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적시던 비는 어느새 폭우가 되어 내리는 중입니다.
개학을 하루 앞둔 지금, 당신은 집에 홀로 남아있습니다.
말발굽 소리처럼 휘몰아치는 비, 색을 잃은 잿빛 하늘, 습한 여름.
기승을 부리는 여름은 꺾일 기미 하나 보이지 않으매 비는 더위를 감추지 못합니다.
괜히 강수량에 대해 떠드는 뉴스에 집중하다 보면,
쿠로바네 히요리:
듣기
기준치: |
65/32/13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8월 하순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의 강수량이….”
빗소리보다 조금 더 거칠고 무게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앵커가 무어라 하든 그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지니까요.
“새벽부터 시작된 비는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시간당 100mm로 인천 전역을 시작해 전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으며,”
“기습폭우로 인한 피해 역시 속출하는 중입니다.”
확실하게,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몇 가지 소리와 함께 가전제품들의 불이 꺼집니다.
우중충한 하늘 덕에 잿빛이 슬금 들어온 집안은 낮임에도 어둑하네요.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이 날씨에 누가.. (현관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본다.)
여전히 불 하나 켜지지 않은 실내는 어둑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물벼락을 맞은 듯 푹 젖은 옷을 입은 스나노도 함께.
쿠로바네 히요리:
심리학
기준치: |
50/25/10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한참을 살피더니, 이유 모를 한숨도 함께 뱉네요.
그리 묻는 스나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고칩니다.
아까처럼 목소리를 떨지 않고, 그저 태연한 낯으로.
우산이 없어 당신의 집을 방문했다는 이유도 함께 덧붙입니다.
우선은 젖은 스나노를 집안으로 들이는 게 좋겠죠.
스나노 슈이치:하핫, 쫄딱 젖으니까 순순히 들여보내주는 거야? (신발장 안으로 들어오고는 현관 문을 닫는다.)
다시 전원이 들어온 네모난 상자 속
뉴스는 여전히 이번 기습폭우를 다루고 있으며,
화장실에서는 뽀송한 수건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
부엌 찬장에 고이 모셔둔 티백으로 차가운 스나노의 몸을 녹일 수 있겠네요.
쿠로바네 히요리:다 젖은 사람을 내보낼 정도로 매정하진 않아. (상태가 이상해 보였던 게 신경 쓰여 시선 옮겨가며 차근히 너를 살펴본다.)
세찬 비를 맞은 탓인지 스나노의 낯은 평소보다 더 창백합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다시 살펴본다면 스나노의 손등은 멀쩡하기만 합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아무것도. 얼른 들어와. (먼저 안으로 들어가며 들어오라는 듯 고개 까닥인다. 다시 들어온 뉴스로 시선 옮기고)
스나노 슈이치:갑자기 손을 잡길래 뭔가 했는데~ 재미없기는. (키득거리고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두어걸음 들어간다.) 바닥 더럽혀서 미안, 우산 챙길 정신이 없었어.
주간 날씨를 알려주는 화면은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합니다.
전국을-그리고 한 주가 비로 가득한 건 이번 여름 중 처음입니다.
“유명 스포츠 선수 A씨의 은퇴 사실에 관한 루머들이…”
쿠로바네 히요리: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다음으로 다루는 뉴스 내용은 어디선가 얼핏 들어본 것 같기도 합니다.
쿠로바네 히요리:날씨 좀 봐. 여름이니까, 언제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잖아. (화장실로 가 수건을 찾아본다.)
스나노 슈이치:응, 점점 이상해지고 있어. 빨리 떠나던가 해야지...
습기 가득한 눅눅한 하루라 해도 수건은 뽀송한 게 제구실을 할 수 있겠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쿠로바네 히요리:..? (일단 수건을 몇 개 꺼내 겨우 들어와 있던 네 머리에 올려준다.) 닦아.
스나노 슈이치:이러면 보통 상냥하게 닦아줄 법도 한데... (들으란 듯이 꿍얼거리며 올려준 수건을 머리에 비비며 물기를 닦아낸다.) 집 너무 습하지 않아? 뭐라도 틀어놓지.
쿠로바네 히요리:어디 아픈 것도 아니고 직접 할 수 있잖아. (네 꿍얼거림은 아랑곳 하지 않고 소파를 가리킨다.) 다 닦으면 거기 앉아있어. 습하면 제습기 틀어도 상관 없어. (부엌으로 가 찬장을 뒤적여본다.)
스나노 슈이치:너무하네~ (젖은 옷깃을 쭉 잡아당기면서) 갈아입을 옷은 없어? 몇 번 벗어놓고 간 적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여긴 없으려나... 옷 좀 빌려줘~
어디서 받았던 건지, 직접 산 건지 기억은 흐릿하지만요.
