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철거 예정 청춘 1길 - 뽀또의 부름
뽀또의 부름
카테고리
작성일
2026. 3. 14. 22:16
작성자
마스터 뽀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KP 또는 시나리오를 플레이 한 PL만 열람바랍니다.

 

 

 

 

 

 

 

 

 

 

 

[COC 시나리오]

 

 

철거 예정 청춘 1길

플레이로그 백업

 

 


 

말에도 중력이 있다면, 네 이름은 가라앉고…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테니까.


 

 

 

 

 

 

KPC 윤바다 /  

 

PC강혜성 / 

 

 

 

 

 

 

 

 

 

 

 

 

 

 

26. 03. 14

 

플레이타임: 6시간

 

 

 

 

 

 

 

 

 

 

 

 
img
 
2026.03.14
 
‘다음 역은 -입니다. 내리실 문은-’
 
덜컹, 덜컹.
 
기차가 건네는 리듬은 불친절합니다.
 
그 엇박자에 몸을 맡기고 있을 때 즈음,
 
창가 너머로 이제 익숙한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해가 뜬 낮, 밖은 모든 게 잠들어가는 겨울입니다.
 
당신이 앉아 있는 곳은 고등학교 때 살았던 동네로 가는 기차 안입니다.
 
기차는 남은 사람이 몇 없어 적막하기만 합니다.
 
하긴, 이제 그 동네 전체가 철거 예정이라 했던가요.
 
본래도 큰 동네가 아니었지만,
 
학생 수가 줄고 하나둘씩 떠나며 자연스레 유령 마을이 되었습니다.
 
...
 
5년,
 
그리고 부서지는 마을.
 
당신 역시 죽은 누군가의 기억이 스며든 장소에 지레 겁을 먹고,
 
뒷걸음을 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손에 들린 편지가 유독 무겁습니다.
 
몇십 번이고 읽었을 그 편지가요.
 
이 모든 게 신기루 같아 괜히 편지에 눈길이 갑니다.
 
...
 
혜성이에게.
 
...안녕?
 
잘지내고있어? 오랜만이다.
 
너는 많이 자라고 어른이 되었겠지.?
 
그 시간 동안 힘든 일이 없었길 빌어.
 
....옆에서 힘이 되어주지 못해 아쉽네
 
우리가 다니던 학교와 살던 마을이 전부 철거 예정이래
 
모든 게 부서지기 전에 날 찾으러 와.
 
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테니까.
 
많이 보고 싶었어.
 
...
 
바다가.
 
...
 
바다가, 바다가…
 
익숙하고도 그리운 이름입니다.
 
닳도록 불러도 사라지지 않는 게 이름인데,
 
그 이름은 이 세상에 없는 것이니까요.
 
5년 전,
 
졸업식 바로 전날 바다는 죽었습니다.
 
이별은 한순간이고 인사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편지는 누구에게서 온 건가요?
 
강혜성: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구겨질 때까지 읽은 편지의 필체는 바다의 것이 확실합니다.
 
주소 하나 없이 갑자기 당신의 집 앞에 떨어진 편지.
 
어느 누가 칠 수 있는 장난도 아닙니다.
 
기차는 잡념 하나 없이 목적지를 향해 달립니다.
 
당신은 어째서 이 편지를 따르고 있는 건가요?
 
그곳에 남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텐데,
 
편지의 주인까지도.
 
속은 셈 치고 가는 동네는 예전과 많이 다른 모습일 겁니다.
 
재개발 후에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탈바꿈되어있겠죠.
 
떠드는 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기차.
 
산길과 바닷길을 달려 창문의 풍경이 휙휙 달라집니다.
 
너른 햇살에 천천히 눈이 감겨요.
 
수마에 사로잡힙니다.
 
어차피 당신이 도착할 곳은 종점,
 
졸음을 굳이 참을 필요는 없습니다.
 
편지를 받고 잠을 설친 탓일까요?
 
창가에 기댄 머리가 점점 아래로 떨어집니다.
 
덜컹,
 
기차의 리듬과 의식이 희미해집니다.
 
...
 
 
 
“혜성아?”
 
끔뻑,
 
그리운 목소리에 눈이 천천히 떠집니다.
 
비몽사몽 정신을 간신히 일깨우면 교실을 채운 학생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눈앞의 바다까지도요.
 
모두 교복 위로 사복을 덧대어 입고 있습니다.
 
강혜성:
정신
기준치: 40/20/8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윤바다?
 
상황파악을 하는 것도 잠시,
 
평소에 자주 꾸던 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보냈던 마지막 겨울.
 
졸업식과 봄의 시작을 기다리던 12월의 그 날.
 
동네로 가던 길 마음이 뒤숭숭했을까요,
 
이런 꿈을 꾸다니.
 
눈앞의 바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의자를 돌려 당신을 마주 봅니다.
 
윤바다:자다 깬 것 같네. 무슨 나쁜 꿈이라도 꿨어?
 
강혜성:... (자주 꾸던 꿈인데도 매번 처음 겪는 것처럼 속이 아려온다. 한참을 말없이 널 두 눈에 담다가 살짝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윤바다:...정말..?(뭐가 가라앉아 보이는지 걱정되는 얼굴로 바라보다가)... 혹시...나..나 뭐 잘못한거있어..? ...(자기손을 만지작..) ..나쁜꿈을 꾸는것같아 보여서...깨운건데.. 미안해..
 
강혜성:(꿈속에서 열아홉 살의 너를 몇 번이나 만났는지. 이런 아이였지, 하고 추억하기엔 아직도 어제처럼 선명한 기억이었다.) 아냐, 깨워줘서 고마워. 일어나서 네 얼굴 보니까 좋다... (살짝 웃어 보인다.)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 사이 ‘졸업’, ‘겨울 방학’, ‘대학’, ‘폐교’라는 말이 간간이 들립니다.
 
그중 가장 들뜨게 토론 중인 주제는 폐교입니다.
 
기억해보면 이맘때 즈음부터 학생 수도, 동네 주민 수도 빠르게 줄었던 것 같아요.
 
당신을 힐끔 쳐다보던 그는 이어 말을 꺼냅니다.
 
윤바다:...다..다행인데..그런거라면...( 다시 웃는 얼굴로 바꿔고는)..그.그럼 마저 정할까? 우리 졸업식 때 무슨 꽃을 주고받을지.
 
무슨 말인지 되새기면 문득,
 
우리가 마지막으로 했던 약속 하나가 떠오릅니다.
 
‘졸업식 전날, 서로를 위한 꽃다발을 주고받자.’
 
어떤 이유였는진 기억나지 않지만,
 
서로의 졸업을 축하해주자는 의미이었을 겁니다.
 
결국 건네지 못한 그 꽃을요.
 
마지막으로 당신이 건넬 수 있던 꽃은 희고 흰 국화꽃 한 송이가 전부였습니다.
 
윤바다:받고 싶은 꽃다발있어? ...꽃선물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부끄러운듯 귓가가 빨개진다) ... 처음이니까.. 네가 좋아하는 꽃으로 주고싶어서...
 
강혜성:(초반에 이 꿈을 꿨을 땐 내 반응이 어땠더라. 꿈인데도 진짜인 것처럼, 내가 괴로워하면 이유도 모른 채 걱정하며 덩달아 괴로워하던 네 모습이 언뜻 머릿속을 스치는 것 같다.) 음, 난 네가 좋아하는 꽃으로 받고 싶은데... 너는 어떤 꽃이 좋아? 본인이 좋아하는 꽃으로 선물할까? (이제는 나름대로 꿈에 녹아드는 법을 안다. 그래야 네 웃는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으니까.)
 
윤바다:(팔자 눈썹이 되어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아니~ ... 내가 좋아하는꽃을 선물하는거 보다... 난..받고싶단말이야.. ( 살짝 뚱해져있다가) .. 네가 진짜 좋아하는 꽃 알려주면 그때는 나도 알려줄게! 응? ...(다시 해사하게 웃는 얼굴을 하고 바라본다)
 
강혜성:(언제 봐도 사랑스러운 얼굴이다. 네 표정이 이렇게 다양했다는 걸 매번 꿈속에서 새삼스레 깨닫곤 한다.) 하하, 그래. 역시 받는 사람이 좋아하는 꽃이어야겠지? (부드러운 눈빛으로 네게 시선을 고정한다.) 음... 그럼 난 튤립이 좋아. 꽃이 동글동글해서 귀엽더라.
 
윤바다:튤립...신기하다..난 장미같은 화려한걸 좋아할줄알았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난...안개꽃. 꽃잎이 작은게 자세히 보면 진짜 예쁘다? ...( 눈웃음 지으면서) 우리의 첫 꽃다발이 되겠다~ 그치?
 
강혜성:장미 같은 건 정석이긴 하지~ 꽃은 다 예뻐서 좋아. 게다가 네가 주는 거잖아... (따라 웃어 보이면서 네 손끝을 살짝 잡아 본다.) 응, 첫 꽃다발이 되겠네. 진작에 선물했어야 했는데 말야...
 
바다는 5년 전 그때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당연하죠,
 
우리의 기억은 그날에 멈춰있으니까.
 
“야, 졸업식 때 우리 집에 올 사람? 졸업하면 보기 힘들 거잖아.”
 
