듯 눈가를 비비며 살짝 웃는다.) 조금 피곤한 것 뿐이야.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 내일, 내 몸상태가 좋으면...
나기사 유우마:그러라고 만든게 새드엔딩이니까.. (너의 말에는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푹 자고 빨랑 건강해지라고. (가져온 상자도 너에게 건내준다.) 상자는 안 열어봐도 돼? 아까 주려고 했는데 이제서야 주네.
미나미쿠로 미나미:아... 응. 내게 아니라서 열진 않을 거야. (예쁘게 매어진 리본을 만지작거리다가 널 바라보며) 내일 내 몸상태가 좋으면 번화가로 나가자. ...번화가에 나가면 즐거울 것 같아.
중간중간 하품을 하기도, 눈을 비비기도 하던 미나미는 대화의 끝자락에 닿아서는 나른한 목소리로 내일을 기약합니다.
...당신의 옷끝을 살짝 잡으면서요.
목소리도 그렇고, 당신의 작은 주인님의 약한 몸은 한계를 맞이했나봐요.
평소에 열지도 않는 티파티를 연다느니, 일부러 당신을 신경써서 마차가 있는 곳까지 바래다 준다느니.
당신에겐 무리가 없을 일들이지만 당신의 미나미는 조금 다르겠죠.
오늘을 마무리하는 인사를 해볼까요.
나기사 유우마:(네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주며) 잘 자, 미나미. 푹 자고 내일 보자. 좋은 꿈 꿔.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은 미나미가 꾸물꾸물 침대에 눕고, 언젠가 잠이 깰 때와 같이 눈을 깜빡입니다, 만...
미나미쿠로 미나미:유우마, 내가 잠들기 전까지만... 옆에 있어줄래? (네 옷자락을 꼭 붙잡으며) 그러면 나도 네 건강이 옮아서 내일 번화가로 나갈 수 있을 지도 모르지.
농담같은 소리를 덧붙이고 미나미는 미약하게 웃습니다.
졸려서 어리광을 피우는 걸까요.
나기사 유우마:그래, 그러지 뭐. 잠들 때 까지 자장가라도 불러줘? (장난스레 웃으며) 내일.. 같이 갔으면 좋겠다.. 축제.
미나미쿠로 미나미:불러줄 수 있어? (따라 장난스레 웃어보이고는 옷자락을 놓아준다.) 응, 같이 갔으면 좋겠다... 너랑 축제 구경하고 싶어. ..나 손도 잡아주면 안 돼? (힘없이 이불 위에 올려놓은 손을 까딱이며 살짝 웃는다.)
나기사 유우마:갈 수 있을거야. 그러니까 너는 지금 푹 자기만 해. (힘없이 올려진 손을 조심스레 꾹 잡고는 이불 위를 느릿하게 토닥여주며 자장가를 부른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진짜 불러줄 줄 몰랐네... (살풋 웃고는 맞잡아진 네 손을 손끝으로 느리게 매만지다 이내 움직임이 조금씩 멎어간다.)
새근새근.
미약한 웃음은 미약한 숨소리가 되었습니다.
...
잠들 때까지 있어달라고 했었죠.
슬슬 나가도 되련만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숨을 들이키고 내뱉는 소리와 이따금 창문을 울리는 조금 강한 바람 소리만이 이 방을 채우고,
커튼이 채 가리지 못한 달빛이 연푸르게 미나미 주위에서 일렁입니다.
기이하리만치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곧 서재에서와 같이 미나미가 영원히 눈을 감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겠죠.
여전히 미나미의 숨소리는 꺼지지 않는데도, 왜 그런 이상한 예감이 밀려오는지...
어쩌면 당신이 피곤해서일 지도 모르겠어요.
오늘 꽤 많은 것을 했으니까요.
미나미만큼 약한 몸은 아니더라도, 꽤 지칠 법도 하죠.
그래요.
...밤이 늦었습니다.
어서 들어가도록 해요.
나기사 유우마:(미나미가 잘 자고있는걸 한번 더 확인한 후 자기 방으로 간다.)
당신은 미나미를 뒤로 하고 나옵니다.
당신이 잠자리에 들면 저택에는 완전한 밤이 내립니다.
2nd Day, AM 07:26
...
바깥부터 들리는 꽤 분주한 발걸음, 소음, 바깥에서부터 들리는 미약한 새소리...
아, 아침입니다.
그것도 꽤 이른 아침이요.
어제... 미나미의 방을 들렀다가, 그대로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엎어졌었죠.
머리맡에 폭신한 감촉이 느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아요.
당신이 몸을 일으키면...
건강 판정.
나기사 유우마:
건강
기준치:
80/40/16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오늘따라 평소보다 컨디션이 월등히 좋아요.
푹 잤던 탓일까요?
깃털처럼 가볍다, 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습니다.
어쨌든,
오늘 하루도 기지개라도 피면서 시작해보자고요!
미나미는 일어났을까요?
바깥이 분주한 걸 보면 곧 아침식사를 할 때가 되었을 거예요.
한 번쯤 방문을 두드려봐도 좋을 것 같아요.
나기사 유우마:(미나미 방으로 가 노크를 해본다.)
똑똑.
끼이익―
미나미의 방문을 두드리면 들어오라는 말 대신 안 쪽의 누군가가 방문을 열어줍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미나미네요.
미나미?
하지만 어쩐지 떨떠름합니다.
그도 그럴 게, 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미나미는 이렇게 나서서 문을 열어주기보다는 어제처럼 들어오라고 말을 건네는 편이었던 걸요.
몸이 약하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미나미쿠로 미나미:좋은 아침, 유우마.
게다가 오늘따라 어딘가...
묘하게 들떠보이지 않나요?
곧 그 의문이 사실이라는 듯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나, 이상하게 오늘 몸상태가 좋은 것 같아.
아직 커튼이 쳐진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옅은 아침 햇살을 등진 미나미는 가뿐히 팔을 들어올려본다거나 기지개를 핀다거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합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그래서 말인데,
스트레칭만큼이나 가볍게 덧붙인 말은 잠시 끊깁니다.
약간의 정적.
미나미쿠로 미나미:...잠깐 이리 와볼래?
무슨 일일까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낫겠다 싶었는지 미나미는 당신을 이끌고, 창문으로 향합니다.
촤아악―
경쾌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걷힌 커튼,
달칵,
잠금쇠로 고정되어 있던 창문이 열리는 소리.
열리는 창문 틈새로 아침 특유의 신선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가볍게 머리칼이 흩어지면, 미나미는 창 너머의 바깥을 보는 듯 합니다.
바깥은 어제와 다름없이 푸르고, 맑은 풍경이긴 합니다만...
감히 미나미의 의중을 짐작할 수 없습니다.
무슨 생각일까요?
미나미쿠로 미나미:오늘 날도 좋아. 유우마, 너는 어때? 몸은 괜찮아?
나기사 유우마:두 말하면 잔소리지. 내가 아픈거 봤어? (씩 웃으며) 오늘 컨디션 좋아보이네?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꼭 정답까지 가는 길을 헤대지 않고 찾아가도록 놓인 쿠키를 하나하나 줍는 기분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시선은 바깥에 둔 채로 툭 던진 듯한 말에 짚이는 구석은...
지능 판정.
나기사 유우마: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내일 내 몸 상태가 좋으면......"
"...번화가로 나가자."
...아.
그러고 보니 어제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미나미의 몸상태가 좋으면 번화가에 나가자고요.
미나미쿠로 미나미:그래서 말인데, 유우마. 아침을 먹고 나면... 오늘은 같이 번화가로 나가자.
예상했듯이, 어젯밤의 미나미와 지금의 미나미가 겹칩니다.
...그래요,
평안기원제라느니, 연극단이라느니, 온갖 볼 거리는 오늘 다 몰리고, 미나미는 몸상태가 좋고, 날은 맑고.
무엇이 부족해서 나가지 못하겠어요?
이렇게 모든 조건이 잘 맞는 걸 보면 오늘은 특별한 날일 지도요.
미나미쿠로 미나미:갈 거지?
보채듯이 한 번 더 물어오는 미나미는 꽤 들뜬 모양새입니다.
나기사 유우마:그래그래, 가자. (들 뜬 너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보인다.)
미나미쿠로 미나미:그 웃음은 뭐야? 나만 기대했어? (장난스레 웃으며 네 허리를 콕 찌른다.) 아침 먹고, 음... 준비 한 다음에 마차를 세워두는 곳에서 만날까?
나기사 유우마:그게 아니라 네가 너무 들떠 보이니까. (큭큭거리며 웃음을 멈추지 못하며) 그래, 그러자. 아침 먹고 준비한 다음 마차 세워두는 곳에서 만나기.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약속했다? 나 늦어도 얌전히 기다려줘야 해. (웃어보이고는 네 손을 살짝 붙잡는다.) 평안기원제도 기대되고... 연극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너도 저택에만 있으니까 연극 본 지 꽤 오래 됐을 거 아냐.
나기사 유우마:그래그래, (손을 꾹 잡으며) 모처럼 너도 몸상태가 좋고, 밖에 나가보는 것도 오랜만이니까 분명 즐거울거야. 보기 힘든 연극이라고 했지만 오늘 같은 날이면 연극도 볼 수 있을 거 같아. 가서 재밌게 구경하고 오자.
미나미쿠로 미나미:응. 그럼 슬슬 아침 먹으러 갈까? 너 먼저 내려갈래?
나기사 유우마:내가 먼저 갈게. 이따 약속장소에서 보자. (잡은 손을 스륵 놔주고 방에서 나간다.)
미나미보다 먼저 방을 나섭니다.
기대가 되어서일까요, 여느때보다 발걸음이 가벼운 기분입니다.
...
미나미쿠로 미나미:유우마.
준비를 마치고 둘이 보자고 한 곳에서 만나면,
미나미는 평소 집에서 보던 편한 옷차림의 모습이 아닙니다.
바깥에 나오는 건 오랜만이라고 꽤나 온 몸에 힘을 줘서는 단정하고 깔끔하게 입혀놓은 모양새가 감탄이 나올 만 합니다.
...그렇게 약간의 상념에 젖어있으면 그 새 눈앞에는 어제도 탔던 미나미의 마차가 있습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잡아줄 거지?
당연하다는 듯 손을 내민 미나미는 꽤 즐거워보입니다.
나기사 유우마:네 네~ 물론이죠 아가씨- (미나미의 손을 잡고 에스코트 해준다.)
둘이 마차 안에 자리를 잡고 마차의 문을 닫으면, 마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어제와 같습니다.
서서히 창 너머로 저택이 멀어집니다.
그렇게 저택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즈음에 바깥을 보면 여전히 맑습니다.
비가 온다거나, 하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을만큼 맑아요.
미나미는 바깥의 풍경을 가만 바라봅니다.
덜컹―
마차의 바퀴에 무엇인가 걸려 짧게 나는 단말마와 함께...
관찰 판정.
나기사 유우마:
관찰력
기준치:
80/40/16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투명한 창가에 비친 미나미의 모습에서, 가라앉은 눈빛을 발견합니다.
...왜?
나기사 유우마:미나미,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안 좋아지면 나한테 말해줘야해. 알았지?
미나미쿠로 미나미:아, 응? 알았어~ 걱정마.
미나미에게 말을 걸면, 다시 원래의 들뜬 모습입니다.