분명 많이 남아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 차를 그렇게 자주 마셨던가요?
지금 스나노에게 줄 수 있는 건 따듯한 물이 전부입니다.
:뭐라도 내어주고 싶을 경우에는 행운 판정 가능합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아무리 뒤적거려 봐도 티백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텅 빈 찬장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다 미지근한 물 한잔이나 받아 네게 건넨다.) 언제 벗어 놓고 갔다는 거야. 아무거나 줄 테니까 작아도 그냥 입어. (옷장 뒤적여 아무 옷이나 던져준다..)
스나노 슈이치:차라도 내어줄 줄 알았더니 맹물이야? (하지만 얌전히 받아마심..) 꽤 들락거렸는데 한 벌도 없단 말야? 그럼 내 잃어버린 옷들은 대체 누구 집에 있는거지... (미지근한 물을 홀짝이다가 던져주는 옷을 낚아채고는 상의를 펼쳐본다.) 아, 이거 딱 봐도 작을 것 같은데.
쿠로바네 히요리:갑자기 찾아온 주제에 바라는 게 많아. (네 이마 딱콩) 여기저기 다니니까 네가 더 잘 알겠지. (기억 되짚어보는 듯 가만 생각해본다. 아마 옷장 어딘가에 있을 듯 하지만.. 정확한 위치를 모르니 포기.) 그래서 불만이야? 입기 싫으면 그냥 벗고 있다가 감기 걸리던가. (ㅡ.ㅡ)
스나노 슈이치:(아야Xp) 그럴 리가! 입어, 입어. 하여튼 까칠해~ (젖은 옷을 벗어두고는 꺼내준 옷으로 갈아입는다. 정말 타이트하다... )
어느 정도 물기가 마른 스나노는 간간이 멍한 표정을 짓습니다.
내일은 개학식이니 스나노도 일찍 집에 돌아가야겠죠.
거센 빗줄기에 집에 혼자 계실 스나노의 할머니가 걱정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네 옆에 앉아 가만 창 밖을 바라보다) 비 더 내리기 전에 집에 가야겠는데. 할머니 기다리셔. (멍한 너를 살짝 건드려본다.)
스나노 슈이치:할머니? 아아... 괜찮으실 거야. 집에 안 들어가는 일도 허다한데 이 정도로 뭐. (건드리는 손길에도 멍하니 있다가 금세 원래 분위기로 돌아와서는 장난스레) 빨리 쫓아내고 싶어 죽겠나 보다? 응?
쿠로바네 히요리:아.. 불효자라 이 말이지. (눈 가늘게 뜨고 빤히..) 쫓아낸다고 순순히 나갈 것도 아니면서. (턱 괴고 네게 시선 고정한 채...)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대신, 할머니께 연락은 해.
스나노 슈이치:아, 불효자까지 갈 것 있나~ (큭큭 웃고) 날 너무 잘 아네. 예전엔 이렇게까지 너그럽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야? (^_^) 새삼 알고 지낸 지 오래됐지 않아? 내가 너 초등학생 때 처음 봤었나? ... 이 동네에 참 오래도 있었네.
나지막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사뭇 진지한 표정의 그가 보입니다.
그의 손등에 새겨졌던 빛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당신만을 오롯이 담은 그 눈에
푸른 빛이 스칩니다.
동시에 스나노의 피부 위로 기하학적인 형태의 무늬가 그려집니다.
기억할 수 있겠지?
쿠로바네 히요리:
듣기
기준치: |
65/32/13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지금 이 상황, 이 공간이 너무나도 고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니, 비는 허공에 방울방울
멈추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둥근 물방울의 형태를 가지고서.
쿠로바네 히요리: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스나노 슈이치:이번에는 학교에서 만나자. 기다리고 있을게.
쿠로바네 히요리:..? 뭐? 잠깐. 무슨 소리야 그게?
무어라 말하든 스나노는 당신의 손을 강하게 마주 잡고 눈을 감습니다.
피부 위로 새겨진 무늬는 그를 집어삼킬 듯 반짝이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숨을 쉬기도 어렵습니다.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려요.
허공에 방울방울 매달린 비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번 주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열대야 역시 지속적으로…”
무더운 여름은 건조한 탓에 비는 내리지 않고,
당신의 손을 잡고 있던 상대는 어디로 갔나요?
집 안에 남은 건 맑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
쿠로바네 히요리:
SAN Roll
기준치: |
50/25/10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마치 영화 속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듯 페이드아웃 없이 한순간에 뒤바뀐 세상.
꿈.. 인가..?
그럴리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던 자리를 확인해본다.)
스나노에게서 뚝뚝 떨어지던 물마저 사라졌습니다.
손으로 만져본 가구들은 모두 마른 상태입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진짜 꿈인가.. 싶어 창 밖을 바라보고..)
