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성:(웬 손거울? 누구꺼지... 집 앞이라 무시하기도 뭣 하니 버리든 주인을 찾아주든 나중에 할 셈으로 일단 줍습니다.)
거울에 손을 댄 순간, 표면이 마치 수면처럼 일렁입니다.
찰나였지만 분명 물 같았는데...
강혜성:(잘못 봤나?... 시간까지 뛰어넘는 처지에 이 정도 특이한 일은 놀랍지도 않다. 그냥 덤덤하게 손거울을 살펴보고는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주머니에 챙겨둡니다.)
... 다시 만져보면 평범한 거울입니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바다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은 어떤 게 좋을까?
...
...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되돌아가서 처음 만나는 바다는
언제나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으니까요.
마치 운명처럼.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여전히 조용한 학교에는 잔잔한 피아노 소리가 들립니다
강혜성:(몇 번을 들어도 단 번에 사로잡히기에 충분한 선율이다. 아득한 과거에 너와의 진짜 시작에서 난 이 피아노 소리에 처음으로 호감을 가졌었다. 운명이라는게 정말 있다면 우리의 시작은 정말로 운명이 아닐 수 없다고 지금까지도 생각한다.) ... (문 밖에서 조용히 귀를 기울이다가 치아노 소리가 잦아들 때 즈음 뒷 문을 살짝 열며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말을 겁니다. 초면에 말 거는 걸 정말 싫어했던 것 같지만.)안녕, 혼자 여기서 뭐해?
윤바다:(피아노를 치다가 깜짝 놀래서는 연주를 멈추고는 놀란 토끼 눈으로 소리가 들리는 곳을 봅니다. 그러다가 인상으로 쓰고 허리를 숙여 몸을 숨겨봅니다. ..아니 그래봤자...다리 때문에 다 들키겠지만...)....
강혜성:(슬쩍 웃고는 피아노 너머를 바라보듯 몸을 쭉 빼며) 이미 다 들켰는데 뭘 숨고 그래? 인사는 좀 받아주면 안 돼? 너 피아노 되게 잘 친다.
윤바다:(고개를 돌린상태에서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사람이 모른척하는거라면 인사하기 싫은거. 몰라?......지나온 길이면 그만 가지 그래?
강혜성:에이, 우리 같은 반이잖아. 여태 인사도 제대로 한 번 못 해봤는데 한 번 정도는 받아주면 안 되나? (슬쩍 음악실 안으로 들어가서는 뒤쪽 끝자리에 앉으면서) 너랑 대화해보고 싶었어. (처음 만났을 때 기억이 새록새록... 그때도 참 까칠했었다.)
윤바다:...이제와서..아는 척이야..짜증나게...(뒤쪽에 앉은걸 보고는 힐끔쳐다보가 이내 고개를 돌려
렸다. )나...재미없는 사람이야. 너는 주변에 친구도 많으면서. 그러는거야? ....귀찮게 하지말고...가
강혜성:이미 다 아는 친구들이야 뭐 뻔하지. 그러게, 이제 와서... 좀 늦긴 했지만 그래도 네가 궁금해, 윤바다. (좀 더 일찍 말 걸어볼걸. 늘 그렇게 생각했었지.) 귀찮아도 조금만 상대해 주라. 우리 꽤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잖아.
윤바다:....(아무말없이 있다가 조용히 말을 건다)...너 단순히 나랑 친구. 가 되고싶어서 말건거야? 친해지고싶어서? ...굳이 너한테 귀찮다고 하고 대화하기싫은 애랑 친구 하고싶냐?.......난 너랑 친구 안해
강혜성:응. 친해지고 싶어, 너랑. (당연히 단순히 친구가 되고 싶은 건 아니지...) 왜 나랑은 친구 안 하는데? (다 아는 사실이지만) 너 다른 반에는 친한 애 있어 보이던데... 나랑도 친구 하면 안 돼?
윤바다:... ...! 너 그건 어떻게 알아? 너...내 스토커야???(말한적도 없는데..! ...)( 더 기겁하는 표정으로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방을 챙깁니다) ...너랑 있으면 주위에 들러 싸여져서 피곤해. 나랑 친구할려면 지금 친한 친구들 다 절교하던가...!( 뭐 이러면 당연히 미친 놈이라서 떨궈내겠지....응응.)