한 무리가 당신과 바다에게 다가오며 친근히 묻습니다.
 
이 역시 익숙한 얼굴이에요.
 
바다가 죽었던 날,
 
저 환하게 웃는 얼굴에선 상상도 못 할 표정을 지었던 친구입니다.
 
우린 친구의 집이 아닌 울음소리로 가득한 장례식장에서 졸업식을 마무리했습니다.
 
서로 연락을 끊었죠.
 
대화의 주제는 늘 바다에 멈춰 움직이지 않았으니.
 
우울은 어째서 나눌수록 커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다는 웃으며 머쓱하게 당신을 바라봅니다.
 
윤바다:어어...(어색하게 웃으면서 너를 바라봅니다)...넌...갈거야?....아무래도 친구니까... 마지막이니까.. 갈거지..?....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나요?
 
물론, 이곳은 그저 꿈이지만…
 
강혜성:아니, 너랑 있을래.
 
윤바다:아..? ...나난..괜찮은데.. 친구들이랑 놀다와도 괜찮아~
난.. 집에서 기다릴게~..
 
강혜성:너랑 있고 싶어. 같이... (지난번 꿈에서는 어떤 대답을 했더라... 분명 같은 대답을 했겠지.)
 
그 시끄러운 교실 속,
 
바다는 당신의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이번에 이 장면은... 처음입니다
 
윤바다:아, 혜성아. 나중에 마치고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어서 그래.
 
…우리가 이런 대화도 나누었던가요?
 
입을 떼려던 찰나, 부드럽지만 아무 감정 없는 기계음이 울려 퍼집니다.
 
'다음 역은- 종점으로-'
 
시야가 흔들리고, 또 흐릿해집니다.
 
그리운 얼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해요.
 
마지막으로 본 바다는 맑게 웃고 있었습니다.
 
5년 전 그때 그 모습 그대로요.
 
...
 
번쩍,
 
눈을 뜨면 다시 기차 안입니다.
 
눈가가 시려오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기차는 내려야 할 역에 도착했습니다.
 
몇 없는 승객들도 짐을 챙겨 하나둘씩 자리를 뜹니다.
 
당신도 나가야겠어요.
 
밖으로 나가면 익숙한 역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동네를 떠날 때도,
 
이삿짐까지 모조리 옮긴 후에도 지나왔던 역입니다.
 
강혜성: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혜성아, 여기 역 이름이 왜 햇귀인 줄 알아? 왜냐면…’
 
드문드문 바다와 나눴던 대화가 자연스레 머릿속에서 재생됩니다.
 
괜히 고개를 올려 역을 보면,
 
다 녹슨 판에 적힌 ‘햇귀역’이 보입니다.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자,
 
어쩐지 헛웃음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당신을 무얼 바라고, 무얼 생각하며 여기까지 온 건가요?
 
5년 전 죽은 바다로부터의 편지라니….
 
누군가의 지독한 장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흰 입김이 퍼집니다.
 
쌀쌀한 날씨에 편지를 잡은 손이 시려와요.
 
얼마나 어떻게 변했고, 또 어떤 모습으로 사라질지.
 
철거 전 마지막으로 동네를 살필 수 있습니다.
 
더듬더듬 익숙한 기억을 끄집어내면,
 
걸음은 자연스럽게 길을 찾아 떠납니다.
 
역을 지나 인도를 따라 걸으면
 
굴착기나 큰 트럭, 그 외 철거 작업을 위해 모인 사람과 장비들이 보입니다.
 
그중 한 사람이 당신을 힐끗 보더니,
 
잠시 손을 들고 소리칩니다.
 
“두고 오신 물건이라도 있어요?”
 
“오전에는… 어차피 준비하느라 상관없지만.
 
오후부터는 마을 전체를 걸쳐 철거 작업을 시작합니다.
 
밤에는 작업도 쉬고, 마을 전체를 닫아두니 해가 지기 전에 나와주세요.
 
위험하니까 철거 중인 곳 주변에도 오지 마시고요.”
 
본격적인 철거 시작일은 오늘이었나 봅니다.
 
해가 지면 모든 작업이 멈춘다고 합니다.
 
겨울의 이른 밤이 되기 전에 금방 둘러보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 추억에 잠겨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에요.
 
조금 더 걸어가면 기찻길과 신호등이 놓인 길이 보입니다.
 
마지막 기억보다 풀은 더 우거져 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이 기찻길을 건너가는 것이 하나의 놀이였고,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이었죠.
 
그때보다 더 커버린 발을 옮기려 할 때면,
 
길 너머 전봇대 아래…
 
당신이 아주 잘 알고 있는 복장이 보입니다.
 
아득히 멀고, 또 가까운 곳에서.
 
강혜성: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익숙한 교복, 그리고 익숙한 머리 색.
 
기억이 멈춘 그 뒷모습 그대로.
 
저건…
 
바다의 뒷모습과 같습니다.
 
언뜻 돌아본 그 옆모습은 완전히 닮아있어요.
 
강혜성:...바다? (한순간 온몸의 신경들이 네게 집중된다. 그럴 리가 없는데, 네가 여기 있을 리가 없는데. 그냥 좀 닮은... 아주 많이 닮은 다른 사람이겠지. 이성적인 생각이 더 이어지기도 전에 몸이 먼저 나갔다. 다급한 걸음으로 네게 달려가 널 와락 끌어안는다.) 바다야...!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보고 싶었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지배해서.)
 
당신의 품에 안겨있는건 그저 공기 뿐입니다.
 
기차가 들어온다는 경보음이 울립니다.
 
덜컹, 덜컹…
 
순식간에 불어오는 바람과 나부끼는 머리카락.
 
요란한 소음과 함께 기차가 지나가고,
 
아까 그 거리에는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전봇대 아래의 바다는 그저 환상이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기차에서부터 무언가 꿈을 꾸듯 감각이 떨어집니다.
 
강혜성:(무언갈 안은 적도 없다는 듯 허망하게 비어있는 품을 바라본다. 알고 있었잖아, 진짜가 아니라는 것쯤은. 그럼에도 아파오는 가슴은 무시할 수가 없다. 이곳으로 돌아온 뒤로 자꾸만 감각이 이상해진다. 현실 같지도 않고 꿈같지도 않은 이상한 감각...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 다시 걸음을 옮긴다.)
 
다시 기찻길을 건너자 자주 걷던 길이 보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검은 선들이 늘어진 하늘,
 
낡은 전단지가 붙은 전봇대, 음식점, 문방구와 학교로 가는 골목길…
 
모두 그 자리 그대로 있습니다.
 
아니, 모두 하나같이 낡고 어딘가 부서져 있습니다.
 
쥐죽은 듯이 조용한 거리에는 단 한 명,
 
당신만이 숨을 쉬고 있어요.
 
푸른 하늘 아래 건물들은 흰 입김과 겨울이 스며 더욱 해묵어 보입니다.
 
강혜성: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이쪽이야, ….”
 
그 조용한 거리,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뒷말까진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요.
 
이 목소리는 어쩐지 앳된,
 
그리고 웃음을 가득 머금은.
 
편지의 주인인 바다의 것입니다.
 
강혜성: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1
 
목소리는 학교로 가는 골목길에서부터 울려 퍼집니다.
 
이쪽이야, 이쪽…
 
장난스러운 그 목소리의 주인은 확실하게 바다입니다.
 
…잘못 듣고 있는 걸까요?
 
하지만 5년 전,
 
지나치게 비슷하고 생생한 그 목소리가 당신을 어디론가 이끕니다.
 
당신이 그 골목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담쟁이넝쿨이 가득한 담벼락이 보입니다.
 
이 길은 학교 뒷문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었죠.
 
목소리는 학교 쪽에서 들리나 싶더니,
 
어느 순간 끊겨 사라지고 맙니다.
 
역시, 그건 어느 환청에 불과한 것이었을까요.
 
강혜성:
언어(모국어)
기준치: 70/35/14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담쟁이넝쿨이 뒤덮인 담벼락.
 
수많은 필체의 낙서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편지의 필체와 같은,
 
유언처럼 남기고 간 말도 새겨져 있습니다.
 
더듬더듬 손을 짚어 보면 바래진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졸업 후에도, 강혜성과 윤바다는 꼭 함께이길. 평생.’
 
그 아래, 작은 글이 하나 더 보입니다.
 
...
 
‘미안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서.’
 
강혜성:(누가 이런 질 나쁜 장난을... 그 작은 문장을 손끝으로 살짝 매만져본다. 이걸 바다가 썼을 리가 없는데... 왜 이렇게 그리운 기분이 드는 걸까. 차라리 누군가 장난으로 써놓은 글이면 좋으련만. 왜 자꾸 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터무니없는 희망을 가지게 만드는 걸까.)
 
5년 전,
 
그러니까 잊고 있던 추억입니다.
 
우리가 그린 미래에는 둘이 함께였던가요?
 
손끝에 닿는 문장 역시 곧 철거되어 사라지겠죠.
 
…잡념을 지우고 학교로 갑시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고, 둘러보아야 할 곳은 많으니까요.
 
계속 앞으로, 앞으로 움직입시다.
 
과거에 멈추지 말고요.
 