창가에 비쳤던 미나미는 꼭 거짓말이란 것처럼요.
나기사 유우마:그렇게 기대 돼? (모처럼의 외출이라 이해는 가지만 이렇게 들떠있는 모습은 오랜만이라 괜히 한번 더 물어본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몰랐어? 너 완전 고양이 같아~ (장난스레 웃으며 가르켰던 인형을 살짝 들어올린다.) 난 이거 마음에 드는데. 사주려고?
나기사 유우마:...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인형을 빠안히 쳐다보다가 네가 인형을 들어올리자 뒤로 물러난다.) 이게 마음에 들어? 너 고양이 좋아했던가... 원하는 거 있으면 몰래 사서 선물하려고 했는데. (벌써 간파당했으니 어쩔 수 없다며 웃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사줄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미나미쿠로 미나미:고양이 좋아하지. ...고양이보단 널 더 좋아하고. (살짝 눈웃음 짓고는 인형을 네 손에 들려준다.) 나도 뭐 하나 선물해줄까? 모처럼인데.
나기사 유우마:... (인형을 받고는 예상치 못한 말에 얼굴이 살짝 붉어져 괜히 헛기침을 해댄다.) ....그럼 나는 아까 그거. (미나미를 닮았다고 했던 인형을 가져온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네 반응에 덩달아 미미하게 붉어진 얼굴을 슬쩍 만져대며) 아, 응, 그거? ...하여간 취향 독특해. (장난스레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다 네 손에 들린 인형을 받아들고 먼저 계산대로 총총 가버린다.)
나기사 유우마:귀엽기만 한데 뭐.... (독특..한가? 중얼거리고는 너의 뒤를 따라 계산대로 간다. 계산을 마치고 포장된 인형을 너에게 내밀며) 자, 그러고 보니 너한테 뭐 선물하는 것도 오래간만인가.
미나미쿠로 미나미:(인형을 건네 받고는 따라 제가 산 인형을 네게 건넨다.) 나야말로 엄청 오랜만인 것 같은데... 종종 선물할 걸, 꽤 잊고 있었던 것 같아.
나기사 유우마:이렇게 되면 서로 사준 셈이네.. (고맙다고 웃으며 인형을 받는다.) 됐어, 굳이 물건으로 받는것 말고도 이미 너한텐 많이 받았으니까. 이제 어디 가지.. 배고프면 뭐라도 먹을래?
미나미쿠로 미나미:넌 괜찮아? 난 딱히 배는 안 고픈데, 음... 뭘 먹어보고 싶긴 해. 평소에는 못 먹어본 것들이니까. 오늘은 상태도 좋고, 조금 먹는 것 정도로는 별 문제 없지 않을까?
나기사 유우마:나도 아직 배고프진 않아. 그럼 너가 먹고 싶은거로 먹어보자. (네 손을 잡고 음식을 파는 가게가 모여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아까도 말 했지만 조금이라도 몸 상태가 나빠지면 꼭 말해주기. 알겠지?
미나미쿠로 미나미:알았어~ 아직은 괜찮아. (네 손을 꼭 잡은채 따라 걸음을 옮기며) 음... 저건 어때? (디저트류의 가벼운 샌드위치를 가르키며)
미나미쿠로 미나미:뭘 눈치를 봐? 바보. 나 혼자 나왔어? 우리 같이 놀러온 거잖아. 얼른 가보자~ (널 살짝 잡아 끌어 무기점 쪽으로 향한다.)
나기사 유우마:그러네.. 내가 괜한 생각을 했다. (너의 반응에 기분 좋게 웃어보이고는 뒤따라간다. 무기점 안에 들어오자 여기 저기 진열되어있는 무기들을 구경해보고 한번 집어 들어보기도 하고.. 눈빛이 묘하게 반짝거리는 것 같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누가 호위기사 아니랄까봐, 묘하게 들떠보이는 모습에 살짝 웃음을 흘린다. 네 반응을 살피다 따라 무기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나도 건강했으면... 음... 검술같은 걸 배웠을 것 같아. 사실 난 고상한 거랑은 좀 거리가 먼 것 같고...
나기사 유우마:(ㅋㅋ) 네가 뭐 어때서. 너가 검술을 배운다니... (어쩐지 상상이 가는 그 모습에 살짝 웃음을 터뜨린다.) 한 번 쥐어볼래? (진검이 아닌 목각으로 만들어진 가벼운 검을 네 앞으로 내밀어주며)
미나미쿠로 미나미:(ㅋㅋ) 난 얌전한 거랑은 거리가 좀 멀잖아. ...응, 쥐어볼래. (제 앞으로 내밀어진 검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돌려본다. 신기한 듯 눈을 반짝이던 그때, 문득 귀를 가득 메우고 소름마저 무색하게 만들어버리는 울림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진다. 머리를 울려대는 이명에 눈을 꾹 감고는 귀를 막으며 조금 앓는 소리를 냈다.) 아... 잠깐만...
나기사 유우마:나는 그런 네가 좋은데. (들릴듯 안 들릴듯 작게 중얼거리고는 검을 이리저리 돌리는 너를 지켜본다. 그러기도 잠시, 괴로운 표정의 너를 보고는 다급하게 다가와) 미나미, 괜찮아?? (나에게 기댈수 있게 너를 감싸 안는다.)
미나미쿠로 미나미:(귀가 먹먹한 탓에 저를 걱정해오는 네 말에 대답하지 못 한 채 네 품에 고개를 묻고는 괴로운 듯 귀를 꾹 막는다. 오늘만큼은 네게 아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최대한 참아보려 노력하지만 맘처럼 되지 않음에 속이 상했다. 그대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명이 잦아들자 그제야 귀에서 손을 떼고는 숨을 고르며 눈을 깜빡인다.) 유우마...
나기사 유우마:(이럴때마다 괴로워하는 너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무력하다. 그저 네가 쓰러지지않게 힘껏 안아주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걸까.. 미나미의 건강이 더 악화되어 이 방법도 유효하지 않을 때는..?) ..... 미나미.. 집으로 돌아가자.
미나미쿠로 미나미:(네 품에 여전히 고개를 묻은 채 숨을 고르다 고개를 양옆으로 내젓는다.) ...싫어, 더 있을래. 이 정도면 심한 것도 아니고... 나 더 있을 수 있어... 아직 돌아가자고 하지마.
나기사 유우마:(너를 꼭 안은 채 네 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린다.) ... 나는 네가 제일 중요하다고. 지금도 당장이라도 너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미나미가 원하는걸 막고 싶지도 않다.) ... 알겠어. 너무 오래 돌아다녔나봐. 일단 밖에 나가서 앉아서 좀 쉬자. (네가 괜찮아졌는지 확인하고 가게에서 나와 쉴 곳을 둘러본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제 고집이란 고집은 전부 들어주는 네가 참 바보같고 고마웠다. 어리광쟁이 아가씨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꼭 네 곁에만 있으면 어리광을 피우게 되는 것 같아.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네게 의지했던 체중을 일으켜 밖으로 걸음을 뗀다.) 그럼 근처 벤치에 잠깐 앉자. 아무데나 괜찮으니까...
나기사 유우마:하여간 고집은... 이 마을에선 네가 1등일거다. (진심같은 농담을 던지고는 너의 손을 꼭 잡고 근처에 있는 벤치로 간다. 벤치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너를 앉히고 바로 옆에 앉는다.) 뭐 마실거라도 사올까?
미나미쿠로 미나미:아니, 그냥 옆에 있어. (행여나 네가 자리에서 일어날까 맞잡은 손을 제 쪽으로 당겨온다.) 그냥 이명일 뿐인데 뭐...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 네가 하도 유난이라 쉬자고 한 거지. (정말 괜찮아졌음을 알리는 것처럼 평소답게 농담을 하며 작게 웃어보였다.) 기껏 놀러 나와서 걱정만 시키네.
나기사 유우마:(손이 당겨지자 그대로 자리에 앉는다.) ..... 진짜 괜찮은거 맞지? 하여간... 잠시라도 눈을 땔 수 없다니까. (고개를 돌려 너와 잠시 마주 보고는 바람에 따라 살랑이는 네 머리카락을 정리해준다.) ... 자꾸 날리길래.
미나미쿠로 미나미:고용인이 고용주한테 눈을 떼면 쓰나. (장난스레 웃고는 네 손을 만지작거린다.) 날리는 건 네 머리카락도 마찬가지야, 바보. ...아무튼, 놀라게 해서 미안. 나 정말 힘들면 고집 안 피우고 돌아갈테니까... 내가 먼저 가자고 하기 전에 돌아가자고 하면 안 돼. ...알았지?
나기사 유우마:알겠어. 알겠으니까 아프지나 말라고... 사람 속도 모르고 말이야. (네 볼을 살살 쓸어내리며)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절대 참으면 안된다? ...다 쉬었으면 이제 더 구경하러 가볼래?
미나미쿠로 미나미:안 참아, 걱정마. (미안한 듯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무기점은 네가 가고 싶다고 했던 곳인데 나 때문에 중간에 나와버리고... 다시 갈까? 아니면 너 더 가고싶은 곳 없어?
나기사 유우마:괜찮아, 볼 건 다 봤으니까 다른데 가보자. 나는 이제 됐으니까 너 가보고 싶은 곳으로 가. 언제 또 밖에 나올지 모르는데 나온 김에 보고싶은건 다 보고 가야지. (안 그러냐며 씩 웃어보인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정말 괜찮아? 으음... 그럼 분수대 구경이나 할까? 왜, 그런 미신도 있잖아. 뒤돌아서 동전을 던져서 작은 분수대 안에 들어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던가, 사랑이 이루어진다던가 하는. 여기 분수대에는 그런 미신 없을까?
나기사 유우마:나참.. 그런 허무맹랑한 미신을 믿어? (피식 웃으며 말은 그렇게 하면서 발걸음은 분수대 쪽으로 향한다.) 어제 사람들이 분수대에 모여서 뭐 하나 했더니 이런걸 하는 거였나보네. 한 번 던져볼래?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동전 하나를 꺼내 쥐어주며)
미나미쿠로 미나미:왜~ 재밌잖아. 난 이런 거 좋던데. 좋아, 그럼 한 번 던져볼까. (쥐어준 동전을 매만지다 이내 뒤돌아 분수대를 향해 던져본다.)
행운
기준치:
70/35/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어떻게 됐어?? (얼른 뒤돌며)
나기사 유우마:(ㅋㅋㅋㅋ) 장난해?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더 꺼내며) 내가 한 번 해본다. 잘 봐라 이렇게 던지는거야~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
미나미쿠로 미나미:.......멍청이. (피식...)
나기사 유우마:...... 뭐라고 그랬냐...(빠직..)
안되겠어 한번 더 해. (동전을 더 꺼내 나 하나 너 하나 쥐어준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이게 무슨 내기야? 분수가 소원을 들어주는게 아니라 들어가면 서로 소원 들어줘야할 것 같은데. (웃음을 터트리고는 동전을 쥐고 다시 뒤를 돈다.) 하나둘셋 하면 같이 던지자. 하나, 둘, 셋~
미나미쿠로 미나미:뭐야, 까탈스럽게~ 궁금한데... 뭘 그렇게 비밀로 할 정도로 대단한 소원을 비셨대? (장난스레 네 팔을 툭 치고는)
나기사 유우마:그렇게 궁금해..? 그럼 너는 무슨 소원 빌었는데? 너 부터 알려주면 나도 말 해줄게. (나만 알려줄 순 없다며 키득거린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음... 나도 비밀! 난 못 알려주겠어. 네 소원 궁금한 건 좀 아쉽긴하지만... (슬쩍 올려다보며 옷자락을 당긴다.) 그냥 알려주면 안 돼?