강혜성:스토커라니... 교실에 앉아있으면 가끔 찾아오더구만. 그걸 못 보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냐? 나 그렇게까지 주변에 관심 없는 사람 아니야. (그짓말이다... 첨엔 진짜 관심 없어서 몰랐으니까...) 다른 친구들 다 절교하고 오면 친구 해줘? 진짜 그러고 오면 받아줄 거야? (처음 이런 말을 들었더라면 너 만날 땐 다른 친구들 없이 혼자 올게 정도로 받아쳤을 말이지만... 지금이라면 정말 널 만나기 위해서라면 다른 친구들은 전부 기꺼이 절교할 수 있을 것 같다.)
윤바다:(무..무슨말을 하는거야...!...)(진짜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이 든다...)그..그렇게 까지 하지마...그렇게해..도...안 받아줄거야..!...미친놈,...(마음이 약해서 또 그렇게는 못한다.)....지금...있는 친구들한테..잘해. 인기도 많은 녀석이 왜.....
강혜성:왜 난 안 받아주는데?? (이 정도 철벽도 오랜만이군...) 그렇게 말 안 해도 이미 잘하고 있어. 너한테도 잘할 자신 있는데.
윤바다:(뒷말에 얼굴이 빨개져선 돌아본다) 나..나한테는 잘할 필요없어..! 꺼져!
강혜성:(아, 드디어 돌아봤다. 눈이 마주치자 씩 웃어 보이고) 너 내 이름은 알아?
윤바다:... ...(한동안 말이 없다가 어색한 표정으로 짓는다...)...몰라. (고개를 돌려)...그런거 알 필요 없잖아..
강혜성:(거짓말. 알고 있었으면서.) 내 이름 몰라? 같은 반이면서 내 이름 모르긴 힘든데. 나 1번이잖아. (장난스레 말하고는) 난 강혜성이야. 이름 정도는 알아주라, 난 너랑 꼭 친구 할 건데.
윤바다:...그지같은 이름이네.(쳐다보지도 않고 가방을 챙깁니다)......나한테 관심꺼....제발
강혜성:(책상에 기대 있다가 가방 챙기는 걸 빤히 바라보고는) 어디 가게? 이제 집에 가는 거야?
강혜성:알았어, 알았어. (테이블에 턱을 괴고는 익숙한 카페 내부나 창 밖은 본체만체하고 익숙하다 못해 안 보고도 그릴 수 있을 정도의 익숙하디 익숙한 얼굴만 빤히 들여다본다. 어쩜 몇 번을 봐도 질리지가 않을까, 이 얼굴은.) ... (왠지 입을 다물고 있고 싶은 순간이다. 워낙 조용한 걸 좋아하는 너니까, 말이 없는 지금이 더 좋으려나.)
윤바다:(조용한게 좋은지 창밖으로보고 살짝 웃는다. 조용하고...여름날..카페는 적당히 시원하고...햇빞은 따뜻하고....평화롭다...그러다가 조용해진 너와 눈이 마주친다...꽤나 복잡한 표정...).....뭘봐
강혜성:응? (가만히 널 바라보며 조금 멍을 때리다가 뭘 보냐는 말에 살짝 정신이 들고는) 아냐, 그냥 보고 싶어서. 한 번도 네 얼굴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 같길래. (보고 싶다는 말은 진짜. 이어지는 말은 당연히 거짓말이다.) 왼쪽 눈 밑에 점이 있었구나, 너. 그거 매력점이라던데.
윤바다:...못생긴 얼굴 뭐하러 빤히봐.....징그럽게.( 시선을 피하고는 진동일 울리자 음료가 나온걸 알고 일어난다.)....내가 가져올게.
강혜성:못생기다니 누가?? (이조차도 몇 번 들어본 말이었지만 정말 들을 때마다 어이가 없다. 얘가 못생긴 얼굴이면 도대체 누가 잘난 얼굴이란 거야?) 나참... (자리에서 일어나는 널 올려다보고는) 내가 가도 되는데... 응, 부탁할게. (그냥 부려먹지. 꼭 이렇게 자질구레한 건 자기가 하려고 나선단 말이지.)