강혜성:(벽에서 한걸음 물러나 낙서를 한참 바라보다 사진을 찍는다. 이런 것도 추억이라며 웃고 떠들던 것이 어쩌다 기억이 되어 날 이토록 괴롭게 만드는 건지. 벽을 뒤로하고 마저 걸음을 옮긴다.)
 
골목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당신이 3년을 보냈던 학교가 보입니다.
 
당신이 졸업한 후 바로 폐교가 되었다고 했었죠.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고,
 
운동장의 잔디는 무성히 자라 풀밭이 되어있습니다.
 
사람의 부재가 느껴지는 학교는 숨이 꺼진 듯 고요합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실내로 들어가면
 
모든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마지막 학년을 보냈던 곳은 3층이었습니다.
 
오래된 복도는 삐걱삐걱, 낡은 소리를 냅니다.
 
교무실, 미술실, 음악실… 천천히 지나가는 교실 속은 엉망입니다.
 
강혜성: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런데 이상하게도…
 
3층으로 향하는 그 계단,
 
먼지가 쌓인 그 계단에 누군가의 발자국이 찍혀있습니다.
 
최근에 방문한 걸까요?
 
발자국 위로 쌓인 먼지가 없습니다.
 
발자국은 당신이 쓰던 교실로 이어집니다.
 
어색할 정도로 조용한 그 복도를 지나자 당신이 쓰던 교실 문이 보입니다.
 
드르륵,
 
낡은 문을 열면 마지막 기억 그대로의 교실이 늦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낡고 엉망인 이 학교 속,
 
이 교실은 유독 멀쩡하고 정갈해요.
 
질서 있게 정돈된 책상과 창문에 달린 조금 바랜 커튼.
 
그리고…
 
낙서가 지워지지 않은 [칠판], 줄을 지은 [책상], 교실 뒤편의 [사물함]이 보입니다.
 
강혜성:(조용히 교실로 들어서 주변을 둘러보다 칠판에 시선이 머무른다.)
 
칠판의 낙서 역시 5년 전 그대로입니다.
 
나중에 커서도 연락하자,
 
성공해서 만나자,
 
분식점으로 5년 후에 집합…
 
그 사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글이 보입니다.
 
...
 
‘꼭 다시 만나자.’
 
졸업식 전날,
 
마지막으로 교실을 쓰며 다 함께 적었던 그 낙서.
 
당연히 바다의 것도 섞여 있겠죠.
 
그러니까, 저 낙서는 당연하고도 평범한 졸업 날의 인사입니다.
 
다시, 다시….
 
왜 지키지 못한 말들은 늘 무겁고 다정한가요.
 
강혜성:(칠판에 적힌 그 짧은 문장을 곱씹고 또 곱씹다가 결국 시선을 거두고 만다. 뒤돌아 몇 발자국 걷더니 먼지가 쌓인 책상을 손끝으로 쓸어본다.)
 
널브러진 다른 교실의 책상들과 다르게 이 교실의 책상만은 줄을 지어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당신의 자리로 가면 익숙하고도 사뭇 달라 보이는,
 
쇠에 녹이 잔뜩 생긴 책상과 의자가 보입니다.
 
강혜성: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창가자리네~ 옆 짝궁이니까 잘 부탁해~’
 
바다에게 건넸던 말이 문득 생각납니다.
 
그렇게 말하는 바다옆 자리는 항상 자신이였습니다.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입니다.
 
마냥 좋은 기억만 있던가요?
 
시험이나, 어쩌다 혼이 났던 일이나,
 
책상아래로 몰래 손잡던 일이나...
 
쥐어 짜낸 기억의 끝은 모두 바다입니다
 
바다의 자리를 보면 검게 시든 꽃이 잔뜩 올려져 있습니다.
 
벌레 몇 마리가 그 위를 기어 다니고 있어요.
 
원래는 희었을 그 꽃의 이름은 떠올리지 않기로 합시다.
 
강혜성:(책상을 지나 교실 뒤편으로 가 사물함을 바라본다.)
 
자물쇠가 그대로 걸린 사물함도 몇 보입니다.
 
당신이 쓰던 사물함을 열면 텅 비어있어요.
 
그렇죠, 모두 버리고 떠났으니까.
 
괜히 바다의 사물함을 열어보려 하면…
 
강혜성:
근력
기준치: 60/30/12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덜컹,
 
닫힌 문은 좀처럼 쉽게 열리지 않습니다.
 
두어 번 더 힘을 주어 잡아당기면 그제야 문이 열립니다.
 
텅 비어있을 거란 예상과 다르게 편지 한 통이 놓여있습니다.
 
당신이 어제 받은 편지지와 동일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죽은 바다에게서 온 그 편지 말이에요.
 
강혜성:(도대체 누가 보낸 편지인거지... 이게 전부 장난이라면 도저히 그 치를 용서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사물함 안에 있던 편지를 열어본다.)
 
접힌 편지지를 펼치면 짧은 글이 보입니다.
 
익숙한 필체예요.
 
오늘 수없이 읽었던 바다의 필체입니다.
 
혜성이에게.
 
안녕,
 
...어떤 말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네.
 
5년 동안 잘 지냈겠지?
 
....와줘서 고마워.
 
늦었지만 졸업을 축하해.
 
어쩐지 못 지킨 약속들이 많아 미안해.
 
밖으로 나와즐수있어...?
 
함께 가고 싶은 곳이 많으니까.
 
바다가.
 
…어째서 편지의 받는 이는 당신이고, 보내는 이는 바다인가요?
 
그리고 그 글의 내용은 마치 죽은 바다가 남기고 간 것만 같습니다.
 
세 곳을 모두 둘러보면
 
덜컹,
 
창문이 흔들립니다.
 
바람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흔드는 것처럼요.
 
덜컹, 덜컹…
 
이리로 오라는 듯이, 창문은 계속해서 흔들립니다.
 
아까 들었던 바다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요?
 
강혜성:(무언가에 이끌리듯 걸음을 옮긴다. 네가 있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기대 따위는 하지도 않지만 그저 네게 이끌리듯, 저도 모르게 희미한 부름을 따라 밖으로 나간다.)
 
당신이 창문 쪽으로 간다면
 
창 너머 운동장, 익숙한 교복을 입은 누군가가 보입니다.
 
그러니까…
 
바다가 웃으며 당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강혜성:
SAN Roll
기준치: 39/19/7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1
 
이것도 환영인가요?
 
바다는 아까처럼 눈앞에서 또 사라질 것 같습니다.
 
만나야 해요,
 
너는 누구고.
 
이곳에는 왜 있고…
 
머릿속이 어지럽습니다.
 
반대로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어서,
 
어서 바다에게 달려가야해요.
 
교실을 나와,
 
복도를 지나,
 
계단을 건너…
 
운동장으로 서둘러 나오면 그곳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헛것을 본 걸까요.
 
아까 바다가 있던 교문 쪽으로 가도,
 
주변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울음이,
 
또 헛웃음이 나올 것 같습니다.
 
무얼 기대한 건가요?
 
이상하고 맑은 날입니다.
 
당신은 바다를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그리워했나 봅니다.
 
아님, 이 장소에서 그리움이 증폭된 걸 수도 있고요.
 
해는 벌써 높이 떠 있습니다.
 
둘러볼 곳이 많아요,
 
그렇게 다시 발걸음을 떼려던 찰나…
 
“같이 가야지. 왜 혼자 가려고 해?”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덥석, 강하게 잡습니다.
 
꿈에서나 듣던 목소리,
 
웃음기가 가득한 그리운 목소리.
 
뒤를 돌아보면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바다가 보입니다.
 
윤바다:…신기하네. 5년 후의 강혜성은.... 이런 모습이구나.
 
어쩐지 울 듯한 표정을 짓는 바다가 말을 잇습니다.
 
5년 전, 그때의 모습 그대로예요.
 
강혜성:
SAN Roll
기준치: 38/19/7
굴림: 45
판정결과: 실패
 
-1
 
이것도 꿈인가요?
 
아니, 그럼 어깨에 느껴지는 힘이나 온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윤바다:...(빤히 보더니 살짝 웃으면서)...머리카락이 좀..자랐나..?...뭘하고 지냈어?.... ... 힘든일은 없었지? .... 바이올린은? 잘하고있어?
...보고싶었어...
 
강혜성:...이거 꿈이야?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널 바라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네 손을 잡는다.) 이것도 결국 꿈인거지?... 네가 여기 있을 리가 없는데, 손이 닿을 리가 없는데...
 
윤바다:... ... 꿈 아닌데.. 내 꿈을 엄청 꾼것같네~ ... 꿈인걸로 착각하는거 보니까~..( 잡은손을 만지작..) 아..! 그러고 보니..! 좀 마른것같은데? 아..아닌가? 젖살이 빠진건가?!.... ....
하하... 5년뒤에도 너는 근사하구나... 좋은 사람은 만나고있어?
 
강혜성:(붙잡은 손이 사라지지 않자 널 당겨와 끌어안는다.) 말도 안 돼... 네가 어떻게 여기... 왜 여기 있어...? 바다야, 윤바다... (호흡이 떨린다. 신기루라도 끌어안은 듯 널 안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꿈속에서 널 만나고 꿈에서 깨어 실망하길 몇 번을 반복했던지, 이조차도 아직 꿈이라는 생각을 쉽게 버릴 수가 없었다.) 바다야...
 