나기사 유우마:응 안돼~ (씩 웃으며) 그렇게 올려다보는거 금지. 너도 안 알려주면서.. (네 볼을 살짝 잡아 늘리고는 놔준다.) 그래도 나중에는 알려줄게. 별로 대단한 소원도 아니야~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궁금해하지마.
미나미쿠로 미나미:치... 그래도 궁금한데... 나중에 꼭 알려줘. 궁금한 거 못 참아~~ (잠깐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가 이내 풀고는 장난스레 웃으며 너를 와락 껴안는다.)
나기사 유우마:그래.. 나중에 꼭 알려줄게. (그런 너의 표정 하나하나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푸핫 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너를 꼬오옥 마주 안고는 살짝 들어 한바퀴 빙그르 돈다. 지금 이 순간이 그저 즐거운지 늘 무표정이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오늘 왜 이렇게 방긋방긋 웃어? 사람 설레게... (장난스러운 투로 말하고는 한 번 더 꼭 안았다가 먼저 널 놓아준다.) ...나 오늘만 반복돼도 행복할 것 같아.
나기사 유우마:내가 웃으면 설레? (쑥쓰러운지 작게 웃음을 흘리며) 나도 마찮가지야. 평소에도 좀 더 이렇게 너랑 같이 있고 싶었는데.. (네 손을 잡고 만지작거리더니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그러고는 한번 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아직 축제가 남았잖아. 최고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오자.
미나미쿠로 미나미:응... 나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널 훨씬 더 좋아하고 있으니까... (분위기에 취해서일까, 들뜬 마음에서일까. 평소라면 전하지 못했을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아본다. 다만 솔직한 입과 달리 부끄러운 얼굴을 숨길 수가 없는게... 붉어진 얼굴로 널 가만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시간도 분명 행복할거야. 너랑 같이 있잖아.
나기사 유우마:..그 말 진심이야? (붉어진 너의 얼굴을 보더니 덩달아 얼굴이 달아오른다.) 나도 그래.. 나도 널 좋아한다고.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고있는지 너는 상상도 못할거야. ..사랑해 미나미. (너의 고백을 들어서 그런걸까, 그동안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하는게 뭐가 어려웠냐는 생각이 들 만큼 오늘따라 솔직하게 꾹꾹 눌러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럼, 당연하지.. 죽을때까지 같이 있어준다고 했잖아? 난 약속한건 반드시 지킨다고.
미나미쿠로 미나미:당연히 진심이지... 나도, ..나도 널 사랑해. 내 진심을 다 해서... 이런 말 부끄럽다... (참다못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는 양손으로 뜨거운 얼굴을 덮어 가렸다. 한 번 터진 입은 멈추질 못 하고 부끄러움만 늘어간다. 평소에도 나름대로 표현한다고 했던 건데 그걸로 익숙해지기엔 턱없이 부족했나보지... 화제라도 돌릴 겸 괜히 다른 이야기를 해본다.) 그럼 얼른 다른 곳도 둘러볼까..!
나기사 유우마:뭘.. 다 말해놓고 부끄러워하고 그러냐?.. (이 쪽도 마찬가지로 쑥쓰러워져 괜히 뒷목을 긁적인다. 네가 화제를 바꾸자 이리저리 눈을 굴려 갈만한 곳을 찾아본다.) 그래. 이번엔 어딜 가볼까.. 저기 가볼래? (두리번 거리다 어느 노상점을 가리킨다. 팔찌나 헤어핀같이 여러가지 장신구를 모아두고 파는 곳인 것 같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어디? (네가 가르키는 곳을 따라 시선을 돌리며) 아, 응. 좋아! 저기로 가보자. (먼저 걸음을 옮기며 붉어진 얼굴을 식히려는듯 짧게 손부채질을 한다.) ...콜록, (아, 긴장이 풀린 탓인가 문득 올라온 잔기침을 뱉고는 괜히 옷을 더 여미었다. 가벼운 잔기침이라 다행인가...)
나기사 유우마:(기침소리에 네 안색을 슬 살피고는) 혹시 춥거나 하진 않지? 조금이라도 어딘가 안 좋아지면 꼭 말해줘. (이 말만 오늘 몇 번째인지.. 그럴때마다 너는 늘 괜찮다고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건 어쩔 수 없다.) ...그러고보니 너는 머리장식은 잘 안하더라. (노점상 앞에 서서 나비모양 머리핀 하나를 만지작거리더니 너의 머리카락에 한번 갖다대본다.)
미나미쿠로 미나미:괜찮아, 잔기침이야 늘 하던 거니까 큰일은 아니야.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웃어보인다. 이러면 네가 조금이라도 안심해주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로 네 옆에 조금 더 붙어 섰다.) 머리장식? 음... 그러게. 그러고보니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지? (머리핀을 대주자 네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맞춘다.) 네가 보기에 어떤 것 같아?
나기사 유우마:(대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한지 직접 머리핀을 달아주고는 네 모습에 홀린 듯 빤히 쳐다보다가 씩 입꼬리를 올린다.) 응, 예쁘다. (너도 한 번 보라며 거울 앞에 너를 세우며)
미나미쿠로 미나미:...예뻐? (예쁘단 말에 쑥스러운듯 웃어보이며 어색하게 거울을 바라본다. 머리장식은 오랜만인데... 안 하던 것이라 역시 제 눈에는 어색해보이기만 했다.) 정말 괜찮은 것 같아? 난 잘 모르겠네...
나기사 유우마:예쁘기만 한데 뭘.. (잘 어울린다며 살짝 붉어진 얼굴로 대답한다.) 이 참에 하나 사자. 제일 마음에 드는걸로 하나 골라봐. 이것도 잘어울리고.. 아, 저것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진열되어있는 장식품을 이것저것 집어 너의 머리에 갖다대보며)
미나미쿠로 미나미:(이것저것 대주는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음... 난 고르기 어려운 것 같으니까 네가 골라줄래? 네가 골라주는거면 다 좋아.
나기사 유우마:그럼... 이거 어때? (제일 처음에 달았던 머리핀과 비슷한 디자인의 파란색 나비모양 머리핀을 고른다. 머리핀을 옆머리 쪽에 달아주고는 너를 이리저리 훑어본다. 음, 역시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어.) 어때, 예쁘지? (아까 어색해했던 너를 생각해서 잘 어울린다는 말도 꼭 덧붙인다. 거울을 보여주며)
미나미쿠로 미나미:(뭔들 싫을 수가 있을까, 네가 골라주는 건데. 네 눈에 예뻐보이기만 한다면야 정말 뭐든 좋았다. 고개를 몇 번 돌려보며 거울을 바라보다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마음에 들어~
나기사 유우마:(마음에 든다는 말에 저절로 표정이 밝아진다.) 그럼 오늘 하루동안 그러고 있어야해? 그것도 선물이야. (가게 주인에게 돈을 바로 지불한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오늘 벌써 두 번째 선물이야. 너무 많이 해주는 거 아냐? (장난스러운 투로 말을 건넨다.)
나기사 유우마:(큼큼,) 내가 뭐 선물하는거 흔한 일 아니니까 그냥 받아~ (평소에 이렇게 같이 밖에 나오는건 드문 일이니까 오늘만큼은 평소에 못해줬던걸 잔뜩 해주고싶은 마음이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알았어~ (슬 웃어보이고는 다시금 네 손을 잡아온다.) ...우리 좀 쉴까? 나 오래 걸은 것 같아.
나기사 유우마:그래, 좀 쉬자.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벤치 근처에 아이스크림이나 음료를 파는 상점을 발견한다.) 미나미, 목 마르지 않아?
나기사 유우마:나도 조금. 가서 마실거 사고 앉아서 쉬자. (상점 쪽으로 향한다.) 뭐 마실래? 나는... 음료말고 바닐라 아이스크림.
미나미쿠로 미나미:좋아~ 나는, 음... 녹차? 따뜻한 걸로.
나기사 유우마:(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녹차를 주문한다. 잠시 후, 주문한 따뜻한 녹차를 받고 미나미에게 건네준다. 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냠냠) 이제 좀 쉴까?
미나미쿠로 미나미:응~ 좀 앉자. 나 발 아파. (두리번거리다 근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옆자리 톡톡.)
나기사 유우마:(네 옆자리에 앉아 말 없이 아이스크림 냠..) 오늘 좀 많이 움직이긴 했지? 이런 시끌벅적한 분위기 원래는 그저 그랬는데... 오늘은 나쁘지 않아. (옅게 미소를 띄고는 눈 앞에 펼쳐진 번화가의 풍경을 응시한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따뜻한 녹차를 코앞에 갖다댄 채 잠시 숨을 들이마시고는 한 입 홀짝인다.) 나쁘지 않았다니 다행이네... 억지로 같이 다녀주는거면 어쩌나 걱정했어. ...넌 내가 고집부리면 싫은 것도 다 들어주니까.
나기사 유우마:...너랑 같이 있으니까 좋은거야 바보야. .. 너랑 같이 하는거라면 뭐든 좋아. 이건 진심이야. (말 해놓고 쑥쓰러운지 말 없이 아이스크림만 먹어대더니 어느새 다 먹어버렸다.) ...축제,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러더니 너를 보고는 입꼬리를 올려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2nd Day, PM 04:39
:자자, 줄 서세요 줄! 피레타 연극단의 놓칠 수 없는 오늘의 공연~
입장권 판매 진행중입니다~ 한 사람씩 차례로!
얼마나 번화가를 돌아다녔을까요?
꽤 느지막한 오후로 내내 부드럽게 내리쬐던 햇볕이 조금은 덜해질 시간입니다.
...그리고,
저기 붉은 벽돌 외벽의 건물 앞에서 로즈 스트리트가 떠나가라 소리치는 사람은 피레타 연극단의 단원인가요?
행운 판정.
나기사 유우마:
행운
기준치:
50/25/10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이제 막 입장권을 팔기 시작한 건지, 단원이 가리키는 줄에는 이제 막 사람들이 모여드는 참입니다.
연극을 볼 예정이라면 지금이야말로 최적의 타이밍!
미나미쿠로 미나미:유우마, 어제 말했던 연극단이 저기지? ...우리 보러가자!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눈을 반짝이는 듯, 어쩌면 들뜬 듯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 약한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난 걸지, 당신이 미처 발을 떼기도 전에 한껏 팔짱을 끼고는 당당히 줄로 다가가는 꼴이란...
정말이지, 이럴 때는 바깥에 잘 나오지 않았던 게 태가 납니다.
둘이 줄로 다가가 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입장권을 구매합니다.
입장권 값의 걱정은 없어요.
그야, 미나미의 재력은 상당하잖아요?
......그나저나,
입장권에 새겨진 좌석이 바로 앞자리예요!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군요.