강혜성:궁금하지, 너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니까. (커피를 홀짝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난 있어 그런 거.
윤바다:....(움찔..)...지금. 내가 궁금해서 물어봐야하는거지?....
강혜성:(슬쩍 웃고) 물어볼 거야? 네가 궁금해하면 기꺼이 알려줄 수 있는데.
윤바다:...뭔데. 재미없겠지만. 들어봐줄게..
강혜성:(잊을 수 없는 추억... 그거야 당연히 너와 쌓았던 모든 시간일 게 뻔했다. 처음으로 말을 튼 오늘 그런 걸 이야기해 봤자 네가 믿을 리가 없겠지. 말해버리면 그때야말로 정말로 미친놈 취급하며 멀어질 지도 모르겠다. 진심으로 미친놈 취급 당할 순 없으니 적당히 어렸을 때 이야기나 해볼까...) 나 바이올린 하는 건 알아? 어렸을 때 종종 콩쿨에 나간 적이 있었거든. 사실 별로 그런데서 긴장하는 성격은 아닌데도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콩쿨에 나가면 꼭 무대에 오르기 전에 하지도 않은 긴장을 풀고 올랐던 기억이 있어. (사실 이건 특별히 잊을 수 없다기 보단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겠지만)
윤바다:....긴장은 누구나 하는거야. 나도...콩쿨에 나가면. 긴장많이해. 사실..긴장같은건 안했는데...어느순간 하게 되었지만..(덤덤하게 말하면서) 그래서...그게 추억이라는거지,,?
강혜성:그래? 넌 전혀 긴장할 실력이 아니던데.... (살짝 바라보고) 음... 뭐, 추억이지. 넌 정말 없어? 이런 추억 하나쯤은 있을 법도 한데.
윤바다:....(시선을 피하고있다가)...누군가를 힘껏...사랑하는 꿈이야. 함께 같은 침대에서 잠들고.. 그 사람 품에서 깨어나. 같이 밥을 먹고.. 틈만나면 입을 맞추고...사랑하다고 말해줘....많이 싸우고. 헤어지고, 그러다가 다시 사랑하고....(너를 마주 보고)....얼굴은 기억안나. 근데...행복하더라. 깨고싶지않을 만큼.
강혜성:(꼭 우리 얘기 같은데. 너와 사랑할 때는 꼭 그랬으니까... 시간을 되돌아온 지 고작 첫날이라 이전의 일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아 생생히 기억난다. 정말 네 말대로 꼭 그런 시간을 보냈었지. 시선을 눈을 맞추다가) ...말만 들어도 정말 행복했을 것 같네. 누굴 그렇게 사랑해본 적 있어?
강혜성:왜 그렇게 생각해? 널 좋아하는 사람 꽤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로 내 눈앞에서 고백받은 게 몇 번인데... 이번 생에선 아직 한 번도 보질 못 했으니 말할 순 없지만.) 나도 그중에 하나고~
윤바다:....무서운 소리하지마.(음료도 거의 다 마셔가고.)...빨리 마셔. 집가게..
강혜성:무서울 것까지 있어?? 내가 널 좋아하는 게 왜 무서운 소리야? (매번 이렇게 차갑게 얘기한다니까.. 홀짝홀짝 열심히 마신 라떼도 거의 바닥을 보여간다. 다 마시면 일어나야하니 최대한 천천히 마신 건데도 역시 금방 줄어드는구만...) 아~ 바다가 집에 안 가고 나랑 더 놀아줬음 좋겠다~
강혜성:(뭐지?... 늘 똑같은 사건의 연속이었는데... 내가 모르는 일들이 발생하니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조금 불안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겉으로 불안한 티는 내지 않았다. 분명 이상해 보일테니까.) 미술 전시회... 재밌겠다. (네 쪽을 힐끔) 바다야, 전시 보는 거 좋아해?
윤바다:(당황스러운지 표정이 꽤 이상하다.)...어..?..어?...조..좋아하지만. 안갈거야. 집갈거야.
강혜성:(...표정이 왜 저래?) 왜 안 가? 전시 보는 거 좋아하면 같이 가자. 너랑 나랑 같이 당첨된 거잖아.
윤바다:황당하네...네가 당첨 된거지 내가 된거냐...(이상한 눈으로 본다) ...네 애인이랑가.