쿠로바네 히요리:... (연락을 해보려 핸드폰을 찾아 일어나다 뉴스로 시선이 향한다.)
장마철인데도 이렇게 맑은 날이 지속되는 건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쿠로바네 히요리:한 주 내내 장마라고 하지 않았나..? (이상함을 뒤로 하고 핸드폰을 찾아 '스나노' 에게 전화를 해본다.)
전화를 받을 수 없어…로 시작하는 기계음이 울립니다.
몇 번을 다시 걸어도 돌아오는 답은 없습니다.
그 외의 다른 것을 살펴보아도 평범하고 익숙한 당신의 집일 뿐입니다.
창밖은 그늘마저 푸르러 바다를 베어 옮겨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폭우도 스나노도, 그리고 반짝이던 무늬마저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게 틀림없잖아요?
스나노는 연락을 받지도 않으니 내일 학교에서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멍한 정신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하아.. (제 머리를 헝클어 트리고..)
일단.. 내일 생각하자.
멀게만 느껴지던 단어가 오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펄럭이는 교복들이 흰나비처럼 이곳저곳 쏘아 다니네요.
어제 일어났던 일들이 생생한 꿈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일을 빼면 이 여름은 평범한 하루와 다를 것 하나 없어 당신은 배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보통은 횡단보도를 건너, 가로등 두어 개를 지나면 그즈음에서 스나노가 보이곤 했습니다.
: 쿠로바네, 그거 들었어? 오늘 정상수업이래.
당신의 어깨에 자연스레 팔을 걸치는 건 다름 아닌 같은 반 친구입니다.
쿠로바네 히요리:아 그래.. 근데 혹시, 스나노 못 봤어?
친구: 스나노? 그게 누군데? 난 처음 듣는 이름인데... 혹시 다른 학년이나 다른 반 친구?
쿠로바네 히요리:? 무슨 소리야, 우리 반이잖아. 진짜 몰라?
친구: 우리 반? 우리 반에 그런 애가 있었나...? (머리를 긁적이면서) 너 뭐 꿈이라도 꾼 거 아니야? 잠이 덜 깼나... 아침부터 왜 이래? (쿠로바네 눈 앞에 손을 휘적인다.)
그보다 오늘 날씨 진짜 좋지 않냐? 보통 이맘때 즈음이면 비도 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쿠로바네 히요리:그건 내가 할 말이야.. (이 상황이 이해가 안되고 어이없어 인상을 구기며 친구의 손을 치운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온 거 같은데.. 오늘부터 쭉 맑다잖아. (괜히 끝없이 맑은 하늘을 바라봐본다..)
친구: 그게 무슨 말이야? 요즘 계속 맑은 날씨만 이어지고 있잖아. 어제 비가 왔다니... 아무래도 너 잠이 덜 깬 듯?
쿠로바네 히요리:(인상 팍... 더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눈빛..) 됐어. 빨리 가라.. (걸쳐져 있던 팔을 내리고 등을 툭 친다.)
친구: 표정 뭔데?!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뭔가 번뜩 떠오른 얼굴을 하더니) 아, 맞다. 동아리 보고서!
걸음을 멈춘 친구는 뒤를 돌더니 왔던 길 위를 냅다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남겨진 당신의 뺨 위로 푸른 나뭇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중력을 따라 떨어진 잎은 한가득 여름을 담아 푸르기만 합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아까 그 친구는 스나노와 친분이 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신호를 기다리며 건너기 전, 당신에게 전화 한 통이 도착하네요.
화면을 보면 저장되지 않은 처음 보는 번호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다 끊기기 직전에서야 전화를 받아본다.)
..전화 받았습니다. 누구세요.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전화를 건 이는 스나노입니다.
불안하고, 여유가 사라진 그 목소리는 볼품없게 느껴져요.
너 지금 어디야?
스나노 슈이치:아... 먼저 학교에 도착했어. 알아볼 게 있어서 도서실에 들리려고.
쿠로바네 히요리:너.. .. 어디 가지 말고 도서실에서 딱 기다려.
(당장이라도 달려갈 생각..)
스나노 슈이치:하하, 왜? 뭐 할 말 있어? ... (잠시 침묵했다가) 너는 내 이름 기억하는 거 맞지? 방금 내 이름 부른 거 맞지?
쿠로바네 히요리:
정신
기준치: |
65/32/13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연하게도 스나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문득, 아까 그를 모른 체하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횡단보도, 그 하얀 선을 따라 걸을 때 즈음 스나노가 중얼거립니다.
매미가 우는 소리에 묻혀버릴 정도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스나노 슈이치:쿠로바네... ...나,
얼굴이 사라지는 중이야.
휴대폰 너머의 표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있습니다.