나기사 유우마:나 이렇게 앞자리에서 보는건 처음이야.. 운이 좋았다. 그치? (평소의 모습과는 다르게 묘하게 들떠보인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응! 이렇게 딱 볼 수 있게 될 줄 몰랐어. 다행이다~ (덩달아 들뜬 기운으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아직 시작 전까지 조금 남은 것 같은데, 자리에 앉아서 기다릴까?
나기사 유우마:그래, 미리 들어가있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너의 손을 잡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간다.)
손을 맞잡은 채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면,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가벼운 간식거리를 파는 사람들이 돌아다닙니다.
가만히 시작을 기다려도, 원한다면 사먹는 것도 괜찮겠네요.
나기사 유우마:미나미, 출출하면 뭐라도 먹으면서 볼래? (간식거리를 파는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보내며)
미나미쿠로 미나미:난 괜찮아. 너는? 너 혼자 먹어도 괜찮은데. 이런거 볼 땐 꼭 입이 심심하잖아~
나기사 유우마:그럼.. 하나만 살 테니까 너도 먹고싶을때 먹어. (감자스틱을 계산하고 받아온다.) 간식도 샀으니까 이제 자리로 가볼까?
미나미쿠로 미나미:응, 가서 앉자. (네 손을 잡아 끌고 지정된 자리를 찾아간다.)
짝짝짝짝짝―
입장권에 새겨진 자리에 앉고 얼마간이 지나면, 주변의 박수소리와 함께 반쯤은 환했던 조명이 꺼집니다.
시작하려나봐요.
꼬끼오―!
누군가의 성대모사일지 꽤 사실스러운 닭 울음소리가 무대를 메우고 사그라들 때면, 기다렸다는 듯이 조명이 환해집니다.
무대는 평화로운 농가.
작은 농가에서 주황색의 머리칼을 하나로 올려 묶은 소녀가 나와서 기지개를 폅니다.
꽤나 성실해보이는 소녀의 이름은 레일리.
꽤 귀엽고, 호감이 가는 인상입니다.
그 인상대로 레일리는 마을사람들에게서 평판이 좋은 편입니다.
마을사람A: 레일리, 이걸 옆 집 아저씨에게 가져다주지 않겠니?
마을사람B: 아냐 레일리! 우리집 밭일 좀 도와줘.
마을사람C: 다들 그러지 말어, 애가 곤란해하잖아. ...우리집에서 딸기잼 만드는 걸 도와주는 건 어때?
그건 바로 레일리가 호감가는 인상만큼이나 어떤 일이든 척척척! 해내기 때문이었죠.
마을 사람들은 곡식이나 합당한 만큼의 돈을 주며 레일리를 데려가려고 안달입니다.
그렇게 난처한 가운데, 레일리가 마을 사람들의 제안 사이에서 갈등하다 무언가를 '선택'하는 장면은 꽤 과장되어 있단 느낌이 들도록 연출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일리는 마을 촌장의 부탁을 받습니다.
마을 촌장: 레일리, 네가 우리 마을에서 가장 일을 잘하니 이번에 우리 마을에 온다는 부잣집 도련님을 돌봐주는 건 어떻니?
삯은 넉넉하게 챙겨준다고 하더구나.
소위 말하는 있으신 분에 해당하는 자제분이 이 마을에 온다지 뭐예요?
그런데 이상하죠.
그 잘났다는 집에서 이 시골에 데려올 고용인 하나 없었는지 마을 촌장에게 이곳의 사람 한 명은 삼 년은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주며 괜찮은 사람을 소개시켜달라고 했답니다!
일단 그 삼 년치가 선금이고, 월급은 또 따로 주겠다네요!
이게 무슨 일이람?
그 행운의 주인공이 레일리가 된 거예요!
레일리는 여태 여러 고민들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했던 것과 달리 말을 듣고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승낙해버립니다.
그렇게 당장 일주일 뒤부터 시작된 도련님 모시기!
조명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면 으리으리한 저택의 내부입니다.
도련님은 이 시골에서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외진 곳의 큰 저택을 리모델링해 그곳에서 지냅니다.
무대를 등지고 있어 제법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도련님은 노크소리에 무대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척봐도 유약해보이는 인상, 예민해보이는 다크서클, 창백한 피부...
한 미모하는 배우를 섭외한 모양입니다.
노크하고 들어온 레일리가 친절히 몇 마디를 붙여본 끝에 돌아오는 건 도련님이란 작자의 이름 뿐입니다.
에스칼 D. 라폰드네...
라는데 그냥 에스칼이라고 부르라네요.
그러고는 또 말이 없습니다.
......저,
저 싹퉁바가지 없는 것을 봤나!
레일리가 여태 마을에서 좋은 평판을 갖고 일할 수 있었던 건,
일처리가 확실하기도 해서였지만 어느 정도는 사람과 잘 어울리는 활달하고 털털한 성격에, 적당히 화도 낼 줄 알았던 게 그 이유일 거예요.
레일리는 과장되게 발소리를 내며 에스칼에게 다가가더니, 머리를 한 대 쥐어박습니다.
에스칼은 당황한 듯이 레일리를 보고, 레일리는 에스칼을 보고 당당하게 양 팔로 제 옆구리를 짚고.
그게 둘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런 나레이션이 깔리고 조명이 꺼집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어쩌면 진부하고, 어쩌면 운명적으로.
둘은 친해집니다.
제가 돈 받은 몫 이상을 오기로 해내는 레일리와 그런 레일리를 부담스러워하는 에스칼은 좋든 싫든 긴 시간 붙어 있을 수 밖엔 없었으니까요.
저택은 마을 외곽에 있고, 그 큰 저택에 사는 건 에스칼과 레일리 뿐인 걸요?
그렇게 성실한 레일리는 기어코 거대한 저택 앞이 휑하다며 장미를 심어 작은 장미정원을 가꿉니다.
에스칼과 어지간히 친해졌을 때였죠.
그 즈음부터 에스칼이 레일리를 유독 다정히 대하고, 누구는 두 손을 모아 입을 가리고 지켜볼 만한,
진부하고 뻔하고 전형적인 로맨스 연출이 몇 장면 이어집니다.
레일리:......에스칼!
하지만 처음 봤던 유약한 인상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에스칼은 실제로 어떻게 손을 써볼 수 없는 병에 걸려있었고, 병세는 나날이 악화되었죠.
그러니까,
이렇게 레일리가 에스칼의 이름을 대놓고 다급하게 부른 날은 에스칼이 강도 높은 기침과 함께 쓰러진 날입니다.
다급히 불리는 이름과 함께 암전.
타이밍이 절묘합니다.
에스칼:레일리, 나는 아마 오늘을 넘기지 못할 거야. 네 일도 오늘 밤으로 끝이겠지. 그러니까, 챙길 걸 챙겨서 떠나.
이제 너는 자유야, 레일리.
어느덧 조명이 들어오고 바뀐 세트장은 밤하늘의 배경에 하얀 별이 섬세하게 총총 박혀 있어 꽤 정교하고,
장미정원을 이루는 장미모형또한 그 모양새가 세련된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미나미 저택의 장미정원만은 아니어도, 이런 모형으로 장미정원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게 신기하네요.
레일리와 에스칼은 그런 장미정원에 언젠가 레일리가 설치해 둔 2인용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습니다.
약간의 정적이 흐른 후 에스칼은 여태 털어놓지 않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했고, 레일리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게 이제와서 무슨 상관이냐며 웃습니다.
약간의 훌쩍임은 레일리의 것이겠죠.
한 손으로는 붉게 물들어가는 눈가를 닦고 한 손으로는 에스칼의 손을 조심스레 잡아 깍지낍니다.
또 다시 정적.
이 얼마나 잊기 힘든 풍경인가요,
밤하늘의 별과 달은 하얗게 두 사람을 비추고, 장미는 만개해 두 사람 사이를 그 특유의 향으로 메웁니다.
레일리:그래요, 그날 밤. 그날 밤은 제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레일리의 방백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레일리에게 잠시 집중되고,
이어 에스칼이 입을 열면 스포트라이트는 에스칼에게 향합니다.
에스칼:마지막 부탁이 있어. 내가 죽으면...... 네가 가꿨던 이 장미정원에 묻어줄래?
그 질문이 극장 내부를 잔잔히 울리고도 레일리는 쉽게 대답하지 못합니다.
마을 사람들의 부탁을 도맡을 때에도,
도련님을 처음 맡겠다고 했을 때에도,
과장된 모양새로 연출되었던 '선택'의 순간은 지금에서는 그 선택, 본연의 모습으로 연출됩니다.
잔잔하고도 조용하게.
레일리:......좋아요.
그 말뿐이었습니다.
그 뒤 에스칼과 레일리는 맞잡은 손을 견고히 하고 서로를 눈에 담으려는 듯 마주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잠이 몰려와 조는 레일리를 에스칼은 누구보다도 다정하게, 제 어깨에 기대도록 합니다.
무심한 듯 다정하게 시선은 하늘 어딘가를 올려다보듯 앞을 보면서,
맞잡지 않은 손으로 레일리의 눈을 감겨주듯 부드럽게 눈가를 쓸어내립니다.
에스칼:잘 자. 좋은 꿈 꿔.
그리고 무대는 천천히 암전됩니다.
암전되고 조명이 다시 돌아오는 그 사이에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쩌면 끝이 뻔한 이야기는 오히려 뻔해서 사람의 눈물을 자극하곤 하죠.
......다시 조명이 켜지고,
환해진 무대에는 익숙한 장미 모형에 익숙하지 않고 어설픈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레일리.
누가 말하지 않아도 에스칼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는 명백합니다.
마을사람A: 레일리― 짐 다 챙겼니?
레일리:네, 가요.
누군가가 레일리의 저택 생활 청산을 도우러 온 것일지 무대 밖에서 들리는 소리.
레일리는 대충 대답하고는 그 쪽으로 다가섭니다.
중간쯤 가다 뒤돌아보는 장미정원에는 장미만이 만개해 있습니다.
한 때 레일리가 사랑했고, 이제는 누구에게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장미와 마지막을 맞았습니다.
행복하겠죠.
레일리는 부탁을 들어줬고, 그는 추억의 잔재속에 소원대로 묻혔는 걸요.
이 저택도, 이 장미정원도.
레일리가 발걸음하지 않는다면 이젠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곳이 될 겁니다.
이 저택은, 이 이야기는 이걸로 묻힐까요?
글쎄요, 기억해줄 당신만 있다면 이 이야기는 영원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짝짝짝짝짝―
연극이 시작할 때와 비슷하지만, 더 큰 박수소리가 극장 내부를 메웁니다.
일부는 감동받은 듯 기립박수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연극에서 봤던 익숙한 레일리와 에스칼, 그 외 조연들이 무대에 나란히 서서 관객들에게 손을 흔듭니다.
과연, 피레타 연극단의 명성은 괜히 자자한 것이 아니었군요.
괜찮은 연출에, 괜찮은 배우, 괜찮은 소품으로 이루어진 잘 짜인 연극입니다.
꽤 긴 시간 박수가 멈추지 않아 자연스레 퇴장도 늦어집니다.
당신의 옆자리에 앉은 미나미도 연극이 꽤 만족스러웠던 건지 어째...
사람들이 슬슬 빠져나가는 지금도 어떤 생각에 골몰해있는 눈치네요.
나기사 유우마:미나미, 연극 끝났는데. (네 팔을 한번 툭 건들며) ..어땠어?