윤바다:(끌어안겨지자 등을 쓸어주면서 토닥인다.) ...응...응응.. 나 여기있어. ...나는 항상 여기있었어. (울것같은 목소리지만 씩씩하게 잘 참아내고있는것같다.) ... 내가 많이 보고싶었어? (울음이 있던 목소리는 꾸욱 참아내고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바꾼다.) ...내 물음에는 하나도 대답 안했잖아~ ...나 궁금한거 진짜 많았는데...
 
강혜성:(울컥, 울음이 올라온다. 너를 위해 흘릴 눈물은 이제 다 말라버렸다고 생각했다. 평생 울 일이 없던 나는 네가 죽은 날로부터 꼬박 2년을 매일밤 울음으로 지새웠다. 기껏 합격한 대학은 한 학기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하고 휴학계를 냈고, 보다 못한 부모님께 등 떠밀려 군대에서 1년 반을 겨우 사람처럼 살았고 전역 후 학교로 돌아갔다. 또 2년 반이 흘렀고 그렇게 무려 5년이었다.)
정말 너야...? (울 것처럼 목이 메인 목소리로 믿을 수 없다는 듯 널 부른다.) 보고 싶었어... 너무 보고 싶었어......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 바다야... (네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널 품에 가두듯 안은 채 말을 이었다.) 내 지난 5년이 온통 너였어...
 
윤바다:....( 그 고통과 외로움이 죽은 자신에게 그대로 전달되는것같아 마음이 쓰려왔다. ) 네가 나를 잊고... 더 좋은 사람을 마나길 기대했는데.. 하하..하긴 나같아도 분명 더..괴로웠을거야. ... ( 등을 토닥여주면서) 나도...많이 보고싶었어. 너에게 미안해서.. 너를 혼자두지 않기로했는데.. 외롭게 해서 미안해...
....나 진짜 못됐지... (살짝 떨어트려서 올려다본다.) 키..더 컸네.. 아직 우리집에서 살고있어? ...
아닌가...괴로워서 .. 더 있기는 힘든 장소니까.. 떠났을려나아..
 
강혜성:(올려다보는 네 시선을 마주한다. 맑은 바닷속 같던 예쁜 눈동자. 한동안 하염없이 사진으로만 바라봐 바래져 가던 눈빛을 다시 마주하니 5년 전처럼, 심장이 요동쳐왔다.) 키... 컸어, 조금...
(네가 떠난 뒤 혼자 망가져 가는 날 억지로 데려가 챙겨준 건 부모님이었다. 동네도 재개발 구역이 되어버렸고, 망가지는 아들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아버지의 결정으로 가족이 다 같이 타지로 이사를 갔었다. 벌이도 없고, 사람처럼 살지도 못하는 갓스물이 혼자 그 집을 지키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었다.) 미안해, 집을 지키지 못해서...
 
윤바다:.....다행이다... 그 집을 떠나서.. ( 끄덕이고는) 계속 그곳에 있을까봐 걱정했거든... 그곳은 짧지만 .. 우리 추억이 가득한 곳이였으니까... (분위기를 환기 시키려는듯 울음을 삼키고 몸을떨어트린다. ) ... 얘기는..나중에 더 하자. ,,,, 혜성아. ....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이 없잖아.. ... 따라와줄래?...
....너랑 마지막으로 가고 싶은곳이 많은데...
 
강혜성:(닿았던 몸이 떨어지자 네 팔을 쓸며 자연스럽게 손을 붙잡는다. 행여라도 겨울바람에 스러질까, 꿈에서 깨 환상처럼 사라질까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시간이 없다니... 어디를...?
 
왈칵 마음이 쏟아져요.
 
보고 싶던, 5년을 그리던 그 얼굴입니다.
 
환영, 귀신, 유령…
 
그 손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떠한 것이든 상관없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손을 잡으면 바다는 환하게 웃습니다.
 
겨울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데도 손만은 따스해요.
 
5년 만의 재회입니다.
 
아니, 이걸 재회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바다는 분명 5년 전에 죽었는데.
 
손을 잡은 이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아까 그 골목길을 지나고,
 
다시 거리로…
 
머릿속은 어지럽고 손의 온기는 다정합니다.
 
어찌 되었든 상관없을 거예요.
 
잠시 복잡한 생각을 버려둡시다.
 
해가 지면 이곳을 나가야 하니까요.
 
확실한 건 하나,
 
당신의 손을 잡은 이는 5년 전의 바다라는 것.
 
바다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 [문방구]와 자주 가던 [분식점]이 보입니다.
 
강혜성:(가만히 이끄는 손을 만지작거리며 널 따라 걸음을 옮긴다.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도 않았고 그저 바람에 나부끼는 네 머리칼이며, 언제나처럼 붉게 홍조 띤 뺨, 길게 뻗은 희고 얇은 손가락 따위의 것들을 눈에 담았다. 이게 꿈이라면 제발 깨지 않기를, 제발 저를 이곳에 영원히 살게 하기를... 너를 따라 걸으며 처음 도착한 곳은 문방구였다.)
 
편의점이나 마트를 두고도 학생들이 자주 이용했던 문방구입니다.
 
이유는 무엇이었죠?
 
가격이 저렴하기도 했고, 아주머니가 친절하시기도 했고…
 
. 드르륵,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텅 빈 진열대와 계산대가 보입니다.
 
윤바다:혜성아..., 이거 기억나?
 
유일하게 남은 뽑기 기계가 보입니다.
 
동전을 넣고 돌리면 플라스틱의 캡슐이 나오는 형식이었죠
 
모두가 떠난 마을에 버려져 가게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앞에 쪼그려 앉은 바다는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그러니까… 한 번에 오백 원이던가요?
 
강혜성:
재력
기준치: 60/30/12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주머니나 지갑 속을 뒤져 보아도 동전은 없습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바다는 한참을 둘러보곤 여기 있었네.
 
작은 소리를 내며 뽑기 기계 아래 동전 두 개를 찾아냅니다.
 
동전을 넣은 바다는 달그락,
 
손잡이를 돌려 캡슐 하나를 뽑습니다.
 
이어 나머지 동전을 넣더니 당신을 향해 고개를 돌립니다.
 
윤바다:이번에는 네가 돌려볼래?
 
강혜성:그럴까... (아주 예전에 뽑아봤던 것 같은데... 손잡이를 돌려본다.)
 
손잡이에 손을 올리면 아까 바다가 잡았던 탓인지 미약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오랜 시간 돌아가지 않았던 녹슨 손잡이는 조금 뻑뻑합니다.
 
힘을 주어 돌리면
 
달그락,
 
바다의 것과 같은 작은 플라스틱 캡슐이 나옵니다.
 
열어보면 두 개 다 유치한 구슬 팔찌예요.
 
고등학생 때도 이런 건 하지 않았지만…
 
바다는 마음에 드는지 한쪽 팔목에 벌써 끼고 있어요.
 
윤바다:아하하.. 유치한데..이런거 귀엽다고 생각했거든~... 색도 하늘색이라서 맘에들어
 
강혜성:(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따라 팔찌를 팔목에 찬다.)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윤바다:...(뚱..)... 넌 뭐든 내가 좋으면 다 좋다더라.. 5년전에도 그래~... 나도 네가 좋은게 좋단말이야... ( 삐죽삐죽거리면서 힐끔) ....정말..내가 좋은거면.. 다 해줄거야?
 
강혜성:좋은 걸 어떡해. 네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싫던 것도 다 좋아질 것 같은데... (삐죽 대는 얼굴을 바라보며 살짝 웃는다.) 왜, 또 하고 싶은 거 있어?
 
윤바다:그런건 나도 같단말이야~ (게슴츠레 바라보면서) ...비밀이야~ 나중에 알려줄게! ... 대신 꼭 해준다고 약속하면! ( 새끼손가락 내밀면서)
 
강혜성:흐음, 들어봐야 알 것 같은데... (손가락을 내밀어오자 빤히 바라보다가 네 손에 제 손가락을 건다.) 나중에 언제 알려줄 건데?
 
윤바다:음...해가지기전에 알려줄게.( 새끼손가락을 걸고 흔들흔들) 약속 한거다? 낙장불입이야 이제~ 하하....
 
강혜성:최대한 늦게 알고 싶네 그거... (그저 좋다는 듯이 널 바라보며 네가 흔드는 대로 손이 흔들린다.)
 
윤바다:(가만히 바라보다가) .,..이제 다른곳 가볼까?
 
강혜성:응... 가자. (걸었던 새끼손가락을 풀고 손을 꼭 마주 잡고는 분식점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간판의 글씨는 벗겨진 페인트 탓에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떡볶이부터 온갖 걸 다 팔던 분식점.
 
가게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바랜 메뉴판은 자세히 보면 읽을 수 있어요.
 
컵볶이 500원
 
슬러시 500원
 
붕어빵 4개에 1000원…
 
어쩐지 그리운 메뉴들과 가격입니다.
 
기억해보면 사탕도 팔았던 것 같은데…
 
착각일까요?
 