당신의 눈앞, 가까운 거리를 두고 아슬하게 멈춘 차 옆으로 한 학생이 넘어져 있습니다.
부딪히진 않았지만 모두가 웅성거리며 횡단보도 쪽을 쳐다보네요.
쿠로바네 히요리: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눈을 두어 번 깜빡이자 그제야 바퀴가 보입니다.
소란도 잠시, 지각을 피하고자 모두 다시 학교로 걸음을 옮깁니다.
오늘 하루의 시작이 묘하고, 또 불안 불안하게만 느껴지네요.
쿠로바네 히요리:.. (일단 얼른 학교로 향한다..) 도서실에 가봐야겠어..
쿠로바네 히요리:(서둘러 도서실로.. 후다닥..)
수업이 시작할 지도 모르니 우선 교실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찾는 이는 교실에 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쿠로바네 히요리:.. 가만 있으라 했는데 어디 간 거야.. (일단 교실로 향한다..)
한층 한층 계단을 오르다 보면 당신의 반이 보입니다.
오늘따라 파아란 창밖이 무섭게도 아름답습니다.
당신의 교실 속 익숙한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스나노의 책상과 의자까지도 그림을 잘라 떼어놓은 듯 보이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친구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눈치이며,
교탁에 붙은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 말을 걸어본다.) 저기 있던 스나노 책상 어디갔어?
방학 때 있던 일이나, 다른 학교보다 이른 개학에 대한 불만을 토하고 있습니다.
언제 도착했는지 등교 시간 때 만났던 친구도 보이네요.
등교하며 만난 친구: 아까부터 계속 그 친구 얘기네. 걔가 누군데 그래?
옆에 있는 친구: 처음 듣는 이름인데, 우리 반이야? 그런 애가 우리 학교에 있는 줄도 몰랐어.
쿠로바네 히요리:방학 전까지만 해도 잘 놀았잖아. 갑자기 왜 없는 사람 취급을 하고 그래? (어이없음..)
등교하며 만난 친구: ...내가? 내가 걔랑 아는 사이였다고?
정말, 진지하게 스나노의 반 친구들은 당황한 표정을 짓네요.
마치 벽을 두고 얘기하는 기분이라 당신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친구에게 돌아오는 대답을 무시한 채 교탁에 붙은 자리표를 확인한다.)
교탁 위에 붙여진 자리표에는 학생들의 자리 위로 이름과 학번이 적혀있습니다.
애초에 없던 학생처럼 스나노의 자리도, 이름도, 학번도.
쿠로바네 히요리:
SAN Roll
기준치: |
47/23/9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에게 그리 속삭이던 스나노는 어디로 간 건가요?
모두가 한 사람을 잊고 여름을 보내는 중입니다.
창밖의
푸른 하늘은 작위적으로 맑고, 나무 아래 그림자는 잠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매미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면 당신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쿠로바네 히요리:(이상한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서 그런가 조금 지끈거리는 머리를 눌러보고 고개를 들어 이상할 정도로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 몇 점이 떠다니는 하늘은 지독하게도 푸릅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구름은 제자리에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애초에 움직이는 법을 모르는 것처럼 그 자리에 굳어 있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기괴함을 느끼고 인상을 구기면 매미 울음소리가 귀에 닿는다.)
매미의 돌림노래는 끝날 기미조차 느껴지지 않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듣기
기준치: |
65/32/13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마치 녹음본을 틀어둔 듯 그 소리는 기이하게도 완벽히 반복됩니다.
잠시 멈추는 건 7초에 한 번, 소리가 커지는 것은 일정하게.
재잘거리던 아이들도 자리를 찾아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쿠로바네, 당신은 당신의 기억을 믿을 수 있나요?
(이상함을 뒤로 한 채 자리를 찾아 앉는다.)
선생님께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을 시작합니다.
출석 역시 스나노의 이름은 건너뛰고 이어지네요.
누군가의 부재는 애초에 없던 것처럼 하루가 흘러갑니다.
선생님: 예문에도 나와 있듯이 관계부사를 써야 하므로…
…에서, 그러므로 빈칸에 들어갈 말은.
동시에 선생님께선 당신을 탐탁지 않게 쳐다보네요.
선생님: 쿠로바네 군은 오늘 영 집중을 못 하는 것 같네. 아까 말한 빈칸의 답, 한번 불러보렴.
흔들림 없는 올곧은 시선을 보자 절로 속이 메스꺼워집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때, 복도 쪽 창가를 익숙한 인영이 스쳐 지나갑니다.
밝은 머리칼, 나란히 선다면 조금 올려다볼 정도의 키, 묘한 그의 분위기까지.
선생님께선 벙긋하는 입으로 무어라 얘기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었을까요?
스나노를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또 가득 채웁니다.