미나미쿠로 미나미:아, 응..?! (깜짝 놀란듯 조금 움찔하고는 저도 모르게 흘렸던 눈물을 급히 닦아낸다.) 아하하, 울어버렸다. 진짜 슬펐어.
나기사 유우마:너 울어? (우는 너의 얼굴을 보니 저절로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런 너를 묵묵히 보다가 네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준다.) 슬펐냐.. 완전 울보네, 너. (일부러 장난스러운 말을 툭 내맽으며)
미나미쿠로 미나미:그치만 완전 울라고 만든 연극이었잖아~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젖은 눈으로 널 바라보며 네 얼굴을 살핀다.) 넌 안 슬펐어? 감성이 메말랐어 완전.
나기사 유우마:뭐래~.. 나도 조금은 슬펐거든? .. 이상하게 보면서 너 생각이 많이 났어. 너는 저런 식으로 나 두고 가버리면 안돼. 알겠지..? (손바닥으로 네 볼을 감싸고는 천천히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미나미쿠로 미나미:...바보, 괜한 소리 하기는. (제 뺨을 쓸어내리는 네 손등을 덮어 감싼다. 지금 이 감정을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차마 입을 뗄 수 없어 온전히 너만을 시선에 담으며 잠시간 침묵을 고했다.) ...너야말로 날 두고 가버리면 안 돼. 죽을 때까지 곁에 있어주기로 약속했지? (미미하게 웃어보이며 네 손을 꼭 붙잡는다.) ... ...슬슬 일어날까.
나기사 유우마:(당연하지. 네가 안심할 수 있도록 있는 힘껏 웃어보인다. 죽을 때까지 곁에 있어주기로 한 약속,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킬거야. 그 생각을 다시금 머리속에 되새기고는) 그럼, 갈까? (자리에서 일어난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사람들이 대부분 빠져나가고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까지도 네게서 눈을 떼지 못 한 채 시선을 고정했다. 또 이런 순간이 올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스칠 때, 이래도 되는걸까 스스로 판단할 새도 없이 네 손을 당겨와 낮아진 네 뺨에 입을 맞추고 느리게 멀어진다.) ...갑자기 미안.
나기사 유우마:(어떻게 할 새도 없이 뺨에 맞춰진 너의 입술..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했는지 뺨이 붉어진다.) ... 눈 감아 미나미. (고개를 낮추어 조심스레 다가가 네 입술에 입을 맞춘다. 맞닿은 입술이 천천히 떨어지고 제 눈동자에 온전히 너만을 담고 싶은지 그저 계속, 말 없이 너를 바라보고는 꼭 안아준다.) ..불안해 하지마. 내가 항상 네 옆에 있으니까...
미나미쿠로 미나미:(눈 감아, 미나미. ...분명 고용인이 고용주에게 감히 할 수 있는 말은 아닐 게 분명했다. 꼭 지금만큼은 고용인과 고용주가 아닌, 그저 너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여지껏 지금처럼 벅차오른 순간이 또 있었을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어떤 순간에 빌었던 소원이었다. 더 이상 너와 나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면, 오늘에 멈춰있을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을텐데. ...부드럽게 맞닿았던 입술이 떨어지면, 순순히 감았던 눈을 느리게 떠올린다.) 나, 이제 네가 없는 삶은 감히 꿈 꿀 수도 없어. ...널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유우마.
나기사 유우마:(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금방이라도 없어질 것 같은 네가 내 곁에서 오래오래.. 언제까지나 밝고 활기찼던 그 모습 그대로 남아줬으면 좋겠어. 그게 내 소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제 품에 안고 있던 너를 천천히 놓아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난 이제 네가 없으면 안돼. 나한테는 너 밖에 없어... ...사랑해, 미나미.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만의 아가씨. (허리를 숙여 너의 손등에 짧게 입을 꾹 맞추고 부드럽게 미소짓는다.) ..이제 그만 가볼까? 아직 즐겨야할게 남아있잖아.
미나미쿠로 미나미:(네 얼굴을 마주보며 따라 부드러이 웃어보인다.) ...응, 이제 나가자.
2nd Day, PM 06:34
미나미와 함꼐 바깥으로 나오면...
어쩐지, 조금 전보다도 더 들뜬 분위기 같지 않나요?
평소 같으면 다들 저녁 준비에 한창일 때라 꽤나 한산해질 시간의 거리가 한낮과 같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펑―!
그렇지만 역시 이상한 일은 아니에요.
얼마간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폭죽소리가 평안기원제의 시작을 알리고 있으니까요.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하늘을 수놓는 붉은 색의 폭죽이 있습니다.
로즈 스트리트, 라는 이름답게 장미모양이에요.
펑, 펑―
폭죽 소리가 몇 번 더 들리더니 같은 색의 붉은 장미가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별들과 함께 하늘을 장식합니다.
저택의 붉은 장미와 비교하면 향도 없고, 모양도 금세 흐트러지는 것이지만 한순간 눈에 담기에는 부족함없는 광경이군요.
각자가 아끼는 사람에게 한 마디씩 건네는 소리는 거리 전체를 메워서, 소음마저도 혼잡합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뭐해? 그렇게 멀뚱히 서서.
그 광경이 꽤나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따스했나요.
잠시 정신을 어딘가에 두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건네온 한 마디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당연 당신의 작은 주인님이 있었겠죠.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눈을 반짝이는 듯, 어쩌면 들뜬 듯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 전개, 뭔가 익숙한데요.
잠―
굳이 말을 덧붙일 필요도 없다는 듯 당신이 미처 발을 떼기도 전에 이번에는 한 손을 잡아 당당히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어가는 꼴이란...
정말이지, 이럴 때는 바깥에 잘 나오지 않았던 게 티가 난다니까요.
그 약한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난 걸지......
지능 판정.
나기사 유우마: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러고 보니,
오늘 꽤 오랜 시간 돌아다녔습니다.
정오가 채 되기 전에 번화가에 도착해서 하루종일 구경하다가, 또 연극을 보고, 또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걷고 있잖아요?
당신의 미나미는 오늘 몸상태가 좋다고는 했지만...
정말 괜찮은 걸까요?
나기사 유우마:미나미 잠깐, 몸은? 괜찮아? (네 어깨를 턱 잡고 너의 상태가 어떤지 이리저리 살펴본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돌아다니겠어. 괜찮아. (제 상태를 이리저리 살피는 네 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웃어보였다. 그 말 속에는 어쩌면, 절박함마저 묻어나왔을 터였다. 무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렇지만... 이 정도 무리쯤은.) 나 괜찮아, 유우마.
나기사 유우마:(....안된다고 해야하는데, 너를 당장 말리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렇게나 들떠 있는 모습의 너는 오랜만이라 그런걸까, 어째서인지 그런 말들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크게 한숨을 쉬고는) ...알겠어. 대신 쓸데없이 많이 움직이지 않기. 이동할 때 빼고는 나한테 기대서 서있기. 이것만 지켜주면 축제가 완전히 끝나고 돌아갈게. 누누히 말했지만, 혹시라도 몸상태가 나빠지면 나한테 바로 말하기. 알겠지? (퍽 단호한 표정으로 너의 대답을 기다린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쓸데있으면 많이 움직여도 되는거야? (단호한 네 말투며 표정에 장난스레 묻고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넌 내 걱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 (네 손을 살며시 붙잡으며 시선을 맞추고는) 그럼 슬슬 걸어볼까? 평안을 기원하는 로즈 스트리트 말야.
나기사 유우마:하여간 한 마디도 안 진다니까.. (너의 말에 장난스레 째릿~ 보고는 잡힌 손을 더욱 꾹 잡고 시선이 마주치자 살풋 웃는다.) 가자. (너에게 맞춰 좁은 보폭으로 천천히 천천히, 길을 따라 걸어간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너와 함께 행렬을 따라 걸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다들 즐거워보여. 오늘이 축제라 특별한건지, 아니면 번화가는 늘 이렇게 즐거웠던건지 궁금해지네.
나기사 유우마:그러게.. (너를 따라 여기저기 주위를 주욱 둘러본다.) 특별히 오늘 더 즐거운게 아닐까, 어제 잠시 왔을때도 다들 활기가 넘쳐보였거든.. 몸 상태가 좋아지면 몇 번이라도 더 와보자. 그 때는 오늘 안 가본 곳까지 다 가보는거야.
미나미쿠로 미나미:...좋아, 대신 그 전까지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오는 건 안 돼. (장난스런 투로 대답하며 슬 웃어보인다.)
나기사 유우마:(그런 너의 말에 풋, 하고 웃음이 터져나온다.) 너 말고 같이 갈 사람이 누가 있다고.. (쓸데 없는 걱정 말라며 손을 앞뒤로 천천히 흔든다.)
미나미쿠로 미나미:혹시 모르잖아, 네 마음이 변해서 다른 사람을 좋아하기라도 하면 그땐 그 사람이랑 오게 될지도... (네 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언젠가 그 빈자리를 다른 사람이 채우게 되겠지. ...조금 짖궂은 농담이었을까. 분명 이 말이 네게 상처가 될 거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왜 내뱉고 마는걸까, 뒤늦게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너와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이렇게 한심하게 보낼 수 없는데.) ...미안, 이런 말은 하면 안 됐는데.
나기사 유우마:... 미나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 뿐이야. 이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이건 절대 변하지 않아. 이 자리에서 맹세할게. (너만을 평생 사랑하겠다고, 너를 마주보고 서서 너의 두손을 꼭 잡는다.) 나 유우마는 미나미, 나의 아가씨와 평생을 함께하고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맹세의 말을 내뱉은 유우마의 표정은 부드럽지만 단호했다. 옅은 미소를 띄고는 너를 바라보며) 아직도 내 진심을 모르겠어? 내가 너를.. 이렇게나 사랑하는데. ...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마.
미나미쿠로 미나미:아냐, 모르긴...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단호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네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제 두 손을 붙잡은 네 손을 꼭 맞잡는다.) 나도 맹세해, 내 삶이 다 할 때까지 널 사랑하겠다고. ...그런 말 해서 미안해.
잠시 당신의 손을 놓은 미나미는 뒤돌아 당신의 맞은 편으로 몇 발짝 걸어나갑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오늘 연극 재밌었지?
문득 물줄기가 낙하하는 소리가 미나미가 건넨 질문 사이를 메웠던 것은 계속해서 걸어 도달한 이곳이 익숙한 로즈 스트리트의 분수대 바로 앞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이곳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그러고는 다시금 뒤를 돌아 당신을 마주보고,
가만히 손을 내밉니다.
저녁바람이 당신과 작은 주인님의 사이를 갈라놓습니다.
사람의 소음과 분수대의 소리 사이를 미나미가 비집는 것만 같습니다.
그제서야 경쾌한 톤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음색이 귓가에 맺힙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분명 재밌었을 테니까, 마지막까지 즐거웠으면 해서.
유우마, 나랑 춤추지 않을래?
아, 그제서야 주변의 풍경이 제대로 눈에 들어옵니다.
경쾌한 톤의 악기가 만들어내는 음색은 한 무리의 떠돌이 악단의 것으로,
그들은 로즈 스트리트의 분수대를 중심으로 빙글빙글 돌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여태 당신과 미나미의 곁에서 함께 걷던 사람들도 그 음색에 정신이 팔려 분수대를 중심으로 둥글게, 둥글게.