강혜성:뭘, 같이 왔으니까 같이 당첨된 거지~ (뻔뻔하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 만나는 사람 없는데?
윤바다:...(한숨을 쉬고는)...빨리 보고 나오는거다..대신...
강혜성:(기억에 없는 낯선 이벤트라도 역시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기쁘다. 기분 좋은 듯 웃어 보이고) 같이 가주는 거지? 알았어, 빠르게 보고 오자.
윤바다:(끄덕이면서)....여기 전시관...연출인가..?...그런거라면 진짜 잘만들었네...(비쌀만하다..
강혜성:그러게... 연출인 건가?... (하도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다보니 미처 연출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그냥 연출인 거겠지?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난 건 아니겠지? 왠지 조금 불안해졌다.) 으음... 비싼 전시는 역시 다르네.
윤바다:...(주위를 둘러보곤 더이상 볼건 없는지 너의 옷깃을 살짝 잡는다)..이제 끝난것같은데...돌아가자.
강혜성:(옷깃을 잡는 손길을 느끼자마자 불안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그냥 네가 내 곁에 있다는 것 뿐인데, 그게 뭐라고 이렇게 위안이 되는지...) ...아쉽다. (벌써 돌아갈 시간이라니 아쉬움만 남는다.)
윤바다:(힐끔보더니)아쉽긴. 나는 이제 집갈수있어서 좋기만한데...(기지개 피더니) 빨리 나가자.
강혜성:그래? 난 많이 아쉬운데. (씁쓸하게 웃고는) 그래, 슬슬 나가자. 집에 데려다줄까? (당연히 싫다고 하겠지만~)
윤바다:....그러던가.( 등을 돌리고 출구로 간다)..대신. 따라 들어오지는 마
강혜성:(으응? 당연히 싫다고 할 줄 알았다... 예상외의 반응이라 조금 놀랐다. 이번엔 전이랑 다르게 전시를 같이 봐서 그런가? 이번엔 특히 마음을 빨리 열어준 것 같은데...) 다, 당연하지. 응, 집 앞까지 데려다 주기만 할게. (기분 좋은 듯 입가엔 미소가 걸렸다. 늘 경계하던 길고양이가 마음을 열어준 것 같은 기쁨...)
귀갓길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던 걸까.
금세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 할 때입니다.
데려다 주기로 했기때문에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합니다.
윤바다:...항상 혼자 집에 갔는데...누가 같이 가주니까..어색하네..(머쓱해져선 힐끔보다 시선을 돌립니다)
강혜성:생각보다 나쁘지 않지? (살짝 웃고는 네 쪽을 힐끔 바라본다. 난 너무 익숙한데. 지금의 너는 언제나의 처음처럼 모든 게 낯설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만 하다. 같은 기억을 공유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윤바다:응. 나쁘지않네. (살짝웃더니 꽤 편해진 얼굴이다. 오늘은 그렇게 덥진 않았던것 같은데.. 왠지 더워진 느낌이다.)...고마워.
강혜성:하하, 귀찮게만 했지 딱히 고마울 일은 안 한 것 같은데. (기분 좋다. 늘 내 곁에서 편안한 표정을 짓는 네가 좋았다.)
윤바다:그래도 본인이 나를 귀찮게 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있구나?( 피식웃어버리고는)
강혜성:뭐, 나도 그 정도의 눈치는 있으니까... (머쓱하게 웃고)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네가 좋아서 귀찮아하는 거 알면서도 좀 들러붙었어.
강혜성:... 어제를 기억해? 아니, 어제가 아니라... 이 전을 기억하는 거야? (혼란스러운 목소리, 복잡한 얼굴이다. 복잡하고, 당황스럽고, 보고 싶었다는 얼굴.) 가, 가지마. 가지마, 바다야...
윤바다:그냥 네가 무사한지 너를 찾은거뿐이야. ...내 앞에서 네가 죽어 버렸으니까.(뒷걸음질 치면서).....나도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거든...
강혜성:(뒷걸음질 치는 네 옷자락을 살짝 붙잡고) 네가 어떻게 그걸 기억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미안해, 못 볼 꼴 보여서. 미안해...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럽다.) ...많이 놀랐지. (그렇게 말하는 본인도 한껏 놀란 얼굴이면서.) 날 찾아서 이렇게 돌아다닌거야? 카페도 가보고, 미술관도 와보고?...