쿠로바네 히요리:(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선생님, 저 상태가 안 좋아서 보건실에 가볼게요. (교실 밖으로 향한다.)
이어지는 당황한 선생님의 말씀을 뒤로 하고 교실을 벗어납니다.
문을 열고 옥상에 발을 딛자 철조망 밖 너른 하늘을 보는 이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흩날리는 머리칼은 왼쪽에서, 다시 오른쪽에서.
하늘 위 구름은 못이 박힌 듯 움직이지 않습니다.
(발 걸음을 조금씩 옮겨 다가가 본다.)
하지만, 얼굴은 지우개로 문댄 듯 보이지 않습니다.
흐릿하고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그 얼굴만은 알아볼 수 없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SAN Roll
기준치: |
47/23/9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블러 처리가 된 듯한 그 얼굴에 몸이 반사적으로 얼어붙습니다.
스나노 슈이치:쿠로바네, 뭔가 이상해.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해.
너는 날 알고 있지? 지금 내 얼굴, 보여?
…눈은 어떤 색이었고, 어떤 모양이었고, 또 어디에 자리 잡고 있던지.
눈앞에 있는데도 도무지 그 형태를 인지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가진 스나노에 관한 기억들 역시 하나둘씩
지워지는 중이란 것을요.
손을 뻗으려던 스나노는 그대로 굳어 당신을 마주 봅니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지만, 당신은 분명 그리 느꼈습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요동칩니다.
가는 침묵이 흐른 후 그는 당신을 와락 끌어안습니다.
스나노 슈이치:미안, 좀 무서워서 그러는 데 잠깐만... 미안해. (끌어안은 손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다.)
쿠로바네 히요리:... (가만 안겨있다 손을 올려 마주 안는다.) 스나노.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네가 무슨 표정일지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하다. 마주 않으며 네 등에 닿았던 손은 너를 토닥인다.)
스나노 슈이치:...모두에게 잊혀진 것 같아.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 해. 너만이 날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어... 너만이... (끌어안은 어깨는 볼품없이 떨리고 있다. 이런 모습은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는 진정한 듯 천천히 당신에게서 떨어집니다.
스나노 슈이치:차원의 관문도 사용할 수 없어... 마치 이 세계에 갇힌 것만 같아.
쿠로바네 히요리:..? 차원의 관문.. 그게 뭔데..?
스나노 슈이치:...아직도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어?
쿠로바네 히요리:무슨 기억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런 거 같은데. ..
스나노 슈이치:... (곤란하단 듯이 침묵하다 머리칼을 쓸며) 우린 원래 세계에서 신도들에게 쫓기는 중이었어. 도망치던 중에 차원의 관문을 사용했지만, 그대로
우주 미아가 되었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계속 차원을 넘었잖아?
다른 세계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가끔 기억을 잃기도 했는데...
스나노의 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영화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제물과 차원의 관문, 우주 미아와 다른 세계.
쿠로바네 히요리:
SAN Roll
기준치: |
47/23/9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비가 멈추는 것은 주문진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비가 쏟아지던 그 여름도, 맑고 화창한 이 여름도.
우린 원래 세계를 찾아 한없이 우주를 넘나들었죠.
그 과정 중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집을 찾아서, 다음 세계로.
이번 평행세계에서 스나노는… 사라지는 중인 걸까요?
스나노의 존재 자체가 없었던 세계 또한 이번이 처음입니다.
쿠로바네 히요리:왜? 여태 까지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번엔 왜 네가 사라지는 건데.?
스나노 슈이치:이 세계는 확실하게 다른 곳들과 달라. 다들 날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난 사라지는 중이고... 이유는...
나도 모르겠어.
...쿠로바네, 너 역시 날 잊을지도 몰라.
흐르지 않는 몽글한 구름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면,
그는 천천히 철조망에 기대앉아 당신에게 작은 수첩과 연필을 건넵니다.
당신을 위해 옆자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는 그 손은,
그의 얼굴처럼 흐려지고 형태를 잃고 있습니다.
스나노 슈이치:글쎄, 누구 마음인지... 적어두면 더 기억하기 쉽겠지. 잊지도 않을 거고...
쿠로바네 히요리:... (펜을 꾹 쥔다.. 이성은 이토록 잔잔한데 손 끝이 조금 떨리는 건 사실 무서워서 인 걸까. 너에 관련된 것들을 하나 씩 적어 내려간다. 이름, 나이, 신장, 외모...) .. 또 뭐가 있지..