함께 온 사람과 춤을 추고 있네요.
스탭이 엉성해도, 한 바퀴 돌다가 넘어질 뻔 한 걸 잡아도, 누군가는 제 연인의 허리를 잡고 빙글 돌아도...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그저 즐거운 듯이.
이 틈에 끼어든다면 춤에 익숙하지 않다 해도 상관이야 없겠죠.
즐겁기만 하면 될 거예요.
나기사 유우마:.. 나 춤은 잘 못 추는데. (어색하게 네 앞으로 손을 내민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뭐 어때, 춤은 마음으로 추는 거잖아. (가볍게 웃어보이고는 다시금 네 손을 맞잡으며 너를 이끌듯 천천히, 부드럽게 스탭을 밟기 시작한다.)
나기사 유우마:(너를 따라 한 발짝 한 발짝, 너에게 맞춰 스탭을 밟는다. 지금 이 순간 만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온전히 제 눈 앞에 있는 미나미에게만 집중을 하려는 듯 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형식에 맞춰진 춤이 아닌 그저 몸이 움직이는대로 자유롭게 춤을 추다 보니 어쩐지 홀가분해지는 기분이다.) 나 잘 하고 있는거 맞아?
미나미쿠로 미나미:응, 잘 하고 있어. 오늘은 발도 안 밟잖아? (장난스레 이야기하며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천천히 돌며 춤을 추면, 처음에는 조금 삐걱거렸던 몸도 점차 익숙해집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요.
미나미쿠로 미나미:있지, 유우마.
미나미가 눈을 맞춰 옵니다.
여전히 주변을 메우는 음색에 맞춰 움직이는 발과 발 사이로, 그 움직임에 흔들리는 머리칼 사이로...
미나미는 눈꼬리를 미세하게 휘고, 입꼬리를 올려 웃습니다.
즐겁다거나 아쉽다거나, 슬프다거나 기쁘다거나.
무엇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표정.
그 사이 해가 집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연극 있잖아, 너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어.
순간 미나미가 발을 멈춥니다.
분수대를 둘러싸며 춤을 추던 사람들이 멈칫하는 듯 싶다가도 이내 자연스레 미나미와 당신을 피해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옮겨갑니다.
문득 당신의 작은 주인님과 시선을 맞춰 가만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경쾌한 웃음도 흐려진다는 생각은 착각일까요.
가볍게 불어오는 저녁바람은 발걸음을 옮길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미나미를 스칩니다.
그럼에도 미나미는, 무엇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표정이 여전히 같았습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만약에 '에스칼'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네가 '레일리'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묘한 기시감.
당신은 잠시 할 말을 잃습니다.
문득 지는 해와 함께 미나미를 수놓는 오렌지빛의 햇살이란.
보는 사람의 눈이 다 아릴 정도로 눈부십니다.
...하지만 당신이 할 말을 잃은 이유는 그 풍경이 눈이 부셔서따위는 아닙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그 방법이 '레일리'를 죽이는 일이어도.
너는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
오렌지빛 햇살을 그대로 머금은 채로 그제서야 어울리지 않게 환히 웃는 미나미.
곁의 소음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
따라서 기이하리만치 정적이고 고요한 풍경.
...그 틈에서, 미나미는 당신과 춤을 추려 맞잡고 있던 손을 놓습니다.
고요하고 정적인 풍경은 그렇게 단순한 손짓으로도 쉽게 깨져버립니다.
질문에 미처 답할 새도 없이, 미나미는 이내 미련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말합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슬슬 돌아가자. 오늘 즐거웠어. 아쉽지만 평안기원제, 끝까지 걷진 못 할 것 같아. 슬슬 피곤하거든.
분명 그런 표정에 그런 말일 뿐일 텐데...
왜일까요?
어제 느꼈던, 미나미가 영원히 눈을 감은 듯한 착각.
오늘은 더 놓을 미련은 없다고 말하는 듯한 미나미.
그 모든 것이 눈을 감고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모았던 미나미와 겹치는 것은......
이성 판정.
나기사 유우마: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이성 -3.
나기사 유우마:... 미나미. (어딘가 마음 한켠이 불안해져서 너를 다급히 부른다.) 손... 잡고 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내밀며)
미나미쿠로 미나미:...응, 잡고 가자. (도무지 그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미미하게 웃어보이고는 내민 손을 맞잡는다.)
그래요, 벌써 밤이 깊었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사람처럼 번화가를 둘러보고, 연극을 보고, 평안기원제의 행렬을 따라 걷고, ...경쾌한 음악소리와 섞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춤을 췄죠.
슬슬 돌아갈 때도 되었어요.
당신과 미나미는 분수대 근처 사람이 없는 쪽에 세워져 있던 마차에 올라 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규칙적인 소음을 내며 저택을 향합니다.
창 밖으로는 어슴푸레 빛나는 달과 곳곳에 박힌 별만이 간혹 풍경을 메웁니다.
어쩌면, 밤이라 부쩍 서늘해진 바람소리도 창을 가볍게 두드립니다.
...미나미는 마차에 올라 타서는 꽤나 피곤했던지 꾸벅꾸벅 조는가 싶더니, 잠에 빠져든 지가 꽤 되었습니다.
당신에게 가볍게 기댄지도 꽤 되었고요.
피곤하다면 따라 함께 자는 것도 좋갰죠.
평화롭네요.
이대로 돌아가면...
내일은 또 당신과......
...
마부: 도착했습니다.
...아.
깜박 잠에 들었나요?
혹은 바깥을 구경하며 정신을 빼놓고 있었나요?
어느 쪽이든, 마차는 착실하게 달려 저택 앞에 도착했습니다.
꽤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저택의 불이 켜져있는건, 이 저택의 작은 주인님인 미나미가 아직 귀가하지 못해서겠죠.
마부: 저기, 이제 슬슬 내려주셔...... 아니? 작은 주인님? 안색이 영 아닌데, 아, 아니, 이... 이렇 때가 아니지! 내가 가서 저택의 사람을 불러 올 테니까 딱 어디가지 말고 기다려요, 어?
......마부인가요?
누군가가 저택 가까이로 다급히 뛰어가는 소리가 멀어집니다.
마부가 상태를 확인하러 왔다가 마차 문을 미처 닫지 않았던 것일지, 저택을 나설 때와는 달리 밤바람이 미미한 장미향을 마차 안으로 실어 나릅니다.
가주: ......미나미가?
마부: 예에, 그렇다니깐요? 아니, 마차에서 통 나오질 않으시길래......
몰려드는 사람의 소음,
밤바람을 가르는 다급한 발걸음,
아득히 일렁이는 불빛......
고용인A: 작은 주인님 좀 누가......
고용인B: 세상에 이마가 불덩이가 따로 없네...
마부: 아, 제가 업을게요, 어서 로첼리님한테......
가주: 자네는 전속 고용인이라는 사람이 미나미가 쓰러져 있는데 그렇게 얼어 있어서 되겠나?
상황이 정리되면... 내 집무실에서 보세.
고용인 여럿 사이에서 큰 주인님의 다급하고 날이 선 목소리가 귀끝을 찌릅니다.
찌르는 목소리가 무색하듯 정신이 어지러이 섞입니다.
그 와중에 선명한 기억 하나,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쓰러졌습니다.
그 뒤 기억이 규칙성없이 섞입니다.
어느 순간 당신의 기억이 끊깁니다.
3nd Day, AM 12:14
...
가주: 자네는 제정신인가?
퍼뜩.
이리저리 섞이는 기억이 제자리를 찾는 한 마디가 들립니다.
조금 전...
아니, 시간은 꽤 지났나요?
밤늦게 번화가에서 돌아온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언제 쓰러졌는지도 모르게 쓰러졌습니다.
머리는 불덩이, 손은 얼음장, 불규칙적인 호흡...
마부가 그걸 우연히 발견하고 사람을 불렀고, 그 때도 꽤 늦은 밤이었는데 새벽이 다 된 지금까지도 저택에는 불이 다 꺼지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사 대충 정리가 된 참이었죠, 아마...
그런 이유로, 당신은 지금에서야 마차에서의 큰 주인님의 말씀대로 3층의 큰 주인님의 집무실에 왔습니다.
큰 주인님의 말문이... 꽤 거친 말로 열리는 군요.
가주: 그렇게 오랜 시간 그 애를 바로 옆에서 봐온 사람은 자네가 제일일 걸세. 그걸 알면서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해?
쾅!
고급스러운 재질의 목재탁상이 큰 소리와 함께 울립니다.
탁상 위에 즐비하던 서류가 몇 장 함께 주변에 날립니다.
잘근잘근,
꽤 초조한 듯 보이는 큰 주인님은 그걸로도 부족한지 신경질적으로 앞머리를 쓸어 넘기고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산만하게 움직입니다.
듣기 판정.
나기사 유우마: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가주: ......그러게 진작 내 말을 듣고 티파티를 했으면 좀 좋았나!
......그런 와중에 문득 들려온 혼잣말은, 큰 주인님의 움직임말고는 쥐 죽은 듯 조용한 집무실에 서 있던 당신이 듣기엔 충분했습니다.
티파티?
하지만 말씨가 향한 곳은 꼭 당신이 아니라......
가주: ......후.
그렇게 한참을 정신사납게 굴던 큰 주인님은 어느 순간에야 진정이 된 것일지 탕상을 양 팔로 짚고 간신히 서있는 모양새입니다.
지쳐보이는 게, 그럴만도 했죠.
기억이 뚝 끊길 정도로 정신없었는걸요.
이런 밤에 저택의 전속 의사를 깨우고, 미나미를 옮기고, 온 고용인이 난리가 나서는......
가주: 내가 경솔했네. 자네도 충분히 당황할 수 있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래, 그 번화가도 미나미가 원하는 거였겠지. 자네가 미나미를 생각하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네. 다시 한 번 미안하네.
수고했네, 들어가도 좋아.
그렇게 큰 주인님의 말씀이 있고서야 나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유우마, 돌아가도록 해요.
번화가도 하루종일 돌아다녔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사실은 꽤 지쳤을 거예요.
고급스러운 무늬가 세공된 목재 문을 조심스레 닫으면 문을 닫는 소리가, 2층의 방으로 내려가면 발걸음 소리가 저택에 울립니다.
저벅저벅―
한 바탕 소란스러웠던 저택도, 이젠 가라앉은 지 오래입니다.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미나미가 익숙하지 않은 바깥 공기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있어서 몸이 무리를 한 것 같다고 했던가요.
뜨거운 이마도, 차가운 손도, 불규칙적인 숨도
...시간이야 걸리겠지만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래요 분명 그렇겠죠.
어느새 도착한 당신의 방 문고리를 잡고 들어갈 때가 되면, 미나미의 방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굳게 닫힌 문.
저 안에 미나미가 있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내버려두도록 해요.
일어나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은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고, 그래도 번화가는 재미있었다고 상냥하고 다정하게 말해주겠죠.
지능 판정.
나기사 유우마: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머리가 아파요.
지친 걸까요,
한계치에 이르렀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그래요.
...밤이 늦었습니다.
어서 들어가도록 해요.
달칵,
문고리를 잡아 열며 미세한 소음이 나고, 뒤이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미미했습니다.
당신이 잠자리에 들면 저택에는 완전한 밤이 내립니다.
Last Day, AM 02:12
...
콕! 콕콕콕콕!