윤바다:...응.(잡고있는걸 뿌리치고는피한다)...그야 아까도 말했듯이..내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으니까. 시간이 되돌아온건데...이런적은 ..처..음이다보니...당황스러워.
강혜성:...그치, 당황스럽겠지. (뿌리쳐져 갈 곳 잃은 손을 꾹 쥐면서 널 바라본다. 이미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당황스럽다는 감각은 잊은 지 오래였다. 당황스러운 게 당연하지, 그랬었지...) ...미안해. 왜 네가 되돌아오기 전의 기억을 갖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늘... 네가 날 기억해주길 바랐었는데. 막상 바라던 대로 되고 나니 썩 유쾌하진 않네. 네가 내 죽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니...
윤바다:...(가만히 보다가 살짝 인상쓰고는)...일단 돌아가자..생각해보니. 네가 또 죽게 될수도 있는데.. 이대로 그냥 혼자 가버리기에는 불안하니까. (탐탁치않은 표정으로 봅니다)
강혜성:...응, 미안. (이 와중에 네가 내 걱정을 해주는 게 기쁘다면 미친놈처럼 보이려나... 널 빤히 바라보다가 살짝 시선을 굴리고) 어디로 갈 건데? 네가 가자는 대로 갈게.
윤바다:어디긴...네 집방향으로가. 네가 집에 들어가는거 봐야겠어. 앞장서
강혜성:(네가 내 죽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꾸만 가슴을 콕콕 쑤신다. 네가 날 기억해 주기를 바란 탓에 일이 이렇게 된 것 같다는 기분을 도저히 떨칠 수 없다.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님에도 죄책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표정관리가 안 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 방향으로 살짝 몸을 틀고 네가 따라올 수 있게 뒤를 힐끔 바라보며 걸음을 옮긴다.) ... (모든 게 엉망진창이야.)
윤바다:....(너의 표정으로 보고는 알수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너의 뒤를 따라갔다. )
귀갓길
바다를 찾느라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던 걸까,
아니면 바다와 헤어지기 싫어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겼던 탓일까,
금세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함께 걷고 있는데도 어딘가 불안하고, 묘한 기분.
벌써 집 앞에 다다랐나 봅니다.
고개를 들면 익숙한 집의 대문이 보입니다.
원래 집까지 이렇게나 가까웠던가.
당신은 아쉬움과,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채
윤바다:여기가..집이야? 다 온거지?
강혜성:으응, 여기야. (누가 봐도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얼굴과 목소리다.) ...바로 갈 거야? 온 김에 들어왔다 갈..래?
윤바다:아니. 네가 왜 들어가. 부모님도 계실거고...난 집에갈래. 너 찾아다니느라 꽤...피곤했으니까.
강혜성:으음... (당연히 거절할 줄은 알았지만 역시 아쉽다. 할 얘기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미안.
강혜성:그래도 미안해.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아서... (괜한 죄책감에 네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기가 어렵다. 발끝을 바라보며) 나도 되돌아오기 전의 기억을 갖고 있는데... 이상하지 않아? 넌 전혀 뭘 묻질 않네... 애초에 내가 대답해줄 수 있는 것도 없지만...
윤바다:....(아무말없이 보고있다가)....갈게.
여지도 주지 않고 떠나는 바다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집
적막이 가득한 집.
당신이 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전화기의 벨이 울립니다.
오늘 아침에도 들었던,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그 벨 소리
강혜성:(또다... 집으로 전화 올 일이 별로 없는데. 전화를 받아 들고는) 여보세요.
말을 하는 순간 끊겨버립니다.
다시금 의미 모를 불안감 혹은 불쾌감에
당신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단조로운 기계음이 들려옵니다.
[ 부재중 음성 메시지가 … 건 있습니다. ]
확인하실려면 1번 을 눌러주세요
강혜성:(웬 음성 메세지... 1번 꾹 눌러보고)
7월 25일, 음성 메시지 1건.
[ 오늘은 네가 언제나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늘 집 전화 같은 건 확인도 안 하고 나온다는 것도.