스나노 슈이치:
몸무게는 음, 표준? (부러 더 장난스러운 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잊힘에 대한 두려움을 가리기 위해서 일지.) 취미는... 딱히 없는데 요리라고 하자. 또 뭘 써야 네가 날 기억할 수 있지... 그때 기억나?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쿠로바네 히요리:일단 그걸로 되는 건가.. 애초에 너보다 내가 더 많이 만들잖아.. (평소처럼 네 말에 태클을 걸면서도 네가 말하는 것들을 한 자 한 자 적고..) 처음 만났을 때? 아마 초등학생 때.. 사육사.. 동물 서커스..? 인가 했지.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어이가 없는지 어깨를 살짝 들썩이며 옅은 웃음을 뱉는다.)
스나노 슈이치:그러니까 취미지~ (큭큭 웃고는) 그러고 보면 너 요리를 잘했었지. 한동안 평행세계를 왔다갔다 했더니 평범한 일상도 이제 먼 얘기 같네... (가만히 네 얘기를 듣다가 웃음을 터트린다.) 그때 그 동물들은 내가 좋아서 데리고 온 게 아니라니까? 걔네가 막 쫓아오는데 난들 어떡하냐고~
쿠로바네 히요리:... 나중에 만들어줄게. 오랜만에 먹자. .. 그렇다고 먹기만 할 생각은 하지 말고. (웃는 너에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린 듯 눈을 천천히 깜빡이고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너를 바라본다.) 한 둘이 아니었잖아. 그정도는 떼어 놓고 다니는 게 맞지 않냐고. (펜으로 네 이마 톡.) 내가 동물을 싫어했으면 어쩌려 그랬어.
스나노 슈이치:
하핫, 수저라도 챙길까? (내 불안을 옮겼을 까봐 내내 네 긴장한 기색이 신경 쓰였는데, 조금이나마 풀린 듯한 모습을 보고 덩달아 안정을 찾는다.) 꼭 만들어줘. 오랜만에 네가 해준 음식 먹고 싶다. (가만히 눈을 마주치다가 펜이 이마에 닿을 때 눈을 감고) 뭐~ 그랬으면 너한테 친한 척 하기도 힘들었겠지? 그럼 고등학생 때가 제대로 된 첫만남이 됐겠네. 우리 중학생 땐 거의 모르는 사이였으니까.
쿠로바네 히요리:수저 정도는 기본이지. (어느새 상황을 신경 쓰기 보단 이 순간에 빠져있는 것 같다. 너에 대해서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 순간이 오늘 하루 중 어느 때보다 가장 마음에 든다.) 집에 와서 먹고 싶은 거 말하면, 얼마든지. (눈 감은 너에게 시선 고정하다 네 이마에서 펜을 떼고는 손으로 살살 문지른다.) 반이 멀어져도 굳이 찾아올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었으니까. (...) 다시 얼굴 보고 지낸 지 그렇게 오래 되진 않은 거 같은데. 잠깐 스쳐 봤다고 거짓말 치고 달려오게 되어버릴 줄은. (직접 말을 꺼내면서도 본인도 이해가 안되고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하며 관계 요약을 하는 듯 수첩에 적는다.)
스나노 슈이치:(가만히 네 손길을 받으며 철조망에 등을 기댄다.) 지금은 어때? 반이 멀어져도 굳이 찾아올 만큼 친한 사이라고 생각해? (
네가 찾아오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갈 게 불 보듯 뻔하긴 하지만. 장난스레 덧붙였다.) 사실은 세계를 함께 건널만큼 깊은 사인데 말이야. 기억을 전혀 못 해서 얼마나 서운했던지~ 참...
외롭더라. 네가 기억을 잃을 때마다 외로웠어. 망망대해를 떠도는 배 한 조각이 된 기분이었네. 내가 기억을 잃었던 세계에선 네가 외로웠겠지?
쿠로바네 히요리:글쎄, 어떨까. 내 쪽에서 대답을 들어봤자.. 말했듯이, 매번 찾아오는 쪽은 네 쪽이니까. 그래도.. 항상 찾아오는 네가 안 보이면 허전하고 심심하다고 느낄 만큼은 돼. 심심하다고 느낀 것 이상으로, 벌써 찾아와 버렸는데. (대답이 됐으려나? 빙빙 돌려 말하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 이해하지 못했다 해도 더 이상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런 자신이 답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네가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듯 네 반응을 기다린다.) 기억이 없는 나로써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있는 나는 얼마나 그랬을지. 대충 짐작은 가고. 그래도. (따라 철조망에 등을 기대고 몸을 웅크려 고개를 숙인다..) 둘 다 기억을 잃은 쪽을 포기하지 않은 거 같아서 다행이네. 그러니까 지금까지 함께인 거겠지. (여태까지 적었던 수첩을 넘겨가며 읽어본다.)