......그렇게, 잠드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당신이 눈을 뜨면, 늦게 내린 저택의 밤이 해가 떠오르며 사라지기 한참 전입니다.
콕콕콕콕!
그리고...
정신이 점차 선명해질수록 함께 선명해져가는 딱딱하고 작은 부리로 손등을 쪼는 감각.
이건 미나미의 새가 아니던가요?
게다가, 새의 발목에는 쪽지가 매어져 있습니다.
새는 미처 잠그지 못한 창문 틈새로 들어왔나봐요.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왜 이런 시간에?
나기사 유우마:뭐야.. (눈을 부비적대며) 왜 여기에 있어. (발목 쪽에 있는 쪽지를 발견하고 풀어서 종이를 펼쳐본다.)
......?
쪽지를 새에게서 가져오면, 새는 어쩌면 미나미가 있을 장미정원으로 날아갑니다.
티파티?
...새의 움직임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당신은 당황스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게, 미나미는 조금 전에 쓰러져 방 안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던 게 아니었나요?
미나미의 의중을 알 수 없습니다.
이 새벽에 티파티라니요,
다들 단잠에 절어있을 시간에...
하지만 그런 떨떠름한 감각 속에서도,
부르라면 부르는 대로 가야하는 게 전속 고용인의 운명입니다.
누구도 깨우지 말고 너만.
게다가 그 문구...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저택뒷편의 장미정원을 가보도록 해요.
지금은 밤이 깊었고, 미나미의 변덕은 알 수 없지만.
나기사 유우마:(장미정원으로 달려간다.)
이 저택은 참 넓어서, 장미정원으로 가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 시간이 조급함을 더합니다.
장미정원은 저택의 뒷편에 있다보니 그 쪽에 있는 작은 뒷문으로 나오는 편이 조금 더 빨랐었죠...
의문과 조급함이 섞여 걸음이 빨라지고, 평소보다 빠르게 뒷문의 문고리를 잡아 밀면,
문이 열리는 미약한 소음과 함께 눈 앞에 잘 정돈된 뒷뜰의 모습이 보입니다.
새벽바람이 차갑습니다.
이맘때 초목 특유의 푸르름도 새벽의 어둠에는 묻히고 맙니다.
머지 않아 보이는 장미정원의 입구 앞에는 언제부턴가, 아치형의 지지대를 세워서 장미가 그를 따라 자라도록 했습니다.
이 새벽에도 누가봐도 장미정원의 입구임을 알 수 있는 걸 보면, 헛수고는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장미정원은 유리 온실로 되어 있어서, 내부가 훤히 비칩니다.
어둠이 내려앉고 장미조차 그 아래에서 숨을 죽이는 사이에서 이질적이고 따스한 불빛이 장미정원 안 쪽에서 미약하게 일렁입니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이.
미나미쿠로 미나미:...유우마.
장미정원에 들어서면, 익숙하고 담담한 목소리 끝이 갈라지며 당신을 부릅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유우마... 유우마.
꽤 애타는 듯한 부름이 이어집니다.
몸이 약한 사람은 약한 만큼 예민하다고 했던가요.
추울 텐데도 당신을 환영하듯 활짝 열려있던 유리온실의 입구로 들어와 만개한 장미와 장미 사이를 헤집어,
당신의 작은 주인님을 찾으려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새 기척을 눈치채고 한 마디 건네는 모습은 그 말을 증명합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가면 장미정원의 중앙입니다.
조급하게 걸음했던 차에 차오르는 숨을 그제서야 가다듬습니다.
...도무지 오늘만큼은 미나미의 의중을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크림색의 테이블보가 티파티 테이블에 구김없이 잘 펴져있는 모양새와 고품질의 찻주전자와...
언젠가 쓰기를 만류했던 찻잔 하나,
그리고 일렁이던 불빛의 정체였던 랜턴 하나가 테이블에 놓여 있습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왔어? 앉아, 내 맞은편에 의자를 뒀어.
...애타게 당신을 부르던 것치고는 당신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차분한 모양새가 묘합니다.
태연히 그저께에 들어봤던 것 같은 말을 합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고용인은 전부 자고 있어서 무언가를 더 내올 수는 없겠더라고. 이해해줘.
그렇게 말하는 시선은 온전히 당신에게로 향해있습니다.
미나미는 눈꼬리를 미세히 휘고, 입꼬리를 올려 웃습니다.
즐겁다거나 아쉽다거나, 슬프다거나 기쁘다거나.
무엇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표정.
...익숙한 표정입니다.
문득 일렁이는 랜턴 새로, 창백한 안색과 떨리는 손끝이 비치는 것 같습니다.
나기사 유우마:미나미 너 몸은.. 좀 괜찮아..? 이렇게 나와있으면 안되는거잖아... 들어가자, 얼른.. (네가 너무나도 걱정이 된다는 듯 눈썹이 살짝 팔자로 내려간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조금 우물쭈물하며 바로 대답하지 못 한다. ...네게 무언가 말하기를 망설이는 듯이. 가만히 테이블을 내려다보며 찻주전자를 만지작거렸다.) 음... 일단... 나 때문에 많이 놀랐을 거야, 미안해.
나기사 유우마:(이렇게 버티는걸 보면 일어날 생각이 없다는거겠지.. 가자는 말에 대답이 없자 네가 마련해준 자리에 가서 앉는다. 그렇게 너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저으며) 그런건 아무렇지 않아. 그런것보다 너 지금은.. 괜찮은거지? ..괜찮다고 말해줘, 제발...
미나미쿠로 미나미:(한참을 말 없이 찻주전자를 매만진다.) 글쎄...
Last Day, AM 02:43
미나미쿠로 미나미:...차, 좋아하지?
어떤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나요?
간간히 정적이 내려앉고,
무엇인가 말하려다 입술을 달싹이는 미나미는 또 미미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갑자기, 차라니.
아무리 티파티라며 당신을 불렀던 미나미지만,
조금 전엔 쓰러지고, 남들 다 자는 새벽에 여는 이게 어딜봐서 티파티인가요.
게다가, 찻잔은 오직 하나뿐인 걸요.
이걸로는 둘이서 티파티 구색도 갖추지 못할 텐데...
당신의 의문에 상관없이 일어선 미나미가 미세하게 비틀거립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찻주전자를 들고,
유일하게 테이블을 차지하던 찻잔에 천천히,
......아주,
아주,
천천히......
미나미쿠로 미나미:사과잼은 못 찾겠더라고. 사과홍차로 해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이 차, 꽤 맛이 좋으니까.
......꼭 찻잔이 다 채워지길 바라지 않는 사람처럼.
그럼에도 찻잔은 차오르고,
언젠가에는 당신에게 내밀 만큼의 실론티가 찻잔을 메우겠죠.
차갑게 내려앉은 밤공기 사이로 이질적인 따뜻함이 공기 중에 피어오릅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다시 물어볼 게 있어서 불렀어, 유우마.
찻잔을 메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와중에 미나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저 물음을 끝까지 들으면,
이 모든 것의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미나미쿠로 미나미:만약에 '에스칼'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네가 '레일리'였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냐고 물었었지.
번화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질문이 귓가를 메웁니다.
기이하리만치 고요한 정적을 찻잔을 메우는 소리가 뒤덮습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그 방법이 '레일리'를 죽이는 일이어도. 너는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했지.
거기까지 말한 미나미의 목소리는 담담한 듯 떨렸습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만약 우리가 지금 연극을 한다면, 유우마. ...네가 '레일리'고 내가 '에스칼'이라면...
너는 어떻게 할래?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들린 듯한 기분입니다.
...
곧이어 내내 찻잔을 메우던 소리가 끊겼습니다.
찻주전자는 크림색의 테이블보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습니다.
이윽고 당신의 곁에선 작은 소음마저 흩어져 정적이 됐죠.
장미정원의 유리창 사이로 흘러온 달빛이 당신을 비췄고,
미나미쿠로 미나미:......유우마, 네 차에 독을 탔어.
그 순간 들려온 목소리는 명백한 울음기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이성 판정.
나기사 유우마:
SAN Roll
기준치:
66/33/13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
나기사 유우마:.... 독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제 앞에 놓인 찻잔을 가만히 쳐다본다.) ..... 그럼 이걸 내가 마시면.. 너는 살 수 있어?
미나미쿠로 미나미:(네 말에 흔들리는 시선으로 너를 응시하며)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할까? ...유우마, 나는 아마 오늘 해가 뜨기 전에 죽을 거야.
우리 가문의 사람들은 대대로 몸이 약했고, 가문이 크게 부흥할 때의 조상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건강한 몸으로 오래 살고 싶어했어. 그래서 이계의 신을 숭배하는 교단에 들어갔고, 간절히 염원한 끝에 타인의 건강과 자신의 건강을 맞바꿀 수 있는 주문을 손에 넣었지.
그 주문을 여기다가 걸어뒀어. ......너한테 이 차는 분명히 독이야. 네가 이 차를 마시면 네가 나 대신 죽게 될 테니까. ...너는 내 수명을 대신할 역할으로 부모님이 들여왔던거야.
나기사 유우마:...... (말 없이 너의 이야기를 듣자니 속이 턱턱 막혀왔다.) 그럼 내 목숨과 네 목숨을 맞바꾼다는 셈이네... ....나는 그저 네 옆에 있기만 해도 좋았어... 그게 다였는데... (왜 끝은 이렇게 되는걸까? 입을 꾹 다문 채 제 앞에 놓여진 찻잔을 만지작거린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찻잔을 만지작거리는 네 손을 제 떨리는 손으로 살짝 덮어 잡으며) .....원래는 어렸을 때 했던 티파티에서 너와 내 수명은 이미 바뀌었어야 했어. 주문이 걸린 이 찻잔에 담긴 차를 마시게 하면 네가 살 수 있는 수명만큼 내가 살 수 있었지만... 그러기 싫어서 여태 미뤄온거야. (말을 잇는동안 눈가가 붉어지더니, 결국 참지못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나야말로, 네 옆에만 있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했을텐데. 그저 네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그래서 부탁했던 거야.
입 안을 꽉 깨물듯 하더니, 익숙한 색의 포장지와 익숙한 색의 리본으로 감싸진 상자를 내밉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그건 내 마지막 성의야. 어렸을 때부터 내 옆에 있어줬던 네가 고마웠어.
...유우마, 나는 아마 오늘을 넘기지 못할 거야. 네 일도 오늘 밤으로 끝이겠지. 그러니까, ...해가 뜨면 챙길 걸 챙겨서 떠나.
이제 너는 자유야, 유우마.
그제서야 모든 걸 말한 듯이,
어쩌면 후련한 듯이 미나미는 한숨을 내쉽니다.
미련이 없던 듯 했던 평안기원제에서 남아있던 한 줌의 미련까지 모두 털어낸 듯한 얼굴.
미나미는 의자에 힘없이 기대고,
잠시간 눈을 감습니다.
눈을 감고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모으고 숨을 길게 내쉽니다.
...
익숙한 미나미.
영원히 눈을 감은 듯한 착각은 더 이상 착각이 아님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상자를 열어볼까요.
나기사 유우마:(상자의 포장을 조심스럽게 뜯어내고 상자를 열어본다.)
......그런 미나미와 당신이 있는 이 장미정원에서,
당신은 잘 정돈된 리본을 풀고, 상자의 포장을 뜯고, 달칵, 상자를 엽니다.