네가 일어나기 전에 전화해서 메시지를 남겨 놓으면...
넌 모르겠지?
이건 이제부터 내 일기 같은 거야.
잘 부탁해, 혜성아. ]
...
다음 메세지를 확인하실려면 1번 을 눌러주세요
강혜성:...이게 뭐야? ... (당혹감, 불안감, 의문, 걱정... 오만가지 감정이 뒤섞여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시 1번을 누릅니다.)
강혜성:...그런 걸 물을 때야? (마음을 주체하기가 어려워 결국 널 와락 끌어안고 만다.) 네가 일기처럼 남긴 음성메시지 전부 들었어. 처음부터 다 기억하고 있었어?... 마지막이라니 그게 뭔데. 여긴 왜 온 건데, 응?...
윤바다:하하... (얌전히 안겨서는)...결국..다 알아버렸구나....(한참을 아무말하지않고)...이제부터 내 얘길 할거야...들어줄수있어?...혜성아?..
강혜성:응, 들을게. 얘기해 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 좀 해줘...
윤바다:...지금 이세계는 내가 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신에게 부탁해서 만들어진 세계야...원래 우리가 설던 세계는...폐허가 되었어...
내가...신에게 빈 소원은...너를 다시..살려달라는...소원이였어. 너와. 평생 함께 살고싶다..였어....
근데...나도 이렇게 될줄은...
강혜성:이렇게 계속 죽고 되돌아가길 반복하는 게 네 소원 때문이라는 거야? ... 몇 번이나 반복했는데 여태 숨기다가 이제야 말해주는 이유는 뭐야? 마지막이라는 건 뭔데?...
윤바다:....(너의 말에 죄책감이 몰려온다. 이제는 정말 미움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대로 쳐다볼수가없다. 하지만 ...나를 미워한다면...이제 나를 사랑할일도 없겠지..)...그..그게.. 루프에 오류가 생겨서..그..그러니까..내일로 이세계는...끝..이야...
네가 죽는건...내가 루프의 키워드를 말한것 때문에..그런거야. 미안해...정말 미안해... 그러지 않기로 매번 다짐했는데.... 내가 죽더라도..너는 꼭 좋은 세상에서 살게하고싶었는데....
강혜성:오류? ...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죽더라도 라니. 그건 싫어. 죽어도... 싫어. (빤히 바라보다 더듬더듬 네 손을 찾아 꾹 쥐고는) ...키워드가 뭔데? 네가 그걸 얘기하면 내가 죽는다는 거지. 그게 대체 뭔데 그래.
윤바다:그건...말할수없어. 지금도 적용될테니까...(고개를 저어)...(한참 생각하다가)...하지만..방법이 있어..다시는 네가 죽게 뇌두지 않을거야..( 잡힌 손을 더 꽈악 잡으면서)...내일...손거울을 들고...음악실...로 와줄수있어?....
강혜성:아직 이해가 안 돼. 죽게 놔두지 않겠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도... (혼란스러운 얼굴로 손을 꼭 붙잡은 채 네게 시선을 고정하고는)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안 들어줄 수가 없잖아. (아직 뭣 하나 시원하게 해결된 것이 전혀 없는데,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난 언제나 널 만나러 갔는 걸. 볓 번이고, 몇 번이고...
윤바다:...그러니까.. 네가 다시는 죽지않도록...할 방법이 있다는거야...(손을 놓고는) ... 루프의 키워드는...내가...너를 사랑하는거야....
윤바다:응. '우리' 가 아니라... '너' 지금까지..죽은건 너 하나였으니까...( 살짝웃으면서)...그 거울은..곧 세계야.. 그 거울이 완전히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그 안에 누군가를 가둬야만 유지 될수있어....그러니까...나를 가두면..될거야..(네가 가져온 손거울을 만지작 거리면서)....이 거울에 내가 갇히면...루프 키워드는 작동할 일도 없으니까... 너는 영원히 평화롭게 살수있어...
강혜성:... ...지금 그걸 나더러 받아들이라고 하는 소리야? (잠시 입을 꾹 다물었다가) 거울에 갇히면 어떻게 되는데. 넌 어떻게 되는 건데? 그것도 설명을 해줘야지.