이때가 좋았지, 옆에서 작은 중얼거림이 들립니다.
 
그 바다의 얼굴은 이 동네와 다르게 5년이라는 시간이 스치지 않았어요.
 
어떻게 그때 그 모습으로,
 
지금 당신의 눈앞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강혜성: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문득 본 바다의 손가락 끝에서 작은 빛이 납니다.
 
파스스,
 
빛가루가 퍼지듯 반짝이는 파편이 흩날려요.
 
시선을 느꼈는지 바다는 급히 손을 뒤로 숨깁니다.
 
윤바다:여기..떡볶이 좋아했는데...( 손을 뒤로 숨긴채 중얼) ,..나 떡볶이 좋아하는거 알지? ...
 
강혜성:... (잘못 봤나...? 아닌데, 분명히 똑똑히 봤는데...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떠날 때가 되었다던가, 이제 정말 이별이라던가, 멀지 않은 미래에 오고야 말 우리의 엔딩이 실체를 가지고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아서. 괜히 더 맞잡은 쪽의 손을 꾹 눌러 잡는다. 지금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듯한 네 모습에 구태여 뭐냐고 캐묻지 않았다.) ...응, 알지. 먹는 거에 별로 관심 없어 보였던 네가 처음으로 좋아하는 음식이라 즐거운 얼굴로 말했던 거니까, 잊을 수가 없지. 그 후로 떡볶이를 몇 번이나 더 먹었더라... (장난처럼 말하지만 막상 세어보면 손에 꼽힐 거라는 걸...)
 
윤바다:하하... 몇번 더 먹었던거 기억난다~.. 내가 좋아하는거라고 매일 레슨 끝나면 사오고~ ... 그때 솔직히 말하면.. 살 좀 쪘다?!... 얼마 안되긴하지만...( 장난스래 웃으면서 회상하듯 웃는다) ... 더.. 같이 먹고싶었는데..
 
두 곳을 모두 둘러보면
 
철컹,
 
그리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저 먼 곳에서요.
 
철거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바다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한 번 돌아보더니,
 
예전에 자주 가던 놀이터라도 둘러보자고 합니다.
 
기억을 따라 걸어가면 그림자는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윤바다:여기..놀이터. ... 알아? ... 여기 내가 휴대폰도 집에 두고 나왔다가 연락도 안되서~ 찾아다녔던 놀이터~ (과거회상하듯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지 웃으면서 말한다. .... 정말 바다에게는 네가 전부였다는듯 항상 네가 있었다는듯 기억해 보인다) ....
 
작은 꼬마 친구들뿐만이 아니라,
 
그네를 타며 떠들던 학생들도 많았던 놀이터입니다.
 
돌이켜 보면, 당신과 바다 역시 늦은 시간까지 이곳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갔었죠.
 
미끄럼틀과 시소는 부서져 있습니다.
 
그네의 쇠줄은 녹슬어 본래의 색을 잃었습니다.
 
지금 타기에는 무리가 있겠어요.
 
그나마 멀쩡한 벤치에 바다는 털썩 주저앉습니다.
 
윤바다:같이 앉을래?
 
강혜성:응. (네 옆자리에 앉아서 빈 놀이터를 한 번 두리번거리고는 다시 네게로 시선을 돌린다.) ... 너랑 나눈 추억들은 다 이 동네에 있는데...
 
옆자리에 따라 자리를 잡고 앉으면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그 침묵으로 수놓는 시간도 잠시.
 
사르륵,
 
바람에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흔들립니다.
 
하늘을 보면 햇빛과는 다른 빛이 반짝이며 흩날리고 있어요.
 
슬며시 당신의 손 위로 바다의 손이 올려집니다.
 
윤바다:그러게... 여기 모든 순간에 너랑한 추억인데... ( 살짝 웃으면서) 이제 그것도 사라지는게 ...참... ( 허탈하게 느껴지는지 가만히 하늘을 봅니다) ...
....네가 오지 않을까봐... 걱정했어. ... 내가 먼저 떠나서, 약속같은거 지키지도않고 그래서..내가 미워서 ... 오지않을까.. 걱정했어..
 
조곤조곤,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겹쳐 잡은 손에는 여전히 온기가 느껴져 어쩐지 안심이 되어요.
 
겨울인데도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봄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눈앞의 상대는 겨울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강혜성:(손을 더 꼭 잡으며) 어떻게 안 와... 나는 너 미워한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어. 널 미워할 수가 없어...
 
윤바다:누가 장난치는줄알고... 안왔을수도 있잖아. ...( 등을 기댄채 가만히 너를 바라본다) .... 속은거였으면...어쩔려고?
 
강혜성:(빤히 시선을 맞춘다.) 속은 거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질 나쁜 장난이라고 생각하긴 했어. 네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장난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여기로 오고 있더라. ... 그냥 네가 많이... 아주 많이 그리웠나 봐.
 
윤바다:(가만히 바라보다가 반대손을 올려 너의 머리를 쓰다듬는다.)....혜성아. ... 나는 늘 이곳에 있었어. ...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꿈뻑,
 
눈꺼풀이 무거워집니다.
 
햇살이 쏟아지는 벤치.
 
수마가 몰려오는 이유는 다정한 누군가의 목소리 때문인가요,
 
아님 손을 토닥이는 다정한 누군가의 손길 때문인가요.
 
다시 깨어나면 사라질 것 같은데,
 
애써 눈을 뜨려 해도 자꾸만 몸의 힘이 빠집니다.
 
동시에 애써 뜨고 있던 눈이 스르르 감겨요.
 
…아직 해야 할 말이 많으면서도,
 
들리는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지기만 합니다.
 
윤바다:....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서 미안해, 네가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가 그 슬픔의 이유가 되기도 싫고…
…잘 자, 혜성아..... 꼭 좋은 꿈 꿔
 
툭,
 
그 말을 끝으로 당신의 머리가 바다의 어깨로 떨어집니다.
 
의식도 다시 꿈속으로 떨어져요.
 
당신은 아까 전의 낮잠보다 조금 더 긴 잠에 빠지게 됩니다.
 
아주 상냥한 손길과 함께요.
 
 
 
강혜성: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이다음에는 뭘 쓰지. 벌금 같은 거?”
 
다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정신을 차리면 당신은 아까 그 놀이터가 아닌 어느 골목길에 서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강혜성:
SAN Roll
기준치: 37/18/7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천천히 눈을 깜빡이고,
 
또 천천히 숨을 내쉬고….
 
골목의 담벼락은 담쟁이넝쿨 하나 없이 깔끔합니다.
 
교복을 입은 바다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손에는 돌을 들고 벽에 무언가를 새기고 있어요.
 
당신 역시 교복을 입고 있고요.
 
손을 쥐었다 피면 감각이 없습니다.
 
아, 다시 과거에 머무른 그 꿈일까요.
 
윤바다:약속 안지키면...벌금 100만원~ 이런거 써야할까...흠...너무 많은가?
 
바다의 얼굴은 벤치에서 보았던 그 모습과 어느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담벼락에 돌로 무언가를 새기고 있어요.
 
장난스러운 그 표정에 잠시 이곳이 꿈이라는 걸 잊게 됩니다.
 
아니, 오늘 당신이 겪은 모든 일이 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은 이에게서 온 편지와 다시 만난 바다,
 
자꾸만 이상하게 흘러가는 오늘 하루…
 
윤바다:…혜성아? 어디 아파?
 
‘졸업 후에도, 강혜성과 윤바다는 꼭 함께이길. 평생.’
 
함께 새겼었던 그 낙서,
 
골목에서 보았던 것입니다.
 
글을 모두 새긴 바다는 당신에게 걱정하는 낯으로 다가옵니다.
 
윤바다:얼른..집에 가야겠다... 피곤해보여서.. (머뭇,..) 내가 너무 오랫동안 잡고있는거라면..미안해..
 
미래를 모르는 이의 말은 막연하고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라는 건 없었습니다.
 
강혜성:어? (조금 멍하니 바라보다 퍼뜩 정신을 차린다. 아니, 이런 상황에 정신을 차린다고 표현해도 되는 걸까...) 아냐, 그냥 잠깐 멍 때린 것뿐인걸...
 
윤바다:...정말?... 이상하네..( 쭈그린 상태로 가만히 바라본다).. 나랑있을때는 멍때리거나.. 딴 생각같은건..잘 안했는데.. (가만히 바라보다가) 내가 좀 재미없긴하지... 나... 그냥 갈까..?..
 
강혜성:아냐, 가지 마...! (반사적으로 다급하게 대답하고는) 난 너랑 있는 게 제일 재밌어. ...내가 멍 때려서 마음 상했어?
 
윤바다:(살짝 놀랬다가 바라보곤) ...마음 안 상했어... 진짜 걱정된거야. ( 볼을 쓰다듬어주곤) ...뭐야..강혜성. 바보같아...
 
그는 가볍게 당신의 손을 잡더니 자연스레 걸음을 옮깁니다.
 
그 익숙한 행동과 돌아갈 수 없는 추억에
 
왈칵, 눈가가 시립니다.
 
오늘 수없이 걷던 그 길을 다시 건넙시다.
 
두 번째로 보이는 것은 멀쩡한 [문방구]와 [분식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그 주변을 채우고 있습니다.
 