달빛을 받아 어슴푸레 빛나는 것은...
장미모양으로 가공된 루비 브로치.
섬세한 세공은 미나미가 당신을 아끼는 마음과도 닮아있습니다.
아,
조금이라도 더 있다간 장미정원의 유리창 새로 보이는 캄캄한 밤하늘이 미나미를 잡아먹을 것 같았습니다.
하얀 별은 그 브로치와도 같이 밤하늘에 섬세하게 박혀있었습니다.
장미정원을 이루는 장미는 그 순간에만큼은 밤을 잊고 깨어나 장미향을 훅 내뱉습니다.
코끝이 아찔해지고 감각이 아득해질 것만 같은 새벽.
당신과 미나미는 그런 장미정원에,
티파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습니다.
이 얼마나 잊기 힘든 풍경인가요,
밤하늘의 별과 달은 하얗게 두 사람을 비추고, 장미는 만개해 두 사람 사이를 그 특유의 향으로 메웁니다.
'레일리'는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레일리의 방백이 문득 머리를 울립니다.
'그래요, 그날 밤. 그날 밤은 제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연극이라면 좋을 새벽이 깊어 갑니다.
나기사 유우마:무슨 상자인가 했는데... 내 선물이었어? (브로치를 한참을 만지작 거리더니 제 왼쪽 가슴 언저리에 달아본다.) 어때, 잘 어울리냐? (너를 보고 한번 씩 웃어보이며) 선물 고마워.. 정말이지 너는.. 마지막까지 상냥하네. 나는.. 어려서부터 그런 네가 정말 좋았어. 작고 약해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도 크고 강하다는걸 알아. 내가 없어도 분명 넌.. 잘 지낼 수 있을거야. (마지막으로 힘없이 의자에 기대어 앉아있는 네게 손을 뻗어 네 손을 꼭 잡아본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제 손을 잡아오는 너를 바라보는 표정이 점차 어두워져간다.) ...무슨 말을 하는거야, 누구 마음대로. ...누구 마음대로 그런 말을 해. (의자에 기댔던 몸을 힘겹게 일으킨다. ...이럴 수는 없어, 그러면 안 돼. 물론... 예상하지 못 했던 건 아니야. 너라면 분명 나를 위해 희생하려 하리란 걸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차라리 말하지 않고 싶었는데... 젖은 시야가 채 마르기도 전에 새로운 눈물이 다시금 눈가를 적셔온다.) 안 돼, 난 못 해. 난 못 한다고... 유우마...
나기사 유우마:... 걱정하지 마 미나미. ..있잖아, 나도 주문을 걸어놓았어. 내가 너한테 선물한 그 고양이 인형에 말이야. 내가 없더라도.. 그 인형이 너를 지켜줄거야. 그러니까 버리거나 멀리 두지말고 항상 네 근처에 둬. 그리고... ..내가 너를 다시 만나러 갈게. (터무니없는 말이라는걸 알지만, 이런 말을 내뱉는 유우마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하다. 잡은 손을 깍지를 껴 더욱 꼬옥 잡으며) 그러니까.. 그 때까지 건강하게 있어줘.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몰라.. 그럼에도 내가 반드시... 너를 찾아갈게. (조심히 손을 뻗어 네 눈가의 고인 눈물을 닦아준다.) .... 울지말고, 응? 마지막이니까 웃어줘. (떨리듯 입꼬리를 올려 네게 미소를 짓는다.)
미나미쿠로 미나미:...나랑 약속했잖아. 죽을 때까지 옆에 있어주겠다고... 평생을 함께하고 사랑해줄거라고 맹세했잖아..! 내가 말했잖아, 너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네가 없으면 안 된다고. 싫어... 싫어, 유우마. 네가 없는 건 싫단 말야... (네 삶을 빼앗고 내가 어떻게 당당히 살아갈 수 있겠어. 어떻게 그런 잔인한 짓을 할 수 있겠어... 내 기둥은 오로지 너였는데, 온전히 너였는데... 마르지 않는 샘처럼, 눈가를 닦아주는 네 손길에도 멈출 줄 모르고 아래로, 아래로. 한 번 터진 눈물은 쉬이 그쳐지지 않을 터였다. 놓을 수 없다는 듯이 맞잡은 손을 제 품으로 당겨오며, 쉼없이 눈물이 흐르는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 한 채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떻게 만나러 올 건데, 어떻게 찾아올 건데에... (어리광을 피우듯, 고집을 부리듯, 어린아이처럼 울어댔다. 내가 받은 상처만큼, 네게도 상처가 될 거란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데, 내 평생을 지지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의지했던 너를 어떻게 쉽게 놓아줄 수 있겠어.)
나기사 유우마:... 울지마 미나미...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만 너.. 그런 너를 보자니 마음 한편이 괴로워져 표정이 살짝이나마 일그러진다. 그래도 이미 유우마의 마음은 결심을 굳힌 듯 하다. 너를 바라보는 표정이 평생을 마음속에 눌러뒀던 애정을 담아 한없이 부드럽지만, 또 그만큼 한없이 단호하고 진지하다.) 죽었다 깨어나도 네 고집은 꺾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미안해, 오늘은 네가 하자는 대로 못 해줄거 같아. 내 삶에 있어서 빛이었던 너를.. 내 전부였던 네가 죽는걸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 있겠어... (분명 레일리도 에스킬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이랬겠지.. 라고 중얼거리더니 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준다. 양 손으로 네 볼을 감싸고는 가까이 다가가 이마를 맞댄다.) 글쎄... 어떻게 만나러 갈까. 아, 내가 여기 장미정원까지 찾아가는거야. 아니면.. 어제갔던 축제에서 다시 만나는 것도 좋네. 그 때처럼 또 운이 좋으면 같이 또 연극을 볼 수도 있고? (장난스레 웃으며 실없는 말을 늘어놓더니 맞대었던 이마를 뗀 후 마지막으로 조심스레 네 입술에 길게 입을 맞췄다 떨어진다.) ...사랑해 미나미.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당신은, 기꺼이 독이 든 차를 마시기로 마음을 굳혔나요?
주문이 걸린 찻잔을 들어 식은 차를 들이킵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유우마!
쨍그랑!
온 몸을 타고 차오르는 이질적인 감각에 찻잔을 놓쳐버렸습니다.
조용하던 새벽의 장미정원이 찻잔이 깨지는 소리로 메워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기우는 것도, 착각일까요.
미나미쿠로 미나미:유우마......
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몸이 균형을 잃는 생소한 감각.
주문이 제대로 돈 모양입니다.
주문의 대가로 이성 18 손실.
1D3 굴려주세요.
나기사 유우마:
rolling 1d3
(
1
)
=
1
손 끝이 떨리고,
온 몸의 체온이 훅 내려간 듯한 기분에,
여태 익숙했던 장미향이 갑자기 역하게 느껴지고,
미나미의 목소리는 머리를 전부 울려버리는 것 같습니다.
미나미의 도움 없이는 기운 몸을 일으키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뭐,
이제 미나미는 건강할 테니까.
이 정도 부탁이야 어렵진 않겠죠.
이 증상은 1라운드 동안 지속됩니다.
새로이 밀려오는 이상한 감각에 조금이나마 적응할 쯤이 되어서야 미나미의 안색이 눈에 띄는 군요.
적당한 열기가 얼굴을 감싸고 활기를 띄는 모습.
당신의 건강은 제대로 바꿔치기 되었나 봅니다.
......미나미는 이런 몸으로 몇 십년이고 살아왔던 걸까,
이제서야 온몸으로 체감합니다.
미나미쿠로 미나미:유우마, ...유우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몸이 건강해짐을 느끼고 그것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쓰러지는 네 몸을 위태롭게 받아냈다. 제게 기운 체중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장미정원의 바닥에 기꺼이 무릎을 꿇고 네 상체를 제 무릎에 기댄다. 눈물이 멈추지를 않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따뜻한 온기를 품은 네 손이 차가워진 것을, 무겁고 단단했던 네 몸이 한순간 가벼워진 것을, 예쁘게 생기가 돌아있던 네 얼굴이 창백해진 것을 바라보자면...) 난, 널... 잃고싶지 않아, 유우마... 내가 널 어떻게 보내줘야해...? 제발 알려줘... 나 힘들단 말야...... (힘없는 네 손을 당겨와 제 품에 꼭 안고, 떨리는 어깨를 가볍게 끌어안으면, 내려다보고 있는 네 얼굴에 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직 안 돼, 널 보낼 준비가 안 되어 있단 말야...)
나기사 유우마:미나미... 나의 아가씨. 울지마... 네가 울면 나도 슬퍼.. (네 품에 안겨 누워 한방울 두방울, 떨어진 너의 눈물이 제 뺨을 타고 흐르는게 꼭 유우마도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다.) 잊지마. 내 몸은 언젠가는 사라져도 마음만은 항상 네 옆에 있다는걸... 지금 당장은 괴롭겠지만, ..너는 잘 이겨낼 수 있을거야. 내가 모셔온 나의 작은 아가씨는 사실은 강하다는걸.. 나는 알아.. (힘없이 손을 들어 네 눈물을 닦아준다.) 나... 네 웃는 얼굴이 보고싶어. 마지막이니까... 웃어줄래?
미나미쿠로 미나미:내가 할 수 있을까..? 정말 이겨낼 수 있을까?... 널 어떻게 보내야할지 모르겠어...... (제 눈물을 닦아주는 네 손이 힘없이 떨어지지 않도록, 손등을 감싸며 그 속으로 제 뺨을 가볍게 묻는다. 언젠가의 네가 해줬던 것처럼, 제 뺨을 매만져주듯 네 손을 아래로 쓸어내렸다.) ...그래도 노력해볼게. 노력할게, 유우마. (내 삶이 다할때까지, 아니... 네 삶이, 다할 때까지. 이 괴로움은 절대 사라지지 않겠지. ...네 삶을 빼앗은 죗값이라고 생각할게.) 나, 노력할거야. 그러니까 다음에 만나면,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 잘 했다고, 기특하다고... 칭찬해줄래..? (잔인하게 눈물은 흐르지만 너를 위해 웃어보일게.) 그러니까 꼭 날 다시 찾아줘. 만나러와줘... 나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온통 붉어진 눈시울에 눈물로 범벅이 되어버린 얼굴이지만 부디 네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기꺼이 너를 위해, 밤하늘을 감싸는 달빛처럼 웃어보였다.) 사랑해... 너무 사랑해, 유우마. 내 평생을 다 바쳐서...
...잘 자, 좋은 꿈 꿔...
이어지던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미나미의 따뜻한 손이 당신의 눈을 감겨주듯 부드럽게 눈가를 쓸어내립니다.
......버틸 수 없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드럽게 눈가를 덮은 손 사이로,
아득해져가는 의식 사이에서 당신은 직감합니다.
저 멀리서부터 해가 뜨기 시작했구나, 하고.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요.
분명 익숙한 오렌지빛의 햇살이 당신과 미나미를 뒤덮고,
장미정원의 가득한 장미들도 따스한 햇살을 타고 깨어나 오늘의 장미향을 피워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이윽고 완전한 암전.
날은 밝았고 당신은 미나미를 대신해 죽었습니다.
한 때 아꼈고, 이제는 누구에게도 아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장미와 당신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