강혜성:확신할 수 없다는 말투네. ... (살짝 인상 쓴 채 널 빤히 바라보다가) 그런 거 싫어. ...난 싫어. 다른 방법은 없어? 다른 방법을 찾자...
윤바다:다른 방법은 없어. (고개를 저으면서.)....혜성아...정말 나를 사랑한다면...내 말 들어주면안될까...?.......
나...지금 그 많은 죽음을 보면서...괴로웠어...나..이번에는..너를 살리고 싶어
강혜성:(애써 억누르는 목소리로) 그럼 네 빈자리는 어떡하라고... 평화로운 세상이든 뭐든, 너 없는 세상은 나도 싫어. 싫다고...
윤바다:....(아무말없이 하늘에 떠있는 달을 봅니다.)...시간이 얼마 없어.. 얼른 해야해...(손을 잡고)...방법을 알려줄게..(막무가네라고 생각하겠지만...오로지..너 하나만은 꼭...살게 해주고싶다는 생각 뿐이였다.)...가두는 방법은 거울에 달빛을 반사시켜 가둘 상대에게 비추는 거야.... 제한시간은...구름이 달을 가릴때까지...
...혜성아.. 내 이기심과...욕심때문에 너를 ..살리고 싶었어...근데 내가 잘못된 방법으로...너를 죽이고있었어....(살찍 웃으면서)...그거 기억해..?...네가 좀더 욕심부려주면 좋겠다고..나에게 그랬잖아...그래서 나...이번 한번만 더.....너에게 욕심..부려도 괜찮을까...?...
강혜성:... (백번 이해는 한다. 내가 네 입장이었어도 널 어떻게든 살리려 했을 테니까.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욕심이라니... (분명 그런 말을 했었다. 넌 더 욕심 부려도 된다고, 욕심 부려주길 바란다고. 그게 이런 뜻은 아니었는데.) 그런, 그런 말로 내가 거절 못 하게 만들 생각은 마, 제발.. ...거울이 완전히 깨지면 어떻게 돼. 아무도 가두지 않고 거울이 깨져버리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야?
윤바다:....그런거까지는..나도 몰라...(고개를 저으면서) 나는 ..방법만 알뿐....근데...(불안한 눈빛으로.)...네가 그러면...난..너를 평생 사랑하지않을거야. ...절대.너를 만나러 오지않을거야.
...이거 협박.이라면 협박 맞아...
강혜성:...왜 그런 협박을 해. 왜... 너 없이 나 혼자 어떻게 살라고... (눈을 꾹 감으며 고개를 숙이고는) ...너만 남겨두고 내가 죽어서 그래? 그래서 나한테 그걸 되돌려 주려는 거야? ... 내가 너 없이 죽을만큼 힘들어도 그저 숨이 붙어있는게 중요해?...
윤바다:...(너의 모습을 가만히 보면서 가까이 간다)...사랑해..혜성아..너를 많이 사랑해...네가 수없이 내 앞에서 죽음을 맞이해도...나..네가 다시 나에게 와줄거라는거..알고 있었어... 네가 나를 많이 사랑해줄거라는거도...(참아왔던 눈물을 뚝뚝..흘리면서)...나...진짜 나쁘다...그치...?....네가 죽었는데도 내일을 기대해...너를 다시 볼수있으니까...그게 기뻐서.....(볼을 쓰다듬어주면서)...벌은...내가 받는거야..너를 함부로한...내가..(눈물을 흘린채로 웃어보인다.)....
강혜성:네가 날 함부로 했다니, 그런 말 하지 마... (뺨을 쓰다듬어주는 손을 덮어 쥐면서 널 바라본다. 우는 얼굴도 오랜만에 보네... 음성 메시지도 그렇고, 넌 늘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울었으니까.) ...나도 기뻤어. 몇 번이고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게 그저 기뻤어. 다시 널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거니까. 한 번도 널 만나지 않아야겠다고, 사랑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 (네 눈물을 닦아주면서) 사랑한다고 좀 더 말해줄래? 끝이 어떻게 되든 그래, 네 말대로 이게 정말 마지막이라면... 좀 더 듣고 싶어. 내가 무슨 선택을 하든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게 좀 더 말해줘.