간판의 색은 바래지 않았고, 떨어져 나간 콘크리트 벽도 없습니다.
 
윤바다:오늘 너 기분 별로인것 같아보이니까~ 내가 살게! 어디부터 가볼까? 음...나는 커피우유 사야겠다~
 
온기가 느껴지는 단어들을 사용해,
 
바다가 웃으며 당신에게 묻습니다.
 
강혜성:(커피우유... 별생각 없었는데 네 덕분에 특별함이 생겼었지. 슬며시 미소 지으며 손을 더 꼭 잡는다.) 그럼 분식점부터 갈까?
 
하교 후 집에 가기 전,
 
아이들의 배를 채워주던 인심 좋은 분식점입니다.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새로 뽑은 듯 코팅이 번쩍이는 메뉴판에 익숙한 메뉴들이 보여요.
 
컵볶이 500원
 
튀김 500원
 
슬러시 500원
 
피카츄 500원
 
붕어빵 4개에 1000원…
 
바래어 보지 못했던 메뉴들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다는 하나하나 메뉴를 읊으며 고민합니다.
 
윤바다:자자~ 얼른 골라봐
 
강혜성:음... (메뉴판을 둘러보며 짧게 고민하고는) 그럼 컵볶이랑 슬러시?
 
하지만 당신과 바다의 차례가 되면
 
미안하다는 듯 아주머니는 머리를 긁적입니다.
 
오늘은 들리는 학생이 많아 금방 다 떨어졌다고 해요.
 
대신 손에 작은 사탕을 쥐여주고,
 
다음에 다시 오라는 말을 남깁니다.
 
윤바다:아아...뭐야...( 시무룩..) ... 맛있는거 사주고싶었는데...
(손안에는 사과맛 사탕이 있습니다.. )...이거 별론데..
 
강혜성:(네 손에 들린 사탕을 바라본다.) 하하... 우리 바다는 레몬맛 사탕 좋아하는데, 그치?
 
윤바다:응...( 뽀루퉁해져선 자신이 가지고있는 사탕을 너에게 준다) 이거 선물,
 
강혜성:먹기 싫어서 나 주는 거 아니고? (작게 키득거리고는 네게 사탕을 건네받는다.) 선물이라니까 또 나름 기분은 좋다~
 
윤바다:...!...아아니야..!...그런거..( 울상이 되어서는 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 사과는...왠지 너 같아서..
 
강혜성:알겠어~ (울상인 얼굴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다 뺨을 살짝 쓰다듬는다.) 그런가아. 나 사과맛도 좋아해.
 
윤바다:(살짝 올려다 보다가..볼이 발그레해진다)...ㄷ..다른곳.,.가..
 
강혜성:하하, 가자가자. (꼭 잡은 손을 이끌고 문방구로 향한다.)
 
편의점이나 마트를 두고도 학생들이 자주 이용했던 문방구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아주머니도 친절하시고.
 
신중하게 볼펜을 고르는 학생이나 불량식품을 잔뜩 집는 꼬마 친구들이 보입니다.
 
진열대는 색색 무언가로 가득 차 있어요.
 
이제는 살 수 없는 그리운 것들입니다.
 
윤바다:혜성아, 우리 이거 한번 해볼래?
 
바다가 가리키는 것은 익숙한 뽑기 기계.
 
바다는 그 앞에 쪼그리더니,
 
주머니에서 오백 원 동전 두 개를 꺼냅니다.
 
땡그르-
 
그 동전은 손에서 미끄러져 기계 아래로 들어가고 말지만요.
 
윤바다:아...!
 
바다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윤바다:…돈만 날렸네. 다음에 뽑자....
 
강혜성: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뽑기 기계 아래로 들어간 동전이 어째 익숙하게만 느껴집니다.
 
팔목을 보면 지금은 텅 비어있어요.
 
팔찌가 없습니다.
 
문방구를 나가는 길,
 
몇 아이들이 익숙한 팔찌를 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윤바다:오늘은 되는 일이 없네...
 
두 장소에서 둘은 모두 퇴짜를 맞게 됩니다.
 
그럼에도 바다는 환하게 웃고 있어요.
 
하늘은 이제 노을로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가로등도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합니다.
 
색의 온도와 반비례하게 기온은 떨어집니다.
 
입에서 흘러나오는 하얀 입김.
 
꿈이라 그럴까요,
 
춥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윤바다:놀이터라도 들렀다 갈래? 이제 자주 올 일도 없을 테니까
 
꿈속의 바다는 당신의 속도 모르고 태평히 말을 건넵니다.
 
그러나 쉽게 거절할 수는 없겠죠.
 
눈을 뜨면 전부 사라질 것들이라 지레 겁을 먹게 됩니다.
 
강혜성:(괜히 손을 더 꼭 잡게 된다.) ...응, 들렀다 가자.
 
둘은 노을을 등지고,
 
어느새 키보다 길어진 그림자와 함께 놀이터를 향해 걸어가게 됩니다.
 
...
 
작은 꼬마 친구들뿐만이 아니라,
 
늦은 시간까지 모여 떠들기 바쁜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미 미끄럼틀이나 시소, 그네는 전부 차 있어요.
 
남은 건 페인트칠을 막 끝내 신문지가 덮인 벤치뿐입니다.
 
바다는 그 벤치를 손으로 꾹 눌러 묻는 것이 없음을 확인합니다.
 
다 마른 것 같아요.
 
털썩,
 
자리에 주저앉으면 잠시 짧은 침묵이 흐릅니다.
 
침묵으로 수놓은 하늘은 구름의 무늬뿐입니다.
 
붉은 노을은 어둠을 이끌고 산 너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윤바다:시간이 늦었어. 혜성아,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었다고 했지?
다시 생각해보니까 아직은 좀 이른 것 같고…
졸업식 전날에 데려다줄게
 
당신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날 둘은 해가 지고 집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하루였죠.
 
마지막 겨울을 보내고 우리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월,
 
눈이 녹고 꽃망울이 열리는 졸업식의 해.
 
...
 
바다는 오지 않았습니다.
 
사진 속의 얼굴은 낯설기만 했어요.
 
그 앞에서 몇 번이고 무너졌던 기억이 다시 떠오릅니다.
 
여긴 꿈속이니 쌓여있던 말을 잔뜩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윤바다:진짜 기대해도 좋아~ 진짜 좋은 장소를 찾았거든~ ( 하하 웃으면서 너의 어깨에 기답니다)... 얼른...얼른 빨리 졸업식이 오면 좋겠다... 얼른 어른이되고.. 너랑 여행도 가고... ( 소리내서 웃더니) 너도 기대되지않아? 너도 얼른 졸업식이 오면 좋겠지?
 
강혜성:(미래를 기대하며 이렇게 들떴던 너인데... 옆에 기댄 네 어깨를 꾹 감싸안는다.) ...아니, 난 졸업식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시금 목이 메어오는 게 느껴진다. 다시 이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걸 바쳐도 좋을 텐데.) 나는 영원히 너랑 오늘에 살고 싶어...
 
윤바다:...?아? 그게 무슨소리야~ 이상태로 머물고있으면! ...내가 보여주기로한 곳도 못보고..! ...대학도 못가고..! ..( 머뭇)....결혼도 못하게 될텐데... 그래도 좋아? ( 뚱한채로 머리로 네 어깨를 꾹꾹 누른다) ... 졸업해도 우린 평생 함꼐 있을건데... ? 약속했잖아.
 
강혜성:약속... ...바다야, 너 그 약속 못 지켜. (고개를 푹 떨어트린다.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너와 웃고 떠들고... 계속 꿈속에만 있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 적어도 꿈속에서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꿈에서라도 네 웃는 얼굴만 마음껏 보고싶었는데. 오늘따라 쌓여있던 말과 눌러뒀던 감정을 참을 수가 없었다.) 대학도 가고, 너랑 여행도 가고, 언젠가 결혼도 하고... 그렇게 평생 함께 있고 싶었어... 정말 네가 없는 미래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는데... (목이 더 메어와 말끝을 흐리게 된다.)
 
윤바다:....(아무말없이 듣고있다가 이해가 안간다는듯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본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할까.. 분명 방금 그말에 상처를 받아야 맞는건데.. 왜 나보다 더 슬퍼하는 너떄문에 무슨 표정을 지어야할지..) ...내가...무슨 잘못..했어? .....내가 다 잘못했어. ... 나,,야..약속 지킬게.. 응?...(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다가) ...내가 이해가 되도록...제대로 말해주던가.....이게 뭐야..강혜성...
 
강혜성:졸업식 전날에... 사고가 났어. 그 사고로 네가 세상을 떠났고... 너 없이 5년이 흘렀어, 자그마치 5년이. 네가 매일밤 꿈에 나와...... (괴로운 듯 눈을 꾹 감는다.) 약속 지키겠다는 네 말 믿어. 믿고 있었어... 근데 이것도 다 꿈이잖아. (고개를 푹 숙인 채 네 어깨를 당겨와 꼭 끌어안았다.) ...보여주고 싶다던 곳, 그냥 지금 보여주면 안 돼?...
 