스나노 슈이치:...하하! 감동인데, 이거. 너한테 꽤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쁘네. (네게 보였을진 모르겠지만, 분명히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난 네가 소중해, 쿠로바네. 원래도 널 꽤 좋아했지만 함께 세계를 넘으면서 더 그렇게 느끼게 됐어. 함께 역경을 헤치면 가까워진다잖아~ 아직 그 파도를 넘는 중이긴 하지만... 충분히 가까워진 것 같다. (손에 들린 수첩을 힐끔 바라보며) 이제 좀 많이 적었어? 그 정도면 날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
쿠로바네 히요리:... 같은 게 아니라 그렇다고 말하는 거야. (시선을 돌리다 네 웃는 모습을 눈에 담으면 어느새 저도 웃고 있다.) 역경을 헤치는 위험한 짓 같은 거 안 해도 충분히 가까워졌을 거 같지만. (수첩을 한 장씩 넘기며..) 무리지.. 이정도 적었다고 해도 안 적은 게 산더미인데. 그래도, 소중한 사람이구나. 하고.. 기억은 없어도 매번 되새길 정도는 되는 거 같네.
취미, 좋아하는 것, 당신과의 관계나 일화,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들.
기억해달라는 말과 함께 어느 정도 정보를 적었을 때 즈음,
그의 목소리마저 뭉툭해져 알아들을 수 없게 됩니다.
그는 당신의 어깨 위로 툭, 힘없이 머리를 기대네요.
흐릿해지는 기억을 애써 붙잡아도,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스나노 슈이치:다시 만날 방법이 있겠지. 그러니까, 날 잊지 마.
쿠로바네, 마지막으로 내 이름 불러줄래?
스나노는 자신의 이름을 한참 동안 불러달라고 속삭입니다.
스나노..
스나노.. 슈이치.. (기댈 수 있다면.. 따라 기대본다.)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데자뷔처럼 옥상에는 당신만이 홀로 남아있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SAN Roll
기준치: |
47/23/9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손에는 힘껏 구겨진 수첩, 급하게 휘갈겨 쓴 티가 역력한 글이 남아있네요.
가장 크게 □□□에 대한 정보라고 적혀있으며,
그 아래로는 누군가의 사소한 정보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절대 잊어선 안 될 이름인데도 왜 이렇게 기억이 흐릿한지.
□□□를 되찾고, 이 세계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한참을 되뇐다고 하여 방법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철조망에 오래 기댄 탓에 몸이 찌뿌둥하기도 하네요.
당신이 움직이자 가벼운 종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작은 쪽지를 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보입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지능
기준치: |
80/40/16 |
굴림: |
3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암호 같기도 하지만, 당신은 바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그사이에 수업 하나를 완전히 빠진 것 같습니다.
아니, 생각해보면 이곳은 진짜 세계가 아니므로 상관없는 일이죠.
그 모든 게 조각난 사람이 마지막으로 한 부탁만이 남은.
쿠로바네 히요리:
정신
기준치: |
65/32/13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쿠로바네 히요리:(수첩을 손에 꽉 쥔 채. 도서실로 향한다.)
답답한 마음에 괜히 발걸음이 빨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은 어지럽고, 울렁거리는 속은 이 계절을 완전히 받아내지 못합니다.
이 평화로운 세계를 떠날 정도로, 그 아이는 당신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요?
도서실에 도착하면
종교,
예술,
언어가 적힌 책장들이 빼곡합니다.
쿠로바네 히요리:(순서대로.. 종교가 적힌 책장으로 가본다.)
2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종교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자료조사
기준치: |
70/35/14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쿠로바네 히요리:... 저주.. 세계.. (다음 칸인 예술 책장으로 가본다.)
6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예술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자료조사
기준치: |
70/35/14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쿠로바네 히요리:.. (흐려지는 기억에 잠시 숨을 고르고 수첩을 핀다.)
쿠로바네 히요리:
자료조사
기준치: |
70/35/14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흐릿해져 가는 기억을 단순히 문장 몇 줄로 붙잡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자료조사
기준치: |
70/35/14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쿠로바네 히요리:(.. 다음, 언어 칸으로 가본다.)
700번대 책들로 다양한 언어에 관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자료조사
기준치: |
70/35/14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모두 살펴본 후, 당신은 800번대
문학 책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쪽지에 적힌 창구 번호, 840.01이12꽃.
그것은 <꽃갈피>란 제목의 얇은 영문 시집이었습니다.
꽃으로 책갈피를 만드는 방법과 짧은 시들이 실려있습니다.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꽃을 여러 번 말려야 한다고 하네요.
수없이 반복한 탓에, 심장에 꽂을 수 있을 정도로 얇게 마른 우리의 NN번째 여름.
거짓된 세계라고 하여도 한 사람만이 사라진 이곳은 평화롭고 고요합니다.
기약 없이 차원의 관문을 다시 넘나들어야 할까요?