윤바다:사랑하다고 말하면...네가 그자리에서 어떤 방식이든 죽어버리니까...할수없었어..(하지만 신이니까..마지막이니까...이번만큼은 봐주지않을까...)...사랑해...많이 사랑해... 난 그저 너를 사랑하고싶었어.. 네가 나를 사랑하지않아도...나는 멀리서 너를 지켜볼 생각이였어...그만큼...네가 살아주길 바랬어...사랑해...(흐느끼면서 너에게 기댄다)....나쁜 나를...미워하지말아줘...그럼..나..괜찮다곤 했지만...죽기만큼 힘들것같아....혜성아....
강혜성:(제게 기대 오는 널 빈틈없이 꼭 감싸 안는다. 운명의 장난이라는 게 꼭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어째서 그냥 사랑만 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도대체 왜 세상은 우리가 사랑하게 그냥 내버려 두질 않는 건지...) 난 절대 널 미워하지 않아. 전혀 원망하지 않아, 바다야... 오히려 네가 날 미워할까봐 그게 제일 걱정인데... (네게 고개를 묻고는) ...사랑해, 바다야. 널 너무 사랑해. ... 살아도 너랑 같이 살고 죽어도 너랑 같이 죽고 싶었어. 네가 허락해주기만 한다면... 제발 나 그냥 너랑 같이 있게 해줘...
윤바다:(자신도 더이상 헤어지고 싶지않았다. 그냥...함께 살아갈순 없을까....아니..이미 본래 세계에서는 이미...본체는 ..이미...)....(머리가 아파왔다. 너의 영혼만이라도...행복해지길 바랬다. 나를 희생해서..내 영혼을 부셔서라도 네가 나를 기억하지못하고...나를 사랑하지않고..행복하길 바랬다... ... 사실..그 반대였을수도 있다...나없이는 행복하지말고...나를 항상..기억해주고..나를 항상 사랑해주길 바랬을 지도 모른다. 나는 너무나쁘다. 나는 너무 잔인하다. 나는 너무 이기적이다. 나는 너에게 항상 불행이다.너는..나의 죄 다.)......어떻게 나랑..같이 있을 건데... 그냥...나랑 죽겠다는거야...?....
강혜성:...너 없이 평화로운 세계는 나도 필요 없어. 그런 거 백 번을 쥐여줘도 싫어... 누군갈 꼭 가둬야만 무너지지 않는 세계라면... 네가 날 다시 볼 수 있음에 기뻐했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벌이라면, 나도 같이 받아야 마땅해. (허무맹랑한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뒷 일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그렇지만, 정말 만에 하나... 혹시나 일이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난 너만 있으면 전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랑 같이 받아, 그 벌. (하늘을 살짝 올려다본다. 고작 몇 마디 나눴을 뿐인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너와 내게 주어진 시간은 매번 어쩜 이리도 야박한지.) 난 너랑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거기가 지옥이라도 좋아...
윤바다:....(나의 모든 다짐...나를 희생해 너를 구하겠다는 목표가 너의 한마디에 무너져내린다. 나와 함께 벌을 받겠다는 말에 의지가 되고 힘이되는건...여전히 나의 이기심이다.내가..뭐라고...난 그거 네가 평화롭게..살아가길 바랬는데....)....난...역시 강혜성...너를 이길수없어....내 계획이 나 틀어졌는데...너에게 구원받은 기분이라니...(지옥은..나혼자가도 충분한데...)....(손을잡고...)네가..원하는대로해... (싱긋 웃으면서)....다음에는...나를 사랑하지마... 사랑해.혜성아.
강혜성:...사랑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너도 잘 알면서. (살짝 웃고는 손을 꼭 붙잡는다. 맞잡아오는 손길이 좋다. 네가 내게 의지해줄 때만큼 행복한 순간이 없다. 그 어떤 끝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몇 번을 반복해도 난 너를 사랑할 거야. 기억을 모조리 잃게 된대도 여느 순간처럼 다시 널 사랑하게 되겠지. 내 마음은 언제나 너를 향해있어. 잊지마... (고개를 살짝 틀며 지그시 입을 맞추고) 사랑해. (더 늦어지기 전에 대화가 마무리되면 곧 깨져가는 거울로 달빛을 반사시켜 두 사람에게로 비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