윤바다:....(너의 말에 아무말없이 듣고있다가 표정이 미묘해졌다. 도저히 이해가 안간건지 아니면 알고있는건지 알기 힘든 표정..) ... 내가.. 네꿈에 나오는게. .. 너에게...너에게 악몽이겠다.. ... ( 작게 중얼거리면서 있다가 다시 웃어버린다) ...늦었다.. 우리 이제 집에 갈까?
 
바다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놀이터에 남아있는 아이들도 몇 없습니다.
 
해는 완전히 지고, 거리를 밝히는 건 가로등뿐입니다.
 
입에서는 하얀 입김들이 폴폴 나오고 있어요.
 
강혜성:
관찰력
기준치: 70/35/14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깜빡,
 
그 가로등의 빛은 불안하게 꺼졌다 켜지길 반복합니다.
 
가로등에서 퍼져나오는 빛줄기가 부서지기 시작합니다.
 
뒤를 돌아선 환하게 웃는 바다의 모습이 안개가 낀 듯 경계가 모호해져요.
 
안녕,
 
안녕…
 
분명 그런 말을 들은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본 바다는 맑게 웃고 있었습니다.
 
5년 전 그때 그 모습 그대로요.
 
...
 
당신의 어깨를 누군가 두드립니다.
 
여전히 다정하고, 오늘 하루는 계속 곁에 맴돌던 목소리가 나직이 울려 퍼집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요.
 
어디론가 떨어졌던 정신이 차차 돌아옵니다.
 
 
 
윤바다:혜성아..., 잘 잤어?
 
다시 깜빡,
 
눈을 뜨면 벤치 앞.
 
쪼그려 마주 앉은 바다가 보입니다.
 
몽롱한 한 정신과 돌아오지 않는 현실감.
 
꿈에서 깬 걸까요?
 
여긴 정말 현실이고, 방금은 꿈이고…
 
그 얇은 경계선에 당신은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하늘은 붉어요,
 
노을이 지고 붉은빛이 상처처럼 하늘을 물들입니다.
 
당신의 옷도 교복이 아닌 처음 입고 온 그대로예요
 
꿈이 아닙니다.
 
윤바다:푹 자길래 안 깨웠어. 이제 움직이자. 조금 있으면 해가 완전히 지니까.
 
바다는 당신에게 손을 내밉니다.
 
하지만…
 
...
 
바다의 손 절반이 흰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손이 닿자,
 
오늘 몇 번이고 본 빛처럼 부서져 흩어지는 그 손.
 
강혜성:
SAN Roll
기준치: 37/18/7
굴림: 2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따스하지만 그 흰 부분은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바다를 집어먹을 것처럼,
 
이 빛처럼 바다도 부서질 듯이.
 
빛은 벌레가 잎을 먹듯 바다를 좀먹고 있어요.
 
강혜성:바다야, 너 손...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외면하고 있었던 것. 막상 제대로 마주하니 도저히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시간이 없다는 게 이런 뜻이야?...
 
윤바다:... ... ( 가만히 ..그저 아무말 없이 바라보고있다.)... 보여줄곳이 있어. ... 얼른가자...
 
강혜성:
심리학
기준치: 30/15/6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그저 재촉만 할 뿐인가요?
 
바다는 다정히 웃고 있지만 곧 울 것처럼 눈이 젖어있습니다.
 
윤바다: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어째서 사람은 예정된 이별을 느낄 수 있는 걸까요.
 
마지막,
 
그 익숙해질 수 없는 단어가 머릿속을 헤집고 어지럽게 합니다.
 
이번에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헤어질 수 있겠죠.
 
눈가가 시린 이유는 찬 겨울바람 때문일 겁니다.
 
윤바다:....손 ... .... 손..잡아주면..안돼..?...... (나..무서운데...).....( 손을 내립니다)....
 
강혜성:잡을게, 손 잡자... (기다림 끝에 떨어지는 손을 당겨와 꼭.. 맞잡는다.)
 
윤바다:....(손을 꼬옥 잡곤 환하게 웃어보인다) ....고마워. ...
 
바다는 손을 잡으며 익숙하게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깁니다.
 
철컹,
 
그리고 와르르.
 
또 먼 곳에서 어느 건물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골목을 지나,
 
위로 향하는 돌계단을 지나,
 
오솔길과 처음 보는 건물을 지나…
 
반딧불이처럼 빛을 내는 바다의 뒤를 따라가면
 
처음 보는 공간이 나타납니다.
 
옆에는 저수지가 있으며,
 
언덕 아래로는 마을 풍경이 전부 보이는 높은 이곳.
 
마치 전망대 같습니다.
 
길게 늘어진 검은 전깃줄이 오선지의 악보처럼 이어지고,
 
또 모든 건물은 울긋불긋한 노을을 머금는 중입니다.
 
노을 탓에 마을 전체가 불이 난 듯 붉게 물들고 화사해집니다.
 
윤바다:...예쁘지..?....
 
문득 본 바다의 몸은 발목까지,
 
그리고 손은 또 완전히 빛이 되어 반짝…
 
흩어지고 있습니다.
 
사라지고 있어요.
 
물어볼 게 많습니다.
 
속에 꾹 담아둔 말들도 많아요.
 
윤바다:…예쁘지? 여기 진짜,,~ 보여주고 싶었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공간이거든
 
강혜성:(풍경을 바라보던 시선도 잠시, 곧바로 네게 시선을 돌린다.) ...예쁘다. 응, 정말 예뻐... ... (손을 더 꾹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이제 말해줘. 왜...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것도 꿈 아니야?...
 
노을을 지고 환하게 웃는 그 얼굴은,
 
역광이 진 그 얼굴은 왜 마냥 슬프게 느껴지나요?
 
윤바다:....나는 죽은 후에도 이 동네에 계속 있었어... ( 노을을 한참 바라보면서)보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그 미련 때문에 이곳을 떠날 수 없었거든... 알고있잖아.. 나.. 여기 온전히 너와의 추억이 가득한 곳을.,.. 어떻게 떠나....여기서 영혼의 상태로 사람들과 널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오랜 시간 이곳에 남으며 장소와 완전히 동화되었지..., 사람들이 전부 떠나고 이곳은 철거 예정이 되었다고 하더라....
지금 보이는 것처럼 동네가 부서짐과 동시에 나도 사라질거야. ....아마 , ...아마도... 오늘이 마지막일 거야...
다시는 널 ..다시 만날수없다는 생각에 완전히 ..하하.. 완전히 포기하고있었는데... 누군가 내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줬어... 누군지는 모르겠어... 그냥..그냥 목소리만 들렸거든...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마지막을 자신에게 보여달라고 부탁했고.. 나를 5년 전의 몸과 하루으 시간을 줬어.
그래서 너에게 편지를 보낼수 있었고... 오늘 이렇게 다시 만날수있게 된거야...(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보고는)
 
윤바다:..오늘 너에게 하지 못한..인사...인사하고싶었어. .... ..
...있지...오늘 만나서 반가웠어. ... 그리고 늦었지만 졸업을 축하해, 혜성아.
 
강혜성:(정말로 마지막 인사 같은 네 말에 울컥 눈물이 차오른다.) 안.. 갈 수는 없는 거야? 도저히 방법이 없는 거야...? (이대로 널 잘 보내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머리로는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어느 누가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이렇게 영영... 이별이야?... (참았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윤바다:...응..난..이미 5년전부터 없던 사람이야. 기회를 하루 얻은거고..(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지만 빛무리뿐인 손이였다..) ... ...
해가 지면 그 시간이 끝나. 나는 완전히 사라지겠지. 안녕, 잘..잘 지내야해..!......이제는 울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지?
(마지막인 만큼 하고싶은 말을 하려는듯 웃어보인다. 마지막까지.. 웃는 얼굴이고싶으니까..
밥은 항상 3끼는 무조건 먹어야해..!.. 그...너는.. 식성이 좋은 편이니까 걱정은 안되지만..
혹시나해서 말하는거야..!
어어어...그..그리고오......바이올린 연습! 레슨 빼먹으면 절대 안돼! 대학을 가서도 열심히 해야해! ..교수님 속 썩이지말고..! (눈웃음지어보이면서)
 
윤바다:..그리고,,아프면 꼭! ..어머님한테 전화해, 이정도면 괜찮다고 금방 낫는다고 버티고있지말고..!
....이번에는 진짜 내가 간호해줄수없으니까.. 그때도 ...제대로 해준건 아니였지만... (목이 메여오는지 입술을 꾸욱 닫았지만 이내 숨을 크게 내쉰다) ....
내..내 물건..다버려야해. 그거 가지고있으면.. 너 매일 울거잖아.난.. 그런건..싫단말이야.. 잠도 잘자야해.
꼭 그래야해..!... ....
.... 혜성아....!...... (못참겠는지 웃는 얼굴위로볼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아.... 오늘은 안 울고싶었는데...하하... ....
....내가.. ..내가 악몽이 되어서... 미안해....!.... 진짜...많이 ..미안해...!...하하....
 
윤바다:..전에 말했잖아... 내가 죽으면 더 잘 살고... 괜찮은 사람 만나서 더 좋은 사랑하고... 100살 꽉 채워서 그때...우리 다시 만나자고...
전에 내가 말했잖아,..?... 그거...진짜 ..진짜로 지켜주면 좋겠는데... 평생..같이 있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미안해... 정말...미안해...
 