쿠로바네 히요리:이상한 고민을 하고 있네.. 네가 없는 세계는 허전하다니까.. (망설임은 일절 없는 듯.. 종이에 적힌 '스나노' 이름을 쓸어 만져 본다.)
남을 기억하고, 형상화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를.
당신이 그의 이름을 부르자 모든 기억이 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충분히 겁먹을 만한 상황인데도 되레 익숙하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쿠로바네 히요리: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쿠로바네 히요리:(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본다..)
창밖으론 하늘, 땅이랄 것도 없이 검은 우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어지러울 정도로 새까만 밤과 반짝이는 은하수, 촘촘히 박힌 별들.
쿠로바네 히요리:
SAN Roll
기준치: |
46/23/9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모두가 사라지고 오로지 당신만이 이곳에 남아있습니다.
반짝이는 별들 사이 중력을 무시한 채 흩날리는 스나노의 머리카락.
물론 감상이 이어지기도 전, 그는 당신을 향해 무어라 소리치네요.
쿠로바네 히요리:
듣기
기준치: |
65/32/13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스나노 슈이치:당장 밖으로 나와, 학교가
무너지고 있어!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별가루들이 흩날립니다.
정신을 차리면 100번, 600번, 800번.
책장들이 모두 별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어요.
당연하죠, 이 세계를 부수는 단어는 당신이 읊었잖아요?
주변을 둘러보면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스나노 슈이치:받아줄 테니까 그냥 뛰어내려!!
부서지는 학교, 창문 아래의 스나노가 소리칩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요.
유일하게 부서지는 세계 속 당신을 바라보는 이에게 뛰어내려요, 쿠로바네.
응원하듯 거센 바람이 당신의 등 뒤에서부터 불어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아니, 무리지.. (말과는 다르게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창 밖으로 뛰어 내린다.)
별가루가 흩어지매 까만 우주는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당신은 아주 천천히, 중력을 무시하고 아주 천천히.
바람 따라 나는 민들레 씨처럼 느릿하게 떨어집니다.
그런 당신을 스나노는 쉽게 그러안아 잡습니다.
여전히 흐릿하지만, 그 얼굴의 이목구비는 점점 선명해지고 있어요.
나풀거리는 머리카락 탓에 꼭 물에 빠진 것만 같습니다.
이윽고 외부 세계로 나가기 위해, 외부 세계와 가장 강하게 연결된 스나노가 묻습니다.
쿠로바네 히요리:당연하지. 스나노 슈이치. 잖아.
스나노 슈이치:그럼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지도?
쿠로바네 히요리:..? (눈 데굴..) 소중한 관계?
둘의 손등에 새겨진 주문진에 빛이 들어옵니다.
스나노 슈이치:이것도 얘기했던 것 같은데. 우리가 처음 만난 장소는?
모든 별가루가 허공에 둥둥 뜬 채로 멈춥니다.
스나노 슈이치:하하,
나와바리라고 했어야지. (키득거리고)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집으로 돌아갈 거지?
쿠로바네 히요리:전세 냈다는 거 거짓말이었으니까. (고개 까딱) 응, 집에 가서 밥 먹어야지.
답을 들은 스나노가 당신의 두 손을 잡습니다.
피부 위로 새겨진 별자리와 같은 무늬가 애초에 하나였던 것처럼,
어디선가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력이 배로 느껴지는 기분에 속이 울렁거립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일이었잖아요?
스나노 슈이치:길었던 여정이네. 빨리 돌아가서 네가 해주는 밥도 먹고... 좀 쉬고 싶어.
쿠로바네 히요리:.. 계획 변경할게. 우선 한 숨 자고 나서 아침으로 밥을 먹는 걸로. 말 안 해도 집 도착하면 기절할 거 같고.
스나노 슈이치:그러자, 먼저 한숨 자고... 솔직히 또 엉뚱한 세계에 떨어진 걸까 봐 걱정이 돼서 잠이 잘 올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쿠로바네 히요리:스나노, 겁이 많네. 난 별로 걱정 되지는 않는데. 너 있으니까. 무서우면 잘 때까지 토닥토닥이라도 해줘? 농담이야.
스나노 슈이치:왜 농담이야? 토닥여 줘, 잠들 때까지!
우린 그것들을 두고 차원의 관문을 넘을 거예요.
어쩌면 다시 우주 미아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마주 잡은 손이 웅웅, 진동하며 가볍게 떨립니다.
스나노 슈이치:
다음 세계에서도, 날 기억해 줘. 나도 널 기억할게.
쿠로바네 히요리:기억할게, 몇 번이고 불렀으니까. 잊을 리가 없을 걸.
우린 차원을 넘기 전, 집으로 돌아가길 빌며 속삭이곤 했죠.
보상: 진행 중 감소한 이성 전체 회복, 우리가 살던 세계.