행복하고, 밥은 잘 챙겨 먹고. 좋은 사람과 좋은 일만…
 
잔소리처럼 바다는 줄줄 말을 내뱉습니다.
 
5년 동안 쌓이고 쌓여, 묵어버린 그 말들을요.
 
헤어짐은 예정되어 있습니다.
 
애초에 바다는 이미 죽은 사람이니까요.
 
헤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당연하지만…
 
윤바다:너와의...여름...가을....겨울.... 전부... 행복했어. 많이 행복했어..!.....
 
강혜성:(네 말에 눈물이 더욱 흐른다.) 너랑 내가 함께 한 시간이 1년이 채 되지 않는데... (괴로운 얼굴로, 떨리는 목소리로 어렵게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네가 나오는 꿈이 악몽이라고 한 적 없어. 그냥 매일... 그립고 그리웠어. 꿈에서 깨면 네가 없는 현실이 너무 괴로웠어. 네가 없는 미래를 생각하기가 너무 어려웠어... 나, 앞으로가 너무 막막해. 네가 없는 매일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무릎까지, 이젠 머리카락의 끝부분도.
 
부서지는 바다의 몸은 노을보다 더 밝게 빛납니다.
 
빛무리들이 우리 주변을 감싸요.
 
중간중간 건물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해가 짐에 따라 그 소리도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합니다.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합니다.
 
이젠 정말 헤어질 때가 온 걸까요.
 
우리의 겨울은 유독 시리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다는 오랜 시간 당신을 응시하곤
 
천천히,
 
아주 느리게 입을 뗍니다.
 
윤바다:혜성아, 마지막으로 부탁할 게 있어.
내가 원하는건 전부 들어주겠다고.. 아까 약속했지?....
…날 잊어줄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던 바다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나요?
 
억지로 끌어올린 입꼬리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
 
일그러진 표정과 함께 애원하듯,
 
목소리가 잘게 떨립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요.
 
이별에는 익숙해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영영 잊는 건 또 다른 의미죠.
 
목이 메는 듯한 기분에 숨이 턱 막힙니다.
 
마지막 부탁이 이렇게 잔인할 필요까지 있나요?
 
강혜성:(고개를 절레 내젓는다.) 싫어, 못해. 내가 널 어떻게 잊어... 어떻게 잊으라고...! 안 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야 그건...
 
윤바다:혜성아, 너도 알고 있잖아. 지금 이 모든 순간이 말도 안 되는 꿈과 같다는 거.
너한테도 부작용이 생길 거야.
내 욕심 때문에 만나선 안 될 사람을 꿈을 빌려 마주하게 됐으니까…
앞으로 네 꿈속에 평생 내가 계속 나올 거야. 그리고 널 괴롭히겠지. 혜성아...,
넌 매일 밤 내가 죽었던 날이나, 헤어진 순간을 버텨낼 수 있어?
앞으로가 막막하다며.... 매일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모르겠다며...
 
윤바다:( 안심시키듯 웃어보이면서) ... 날 잊게 하는 주문을 알고 있어
너에게 걸어줄 시간 정도는 충분해....
부탁이야, 마지막으로 날 잊어줘... 내가 원하는거야.
 
다정하게 뺨을 쓰다듬는 손은 이제 형체가 없습니다.
 
그저 따스한 빛만이 당신을 감싸고 있어요.
 
바다의 눈에서 떨어지는 건 그 수많은 파편 중 하나겠죠.
 
미처 삼키지 못한 눈물은 아닐 겁니다.
 
행복하길 바란다고 합니다.
 
당신이 더 이상 슬퍼하지도,
 
그리워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 말들에 새겨진 진심은 깊어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5년의 기다림,
 
그리고 마지막 부탁이 망각이라면
 
우린 너무 슬픈 이별을 맞이하는 게 아닌가요?
 
마지막 안녕 역시 잊히고 말 것입니다.
 
바다의 이름 한 획부터,
 
다정한 목소리까지도.
 
두 번째 이별을 앞둔 사람의 표정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습니다.
 
천천히 기울어진 해는 누군가가 없는 내일을 향해 떨어져요.
 
강혜성:(뺨에 닿는 온기를, 스러지는 빛을 붙잡는다.) 싫어... 그런 거라면 감당할게. 평생 널 꿈속에서라도 볼 수 있다면, 다 감당할게... 제발 잊으라는 말만 하지 마. 내 삶에서 널 도려내고 내가 어떻게 나로 살아갈 수가 있어... 죽느니만 못해도 차라리 그게 나아...
 
윤바다:....나를 잊으면.. 처음부터 나를 만난적없게 될텐데... 내 이름...내 체온... 내 목소리... 전부 잊어버리고.. 살수있을텐데... ( 하하..) 진짜 강혜성... 넌 진짜 바보야...
 
강혜성:널 만난 건 내 인생에 가장 큰 축복이었어. 널 만나고 사랑했던, 그 1년도 안 되는 시간이...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야. 나한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해, 제발 그것마저 앗아가지는 마...
 
윤바다:... ... 나도 마찬가지야.. 내 19년 삶중.. 1년도 안되는 그 소중한 시간이... 나에게 가장 큰 축복이였어... ... 그럼 나랑 약속..하나만...더 해줄래? ... ... 너무 울지말고.. 아까 내가 했던..잔소리..다 들어줄래? ... 최소한...3개만이라도.. (정말 시간이없어..) ... ... 날 기억해주는대신... 너의 삶도.. 전보다는 아니지만... 꿋꿋하게 남은 삶을 다 마치고.. 나에게 와주기. ... 어때?
...너무 빨리오면 마중도 안나갈거야. ,,, 그때도 붕어빵 사들고 마중갈게. .... 응?....
 
강혜성:(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참 잔인하다... 고작 주는 선택지가 널 잊던지, 견디면서 잘 살아가던지라니. 속은 다 무너지는 기분인데도 널 슬프게 할 대답은 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 내 심정이 이런데 날 두고 떠나는 네 마음이라고 홀로 편할 리가. 적어도 떠나는 길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눈가가 벌게지도록 눈물을 흘리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너 없어도 죽지 말라는 말을 어렵게 하네... (목이 메어 내뱉은 한 마디, 한 마디가 힘이 들 지경이었다.) 노력해 볼게... 노력할게...
 
윤바다:....약속했다? ... 진짜..빨리오면.. 다음생에는 너 안좋아할거야~( 마지막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바라본다..빛무리때문에 어떤 얼굴인지 알기 힘들다.) .... 혜성아. .. 많이 사랑해. ... 영원히
 
윤바다:그게 네 선택이라면, 존중할게....
 
그럴 줄 알았어.
 
바다는 바스러지는 팔로 눈가를 벅벅 닦더니,
 
마지막으로 환하게 웃어 보입니다.
 
잊힌다는 것을 어느 누가 반가워하겠나요.
 
내색하진 않아도 바다는 두려워했을 겁니다.
 
정말, 자신의 존재가 소중한 이에게 잊힌다는 것이.
 
노을이 산 뒤로 완전히 넘어갑니다.
 
희미한 빛만이 남은 바다는 당신을 그러안습니다.
 
그 빛은,
 
그 온도는 한없이 다정하고 따스해 마음이 녹아버릴 것만 같아요.
 
윤바다:잘 지내, 사랑해, 그리고…
 
쏟아지는 말들이 점점 작아집니다.
 
당신이 품에 안고 있던 상대가 완전히 사라지고,
 
지탱하던 무게가 사라지자 몸이 순간적으로 휘청입니다.
 
눈물이 고여 흐릿한 앞을 보면
 
완전한 어둠 속 넓게, 하늘로, 또 하늘로.
 
시린 겨울바람을 따라 흩어지는 빛의 파편들이 보입니다.
 
손이 닿자 으스러지는 그 연약한 빛이요.
 
바다가 있던 자리에는 무언가가 놓여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뽑았던 팔찌,
 
그리고 저건…
 
꽃다발입니다.
 
졸업식 때 우리가 주고받기로 했던 그 꽃.
 
안개꽃과 튤립 입니다.
 
꽃들은 겨울과 어울리지 않게 화사하고 싱그럽습니다.
 
바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못다 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그 상대가요.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것도 없는 이 언덕이 괜히 더 넓어 보입니다.
 
이제 나가야겠죠.
 
동네가 곧 완전히 닫힐 겁니다.
 
겨울, 우리가 다시 헤어진 계절.
 
영원한 봄을 기다리는 그 계절은 유독 시립니다.
 
바다가 남기고 간 꽃다발을 가만히 쳐다보면,
 
낡고 바랜 하늘색 카드 한 장이 꽂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손끝을 간질이는 꽃들 사이 그 카드를 꺼내어 읽읍시다.
 
눈물이 나려는 것은 소중한 이의 익숙한 부재 때문이겠죠.
 
카드에 적힌 그 내용은…
 
...
 
<엔딩2. 우리의 졸업식을 축하해.>
 
윤바다: 로스트
 
강혜성: 생존 / 이성치2회복
 
당신은 매일 밤마다 윤바다가 나오는 꿈을 꾸게 됩니다.
 
반복되는 헤어짐의 꿈.
 
그건 악몽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